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SUV(스포츠형다목적차량)를 흔히 '짚차'라고 한다. 이는 SUV라는 카테고리를 만들어낸 미국의 피아트크라이슬러(FCA)그룹 자회사 지프(Jeep)의 ‘랭글러’에서 비롯된 말이다. 랭글러는 오프로드카(Off-road car, 야지 즉 비포장도로 주행 능력이 뛰어난 차)의 영원한 아이콘이다. 랭글러는 돌과 모래, 진흙 등으로 뒤엉킨 험로와 경사진 비탈길, 물웅덩이 등 악조건 달리기 위해 태어난 차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은 차이다. 탁월한 힘을 바탕으로 이를 강인하게 돌파하는 랭글러의 주행성은 오랜 시간 SUV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았다.

랭글러의 기원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41년이다. 전쟁 초반 독일군에게 기동력에서 열세를 보인 미군은 민간 자동차 업체들에게 가벼운 체구의 군용차 제작을 맡겼다. 미국 자동차 제조사 윌리스가 제작한 공차중량 950kg의 4륜 구동차 ‘윌리스MB’는 이렇게 탄생했다. 빗발치는 거친 전장을 빠르게 질주하면서 미국의 승리에 기여한 윌리스MB의 후손이 바로 지프 랭글러다.

77년간 지프를 지탱해온 랭글러가 3세대 출시 11년 만에 완전 변경(풀체인지) 신차를 한국 시장에 첫 선을 보였다. 지프의 국내 판매사 FCA코리아는 지난 21일 강원도 평창 흥정 계곡 ‘랭글러 밸리’에서 4세대 풀체인지 모델 '올 뉴 랭글러'를 출시하고 이를 기념하는 시승 행사를 가진 것이다.   

▲ 지프의 국내 판매사 FCA코리아가 4세대 완전변경 모델인 올 뉴 랭글러를 국내 공식 출시했다.  파블로 로쏘 FCA 코리아의 사장이 지난 21일 강원도 평창의 흥정계곡에서 랭글러의 오프로드 주행성능을 직접 체험하는 행사를 연 자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견다희 기자

새로 탄생한 올 뉴 랭글러는 출생 이후 이어온 랭글러의 정체성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여기에 제법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승차감까지 더한 채로 복귀했다.

전면 디자인은 새로우면서도 익숙했다. 지프 고유의 일곱 개의 크롬 장식이 서 있는 형태의 '세븐 슬롯 그릴'은 그대로 유지했다. 대신 원형의 실루엣을 가진 LED 헤드라이트를 세븐 슬롯에 더욱 가깝게 붙여 초대 지프인 CJ에 대한 오마주를 선사했다. 여기에 프론트 펜더(바퀴를 감싸는 보조부품)에는 라이트를 추가했다.

측면은 랭글러 본연의 모습을 갖췄다. 투박하지만 깔끔한 디자인이다. 외부 패널의 분리형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탈부착을 더욱 편하게 만들었다. 후면 디자인은 새로운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를 더해 차량이 가진 오프로더의 감성을 더욱 강화했다.

▲ 전면 디자인은 새로우면서도 익숙하다. 지프 고유의 세븐 슬롯 그릴은 그대로 유지했다. 대신 원형의 실루엣을 가진 LED 헤드라이트를 세븐 슬롯에 더욱 가깝게 붙여 초대 지프인 CJ에 대한 오마주를 선사한다. 여기에 프론트 펜더에는 라이트를 추가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견다희 기자

랭글러는 기존의 큰 차체를 유지하돼 넉넉한 축간거리를 확보하는 최신 완성차 트렌드를 반영했다. 4485mm에 이르는 차체 길이와 1895mm의 너비, 1850mm의 높이는 어디서든 당당한 오프로더의 정체성을 잘 드러냈다. 여기에 3010mm의 축간거리를 둬 안락한 공간을 연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실내는 이전보다 견고하고 고급스러웠다. 깔끔히 다듬어진 대시보드, 뛰어난 해상도와 풍부한 표현력을 담은 디스플레이로 운전자를 비롯해 탑승자들은 더욱 여유롭게 다양한 기능을 손쉽게 활용할 수 있다.

수직으로 세운 대시보드와 센터패시아는 이전과 달리 다양한 버튼과 다이얼이 시선을 끌었다. 디지털 디스플레이로 구성된 계기판을 비롯해 더욱 개선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그리고 각 부분에서 느낄 수 있는 소재의 개선까지 조화를 이뤘다. 특히 지프는 드라이빙 모드를 변경하는 셀럭터를 아날로그 타입으로 유지했다. 지프의 고유의 정체성과 자신감, 고집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 차 내부도 이전보다 견고하고 고급스럽다. 고급스럽게 다듬어진 대시보드, 뛰어난 해상도와 풍부한 표현력을 담은 디스플레이로 운전자를 비롯해 탑승자들은 더욱 여유롭게 다양한 기능을 손쉽게 활용할 수 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견다희 기자

올 뉴 랭글러의 승차감은 제법 만족스러웠다. 최고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40.8kg·m를 발휘하는 2.0ℓ가솔린 터보엔진은 가파른 오르막 구간에서 능숙히 올 뉴 랭글러를 고지로 올려 보냈다. 특히 낮은 엔진회전속도(RPM)부터 출력을 내는 엔진의 특성 덕에 필요 이상으로 속도를 높이지 않고 안정적인 등판이 가능했다.

오프로드 특유의 갑작스러운 노면 변화는 고스란히 실내 공간에 전해지지만 계속 변화하는 노면도 굳건히 견뎠다. 올 뉴 랭글러의 강점은 두 개의 바퀴가 허공에 뜨는 상황에서 더욱 명확히 드러났다. 돌과 웅덩이 주행 시 두 바퀴에 무게가 실리지 않고 하나의 바퀴는 완전히 허공에 뜨지만 차체의 뒤틀림 없이 네 개의 문이 순조롭게 열리고 닫혔다.

올 뉴 랭글러를 시승하는 과정에서 느낀 특징은 '다루기 쉽다'는 것이다. 물론 차량의 우수성을 경험할 수 있도록 시승 코스가 마련돼 다른 차량과의 차이를 쉽게 파악하기 어렵지만 올 뉴 랭글러는 무게감이 덜하고 스티어링 휠 조작도 쉬었다. 차량의 움직임 또한 한층 부드럽게 다듬어 누구나 부담 없이 다룰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했다.

▲ 올 뉴 랭글러의 승가참은 제법 만족스럽다. 최고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40.8kg·m를 발휘하는 2.0ℓ가솔린 터보엔진은 가파른 오르막 구간에서 능숙히 올 뉴 랭글러를 고지로 올려 보낸다. 특히 낮은 엔진회전속도(RPM)부터 출력을 내는 엔진의 특성 덕에 필요 이상으로 속도를 높이지 않고 안정적인 등판이 가능하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견다희 기자

온로드(On-road, 포장도로) 주행의 만족감도 대폭 높였다. 올 뉴 랭글러 이전 모델은 다소 온로드 주행이 힘들었다. 시승을 앞두고 인스트럭터의 안내에 따라 포장된 도로를 달릴 때 노면에서 올라오는 충격을 능숙하게 다듬어 부드러운 감성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온로드 주행의 품질로만 본다면 완벽한 수준은 아니지만 어지간한 도심형 SUV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다.

랭글러는 국내에서 4도어 가솔린 모델인 올 뉴 랭글러 스포츠, 올 뉴 랭글러 루비콘, 올 뉴 랭글러 루비콘 하이, 올 뉴 랭글러 사하라 네 가지 트림을 먼저 선보일 예정이다. 가격은 스포츠 모델이 4940만원, 루비콘 모델이 5740만원, 루비콘 모델에 가죽 버켓 시트를 더한 루비콘 하이 모델이 5840만원, 사하라 모델이 6140만원이다.

이번 행사에서 파블로 로쏘 FCA 코리아의 사장은 “올 뉴 랭글러를 출시하는 한국 내 지프에게 역사적인 날”이라면서 “새로워진 올 뉴 랭글러는 전통(헤리티지)에 충실한 아이코닉 디자인, 업그레이드된 독보적인 오프로드 능력, 개선된 온로드 성능 그리고 첨단 안전과 편의 사양으로 남성과 오프로더 뿐 아니라 여성과 데일리차량 오너들에게도 어필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