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중국에 조직을 신설하고 핵심부서인 연구개발본부 인력을 투입했다. 최근 현대차와 기아차는 소형 스포츠형 다목적차량(SUV)을 선보이며 중국 시장 판매 회복세를 꾀하고 있다. 이번 인사에 대해 현지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신에너지 시장에 주력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 왼쪽부터 권문식 현대·기아자동차 연구개발본부 부회장, 서정식 현대차그룹 정보기술본부장.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그룹은 24일 신설 조직인 ‘중국상품담당’ 총괄에 현대·기아자동차 연구개발본부장인 권문식 부회장(63)을 맡기는 인사를 발령했다. 권 부회장은 기존 연구개발본부장 역할을 수행하면서 중국제품개발본부를 총괄하는 중국상품담당을 함께 맡는다.

현대차 관계자는 “권 부회장은 연구개발(R&D) 전문성과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한 중국 특화 상품 전략 수립과 제품 경쟁력 확보를 통해 중국 사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1954년생인 권 부회장은 서울대 기계공학 학사를 졸업하고 아헨공과대학 생산시스템 공학 석·박사를 거쳤다. 이후 현대기아차 선행개발센터장과 연구개발기획조정실장을 거쳐 현대케피코 대표이사, 현대제철 제철사업 총괄사장, 현대오트론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현대차그룹은 또 정보기술본부, 차량지능화사업부 등을 통합한 정보통신기술(ICT)본부를 신설하고 서정식 전무(정보기술본부장·49)를 현대·기아차 ICT본부장으로 임명했다. 현대차는 이번 인사에 대해 최근 자동차와 ICT의 융합 흐름에 맞춰 효율적이고 신속한 조직 및 시스템 체계를 구축하고 ICT 역량을 결집하기 위한 취지라고 밝혔다.

中 현지 관계자 평가는

중국 현지 금융투자업계 관계자 A씨는 “현대차가 연구개발 인력을 상품개발에 투입했다는 것은 고무적”이라면서 “현지 여건상 고급형 세단이나 신에너지 판매에 주력하기 위한 선택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A씨는 “현재 중국 자동차 시장은 중국 로컬 브랜드와 중외 합작사가 지배하고 있다”면서 “현대차는 이번 인사 투입으로 중저가 신에너지자동차 개발에 열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A씨는 "현대차가 중국 인터넷 기업 바이두와 손잡고 미래차 개발에 나서는 만큼 정보기술(IT) 기업과 협업을 강화해 경쟁력을 단숨에 높인다는 복선도 그릴 수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신에너지 자동차 시장은 빠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 가스구자동차(盖世汽车)의 리서치 결과에 따르면 신에너지 자동차의 연 생산량은 약 79만4000대, 판매량은 77만7000만대 수준으로 각각 전년 대비 증가율 53.8%, 53.3%로 빠른 성장을 이어 나가고 있다.

규모가 커지고 있는 중국 공유차 시장도 현대차의 먹거리다. A씨는 “신에너지 시장 선택과 함께 공유차 시장에 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전략도 하나의 선택”이라면서 “현재 중국은 공유차량 부문이 발달하기 시작해 차량 구매에 대한 의미가 다소 희석된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중국 자동차 시장은 승용차 판매량 증가율은 낮지만 신차 수는 중국 규모만큼 어마어마하다”면서 “해외 완성차 업체와 비교해 SUV 차종 라인업이 부족한 현대·기아차가 내여기관 승용차 부문에 손대긴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자동차산업 전문 조사기관인 웨이스(威尔森)에 따르면 올해 승용차시장 판매량 증가율 예상치는 0.3%포인트로 낮은 편이나, 신차발표는 194종에 이른다. 이러한 가운데 고급차 시장은 꾸준히 두 자릿수 성장률을 이어나가고 있다. 아우디, BMW, 벤츠의 지난해 중국 시장 판매량은 각각 60만대, 59만대, 59만대로 이들의 고급차 시장 점유율은 70%에 육박한다. 

▲ 현대자동차 수소전기차 '넥쏘'. 사진=현대자동차

신에너지 시장 주력하나

A씨는 “결국 현대차그룹은 신에너지 자동차에 주력해야 한다”면서 “올해 중국 정부가 더블크레딧 제도를 실행하면서 신에너지 자동차 분야 합작이 이미 일어나고 있다. 현대차가 아우디와 손잡은 만큼 아우디의 고급차 시장 점유율을 통해 신에너지 자동차 판매를 꾀하는 일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공신부는 지난 2016년 9월 발표한 더블크레딧 제도는 올해부터 예도 기간을 거쳐 2019년 정식 운영된다. 신에너지 자동차 산업 시장 가속화를 노리는 중국 정부의 야심찬 계획인 ‘더블크레딧 제도’는 연간 5만대 이상 자동차를 생산하는 기업에 신에너지 크레딧(NEV)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는 판매되는 가솔린 차량의 일정비율(2018년 8%, 2019년 10%, 2020년 12%)를 달성해야 하는 목표다. 판매되는 신에너지 차량의 주행가능거리에 따라 1대당 2~5포인트를 준다. 예컨대 연간 가솔린 차량 100만대를 판매하는 브랜드는 2018년에 8만 포인트를 부여해 최소 1.6만대에서 최대 4만대 신에너지 자동차 판매를 달성해야 한다. 이는 자동차 업체마다 판매 차종 판매량에 따라 다르며 획득한 크레딧은 양도하거나 매매할 수 있다.

BMW와 벤츠, 폭스바겐과 혼다 등은 이미 목표달성을 위해 신에너지 차종을 발표할 계획이다. 포드와 중타이(Zotye), 둥펑과 르노도 모두 신에너지 차종 개발을 위한 합작을 약속했으며, SAIC-GM은 17.2억 위안을 투자하여 상하이 진차오에 리튬전지조립공장 설립, BMW는 선양에 전지공장을 설립하여 2017년 10월부터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현대차 역시 아우디와 손을 잡으며 수소전기차 수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차의 차세대 수소전기차 넥쏘는 1대당 크레딧 18점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주행거리 350km 전기차 크레딧(5점)의 3.6배로 크레딧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 수소전기차는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개발비 부담을 낮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충전 인프라 등 생태계 구축이 필수다.

A씨는 "앞서 중국에선 피아트크라이슬러(FCA)가 현대차와 수소전기차 연합을 한다는 이슈도 있었다"면서 "중국 상하이가 수소전기차 보급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현대차는 상하이자동차와 협력할 가능성도 있다"이라고 

아울러 A씨는 “중국 상중부가 병행수입확대하면서 수입 자동차 시장 경로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중국 소비능력이 늘어나는 가운데 고급차 인지도가 늘어나고 신에너지 자동차 판매가 필수인 만큼 현대차가 아우디와 함께 신에너지 고급차 수요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