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의 신기록 행진이 거듭되던 8월 중순,북유럽을 다녀왔습니다.

친구들과 회갑 즈음 여행가자며 오랫동안 약조했던 것을 드디어 결행한 게죠.

막판까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한 친구팀이 일이 생겨 갑자기 못 가게 되었습니다.

덩달아서 그들과 맞추어 정했던 목적지도 바뀌게 된 겁니다.

급하게 새로운 목적지를 얘기하게 될 때,

새로운 유형의 여행서로 알려진 파타고니아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소설같은 그 여행서에 1940년대 말 스탈린이 일종의 핵폭탄을 개발해

전 세계에 공포가 커질 때,지구 멸망에 대비해서 도망갈 곳을 찾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폭발속에서도 살아남기를 바랐고,

이민위원회를 결성해서 지상의 아주 외진 곳에 정착할 계획을 세웠다.

우리는 지도책들을 열심히 들여다봤다. ..

방사능 낙진은 어떤 패턴으로 떨어질 것인지를 연구했다. ..

결국은 파타고니아가 지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으로 뽑혔다..'

더위에 지친 우리도 더위 탈출처를 논의하다가 북유럽으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과정 거치며 목적지를 정하니,우리도 여행서처럼 마치 음모를 꾸미고,

일종의 모험을 감행하는 것 같아 짜릿해졌습니다.

노르웨이에 도착,빙하의 세계인 피요르도를 여행하며

한국보다 20여도 가까이 내려간 날씨에 겨울옷을 사 입기도 했습니다.

준비 부족을 탓하기 보다는,그것 자체가 더위 탈출 상징이라며,

벌써 여행 성공이라고 스스로들 자축하게 되었습니다.

북구의 자연을 맘껏 누리니, 나머지는 망외의 소득으로 들어왔습니다.

온통 자연으로 말하는 듯 하던 노르웨이가

오슬로 도심에선 예술로 제법 묵직한 세례를 주었습니다.

입센이 쓰고,그리그가 곡을 만들고,뭉크가 그렸습니다.

특별히 자신의 전 작품을 오슬로 시에 기증하여 비겔란 조각공원을 만든

비겔란은 입장료를 받지 말 것과 상시 개방해서

어렵게 온 사람들이 헛걸음하지 않도록 부탁을 했다는 군요.

화강암,청동 등으로 인생의 주요 단계를 묘사해 깊은 생각거리를 던져준 작품 말고도,

그 정신이 너무도 어른스럽게 생각되어졌습니다.

패키지 일행중 제일 나이든 한 부부가 가이드에게,또 나머지 일행에게

나이든 대접을 해달라며 미성숙함을 보여줘,우리들에게

어떻게 나이 들어야 할지를 생각하게 한 것과 왜 그리 대비가 되던지!

조각가 비겔란이 작품외에 멋진 그 정신을 남긴 것처럼,

우리 또한 진정한 어른으로 남는 것이 보다 중요함을 알게 해주었습니다.

또 앞으로 인생길 계속 이어갈 함께 했던 집사람과 친구들에게

서로 귀한 존재로 남자고 손을 꼭 잡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