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윔블던에서 로저 페더러는 나이키와의 공식 계약을 끝내고 처음 유니클로를 입었다.  출처= Business Support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스위스 테니스 선수 로저 페더러와 3억 달러의 계약을 체결한 지 몇 주 후, 일본의 패스트패션 업체 유니클로(Uniqlo)는 스포츠 웨어로 그렇게 유명하지도 않은 회사가 왜 전성기가 지난 테니스 선수에게 그렇게 큰 거액을 들였는지를 설명했다.

유니클로는 페더러가 경기 중에서 뿐만 아니라 자선 행사나 코드 밖 공개 이벤트에서도 유니클로의 옷을 입을 것이며 제품 디자인에 대한 정보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달 말 열리는 미국 오픈(US Open)에서 회사의 최신 콜라보인 폴로 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출전할 예정이다.

유니클로의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존 제이는 "그런 콜라보를 보여주는 것이 단순한 스포츠웨어를 보여주는 것보다 의미가 크다. 우리는 운동 선수가 아닌 모든 사람들을 위한 고기능성 옷을 개발하고 있으며, 그런 기술이 운동 선수에게도 좋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페터러와의 계약은 유니클로가 페더러에게 향후 10년간 매년 3000만달러를 지불하는 조건이다. 그런데 왜 일본 회사가 페더러를 선택했을까 의아해할 지 모르겠다. 페더러는 최근 호주 오픈에서 20번째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획득했지만 올해 나이 37세로 은퇴가 가까운 선수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유니클로는 스포츠 웨어 전문 회사가 아니라 일상복 패션 회사다. 페더러 전에는 노박 조코비치와 계약을 맺었다(조코비치는 현재 라코스테와 계약을 맺고 있다).

페더러는 올 여름 윔블던 코트에서 그동안 공식 스폰서인 나이키 대신 유니클로 상표가 새겨진 흰색 셔츠를 입고 출전했다. 페더러는 지난 20년 동안 나이키 신발과 나이키 옷을 입고 경기에 출전하며 나이키를 세상에 알렸다. 나이키의 오레곤 본사의 한 건물은 그의 이름을 따서 건물 이름이 지어졌을 정도다.

▲ 페더러는 지난 20년 동안 나이키 신발과 나이키 옷을 입고 경기에 출전하며 나이키를 세상에 알렸다.   출처= Tennis Buzz

테니스 선수를 코트 밖 홍보 대사로 삼는 일은 유니클로에게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코트 밖에서 페더러는 평범한 민간인이다.

유니클로의 존 제이는 그것이 오히려 매력의 일부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경기장에서 보는 페더러의 신중한 모습과 알려지지 않은 사적인 부분 모두를 소중하게 생각한다. 우리는 사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그의 삶의 일부도 매우 존중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회사는 페더러가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언젠가는 선수로서 은퇴하겠지만 그것이 그가 인생에서 은퇴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페더러 본인도 패션과 여행에 대한 그의 사랑과 아시아에 대한 친밀감 때문에 기꺼이 유니클로의 이 글로벌 앰배서더가 되었다고 말했다.

페더러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보낸 이메일에서 "우리가 유니클로에 대해 말할 때 내가 정말로 공감했던 점은, 유니클로가 나를 운동 선수가 아니라 스포츠를 넘어선 관심과 열정을 가진 사람으로 존중해 주었다는 것이다. 그것이 나로 하여금 테니스 후의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했고, 유니클로는 그에 대한 최고의 대안이었다.”고 말했다.

그 동안 그가 입은 유니폼에 새겨진 'RF'(로저 페더러를 뜻하는 이니셜) 아이콘에 대한 권리는 여전히 나이키에 있지만, 잔여 재고 판매의 일부 이익은 페더러에게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주로 아시아 지역에서 사업을 벌여 온 유니클로는 미국에도 그 이름을 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미국에 수백 개의 매장을 추가 할 계획으로 지난 2014년에 미국 의류 소매 업체 J.크루 그룹(J.Crew Group Inc.)을 인수하려 했으나 협상이 중단되면서 그 계획은 일단 무산됐다.

유니클로의 모회사 패스트 리테일링(Fast Retailing Co)의 타다시 야나이 회장은 WSJ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의류 체인점 시장에 진출할 여지는 아직 남아 있다"면서  “인수 합병 보다는 유니클로의 존재를 확장하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니클로는 현재 단발성 매장, 주요 도시의 대형 쇼핑 센터 매장, 공항의 자동 판매기를 통해 미국에서의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