[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공연장. 어둠이 내리고 모두가 호흡을 고르며 무대를 바라봅니다. 흰색 셔츠에 통기타를 멘 남자가 무대에 등장하네요. 객석의 탄성이 터지는 가운데 기타를 멘 남자는 맑고 청아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남자는 1987년 2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가수 유재하. 그는 마치 어제 만났던 사람처럼 반가운 얼굴로 객석의 관중들을 뜨거웠던 청춘의 기억으로 불러냅니다.

 

지니뮤직이 22일 미래형 음악 서비스의 청사진을 발표하며 깜짝 콘서트를 열었습니다. 1987년 세상을 떠난 천재 뮤지션, 유재하를 2018년 현재로 불러냈습니다.

유재하는 1984년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 멤버로 데뷔해 1986년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 멤버로 활동했고 1987년 1집 앨범 <사랑했기 때문에>로 큰 사랑을 받았으나 그 해 11월1일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망했습니다. 그는 떠났지만 1집 앨범 수록곡이자 유작인 <사랑했기 때문에>와 <우울한 편지>, <지난날>은 지금도 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할 정도로 인기입니다. 22일 지니뮤직 콘서트에서 되살아난 유재하는 <지난날>을 열창하며 모두의 가슴을 촉촉하게 적셨다는 후문입니다.

지니뮤직은 한국 대중음악계의 영원한 보석이자 떠나간 거장을 어떻게 살려낸 것일까요? 홀로그램 기술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고해상도 프로젝터로 바닥에 영상을 쏜 후 45도 각도로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 투사하는 플로팅 홀로그램 기술이 활용됐습니다.

유재하는 생전 단 한 번 방송국 무대에 섰기 때문에 홀로그램에 활용할 데이터가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지니뮤직은 유재하의 방송국 촬영 영상 중 얼굴 부분을 부각시키고 나머지 부위는 2000년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은상을 받은 기타리스트 루빈의 모습을 투영했습니다. 무대 옆에 설치된 스크린에는 스윗소로우 멤버들과 생전 유재화와 무대에 섰던 가수들이 등장해 홀로그램으로 구현된 유재하와 호흡을 맞췄습니다.

지니뮤직의 유재하 콘서트는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 지니뮤직이 홀로그램 기술로 구현한 유재하 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출처=지니뮤직

홀로그램은 실감형 미디어에 속하지만 기술 난위도가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양안시차를 이용한 스테레오스코픽 방식을 넘어 생생한 홀로그램을 재연하려면 광학기술과 콘텐츠 확보와 운영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광학기술은 조금씩 발전하고 있으나 문제는 콘텐츠 확보와 운영, 혹은 전송 기술입니다. 많은 공간광변조기가 세밀하게 영상을 구현해야 하는데, 이러한 데이터 전송을 감당할 수 있는 기술이 부족합니다.

5G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전송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홀로그램이 넘을 수 없던 마지막 난관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니뮤직을 통해 KT와 LG유플러스가 의기투합했으며, 이들이 5G 상용화를 준비하는 통신사라는 점에서 유재하 홀로그램 콘서트는 5G 기술의 발전을 상징하는 중요한 척도로 평가될 전망입니다. 특히 KT는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부문에서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으며, 지니뮤직과 같은 음원 서비스는 인공지능 인터페이스 시장의 트렌드라는 점도 중요합니다. 기획력의 CJ와도 만났으니, 지니뮤직의 다중 포석이 엿보이는 장면입니다.

플로팅 프로젝트 방식이 완전히 새롭거나 완벽한 홀로그램 기술이 아닌데다 실제 사람이 등장해 호흡을 맞춰야 한다는 점에서 지니뮤직의 콘서트도 명확한 한계는 보입니다만, 재미있는 시사점이 많다는 뜻입니다. 5G 시대를 맞아 추억의 인물을 소환해 콘텐츠로 소비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KT와 LG유플러스가 만난 지니뮤직이 홀로그램으로 유재하를 소환했다면, SK텔레콤의 SK그룹은 최종원 회장을 홀로그램으로 살려냈습니다.

최종현 SK 회장을 기리는 추모 행사가 24일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가운데 그가 직접 홀로그램으로 나타나 SK의 정신을 당부하는 한편, 후손들의 이름을 부르며 "수고했다"는 덕담을 나눈 퍼포먼스가 벌어졌습니다.최종현 회장은 홀로그램 영상을 통해 “선경시절부터 글로벌 기업 SK가 되기까지 청춘을 바쳐서 국가와 회사만을 위해 달려와 준 우리 SK 식구들 정말 수고가 많았다”면서 “앞으로 세계 시장을 제패할, 더 치열하게 뛰어줘야 할 SK 가족들, 항상 지켜보고 응원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아들과 손자들의 이름을 직접 부르자 몇몇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는 후문입니다.

▲ 최종현 회장이 20년만에 홀로그램으로 구현되고 있다. 출처=SK

유재하 콘서트처럼 5G의 발전으로 탄력을 받은 홀로그램이 추억의 감성을 자극하는 장면이 벌어지는 것이 눈길을 끕니다. 초반 업계 분위기도 비슷한 콘텐츠를 통해 구현될 소지가 있어 보입니다.

홀로그램 기술이 발전할수록 스펙트럼도 넓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면밀한 홀로그램이 구동되면 인공지능과 만나 사람과 같은 공감각을 구현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SF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단골 소재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최근 일본에서는 홀로그램 여성과 결혼식을 올리려는 사람도 나타났습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20일 일본 도쿄에 사는 콘도 아키히토가 게이트박스(Gatebox)에서 판매한 ‘나의 신부 소환 장치’라는 제품의 가상 여인인 하츠네 미쿠와 결혼한다고 보도했습니다. 실제 여성과 연애하고 결혼하는 것에 정서적, 경제적 부담을 느낀 콘도가 홀로그램 여성을 결혼대상으로 택했다는 점은 단순한 가십으로 재단하기 어려울 정도의 시사점을 던집니다. ICT 기술은 발전하고 있으며, 지금도 이와 관련해 다양한 변화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단순하게 기술의 영역이 아닌,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 분야에 말입니다. 그와 비례해 5G 인프라 기술은 더욱 발전할 것으로 보입니다. 홀로그램, 앞으로 주목할만한 기술의 가치가 아닐까 합니다.

[IT여담은 취재과정에서 알게된 소소한 현실, 그리고 생각을 모으고 정리하는 자유로운 코너입니다. 기사로 쓰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한번은 곰곰히 생각해 볼 문제를 편안하게 풀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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