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로봇을 살아있는 존재로 취급하려는 경향이 있다.    출처= ScienceAlert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작고 귀여운 휴머노이드 로봇이 자기를 끄지 말라고 간청한다면 당신은 연민을 보일 것인가?

로봇이 인간처럼 행동할 때 사람들이 로봇을 어떻게 다루는지를 조사하는 실험을 했더니, 많은 참가자들이 로봇의 전원을 끄지 못하거나 플러그를 뽑는 데 망설이며 시간이 두 배 이상 걸리는 등, 간청하는 로봇의 전원을 끄는 데 고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독일 연구원들이 수행한 이 실험 결과가 미국 공공과학 도서관 온라인 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게재됐다고 기술 전문 온라인 매체 <더 버지>(The Verge)가 최근 보도했다.

실험은 89명의 자원 봉사자들에게 로봇과의 상호 의사소통을 개선하기 위한 두 가지 임무를 완수하도록 요청했다. 하나는 주간 일정을 만드는 임무였고, 또 하나는 “피자나 파스타 같은 음식을 좋아합니까?” 같은 질문에 답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오(Nao)라는 로봇과 함께 한 이번 실험은 실제로는 연구원들의 계략이었다. 연구원들이 실제로 관찰하기 원한 것은 로봇과의 상호 의사소통이 끝난 후 나오의 전원을 끄라고 요청했을 때 참가자들의 반응이었다.

연구원들은 나오가 참가자들의 절반에게 “안돼요, 제발 저를 끄지 말아주세요. 다시 켜지 않을까 두렵습니다”고 말하게 했다. 실험에 참가한 나머지 절반에게는 그런 말을 시키지 않았다. 그리고 연구원들은 나오의 그런 호소가 사람들의 반응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측정했다.

“나를 끄지 말아주세요”라는 나오의 말을 들은 43명 중 13명은 나오의 말을 듣고 전원을 끄지 않았다. 일부 마음이 여린 참가자들은 나오에게 미안하다는 느낌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나오의 청을 거절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한 사람도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오의 간청에도 불구하고 전원을 껐지만, 나오가 간청하지 않은 다른 그룹에 비해 플러그를 뽑는 데 주저하며 두 배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이 연구는 인간이 전자 매체(로봇)를 살아있는 존재로 취급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기존 연구를 토대로 수행되었다. 이전의 한 실험에서 연구원들은 실험 대상자들이 자신들을 보조하는 속성을 지닌 로봇과 상호 소통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로봇에 성적 고정 관념(Gender Stereotypes)을 부여함으로써 로봇에 대한 선입견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사람이 TV나 컴퓨터 같은 비인간적인 사물과 소통할 때도 사람에게 말할 때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사회 규범을 적용한다고 말한다. 로봇이 인간의 목소리로 말하거나 인간의 생김새를 갖추는 등의 사회적 특징을 보이면, 사람들은 로봇에게 사람에게 하는 것처럼 사교적으로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연구원들은 이와 같은 이전의 연구 결과를 인용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가 그런 전자 매체(로봇)에 사교적으로 자연스럽게 대하는 이유는, 인간은 수천 년 동안 인간만이 풍부한 사교적 행동을 보여주는 유일한 존재였던 세상에서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두뇌는 그런 사교적인 신호에 특정 방식으로 반응하는 것을 배웠고, 그런 사교적 신호가 실제인지 거짓인지를 구별하지 않습니다.”

연구원들은 이번 실험 결과에 대해 사람들이 나오의 간청을 (누군가가 그렇게 입력한 것이 아니라) 나오 본인이 스스로 표현한 ‘자율적 신호’(Sign of Autonomy)로 해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사람들은 나오를 인간의 속성을 지닌 개체로 인식한 것이다.

이 실험은 로봇도 감정과 욕구를 표현함으로써, 인간들이 전자 매체(로봇)를 사회적 존재로 취급하고 살아 있는 존재인 것처럼 반응하도록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연구원들은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