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국내 자동차업체들이 하반기 진검승부를 펼친다. 올해 하반기 신차를 대거 선보이면서 일대혈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국내 완성차 회사는 상반기에 신차를 대부분 출시하기 마련인데, 올해 하반기에는 이례로 많은 차를 선뵌다. 하반기 신차는 SUV부터 세단, 전기차, 고성능차 등 차종도 다양하다. 특히 르노삼성차는 경상용차(LCV) ‘마스터’를 수입하면서 현대·기아차가 독점하고 있는 상용차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다. 한국GM은 주력 모델인 쉐보레 말리부의 부분변경 모델을 내놓고 월 1만대 판매 회복에 나선다.

▲ 현대자동차 신형 아반떼.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차, 쌍끌이 추가 투입...그랜저·싼타페→투싼·아반떼

현대자동차는 올해 상반기 신형 싼타페와 그랜저를 내놓으며 시작된 ‘쌍끌이’ 인기를 하반기까지 이어가기 위해 신차 5종을 출시한다.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 2월 출시된 신형 싼타페는 6월 누적 국내 판매 5만대를 넘어섰다. 이는 국내 SUV 중 최단기간 5만대 돌파기록이다. 현대차는 신형 싼타페의 흥행에 힘입어 연간 판매량 목표를 기존 8만4000대에서 10만대로 높였다. 현대차 그랜저는 6월 8945대가 팔리며 국내 승용차 시장에서 왕좌를 이어왔으나, 지난달 아반떼(7522대)에 밀렸다. 6567대가 팔렸다.

현대차는 올 하반기 아반떼에 날개를 달 준비를 하고 있다. 현대차는 8월 23일 신형 아반떼 외관을 공개했다. 3년 만에 부분변경되는 신형 아반떼는 스마트스트림 동력장치 탑재 등 상품성이 대폭 개선된 것이 특징이다. 외관은 최신 패밀리룩을 고수했다. 신형 아반떼의 디자인은 ‘지면을 스치듯이 낮게 활공하는 제트기’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실내는 새로운 스티어링 휠과 공조 통풍구 주변에 디자인 요소를 가미했다. 입체감을 주는 것은 물론, 운전 몰입감을 끌어올린 것이 특징이다.

현대차는 앞서 출시한 준중형 SUV 투싼 부분변경 모델을 비롯해 ▲10월 고급 브랜드 ‘N’ i30 ▲11월 제네시스 EQ900 부분변경 ▲12월 신종 대형 SUV 등 신차를 줄줄이 출시할 계획이다.

▲ 기아자동차 유럽형 스포티지. 사진=기아자동차

기아차, 국내 '스포티지' 해외 '쏘울'...간판모델 등판

기아자동차는 하반기 스포티지 부분변경 모델과 니로 EV, 쏘울 완전변경 모델에 기대를 걸고 있다. 기아자동차의 4번 타자격인 스포티지는 1993년 1세대 모델 출시 이후 25년 만인 지난 2월 글로벌 시장 누적판매 500만대를 넘어선 간판 모델이다. 유럽에서 미리 선보인 스포티지 부분변경 모델은 2.0ℓ 디젤에 48V 하이브리드를 추가하고, 기존 1.7ℓ 디젤은 신형 1.6ℓ U2 디젤로 바꿨다.

9월 초부터 인도를 시작하는 니로 EV는 지난해 2만4000여대가 판매되며 국내 시장에서 베스트셀링 하이브리드카에 등극한 ‘니로’의 전기차 버전이다. 니로 EV의 환경부 공인 주행거리는 385㎞(64kWh 배터리 탑재 기준)다. 기본형 트림부터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차로 유지 보조, 차선 이탈방지 보조 기능 등의 반자율주행 사양이 기본으로 탑재된 것이 특징이다.

기아차의 ‘박스카(박스 형태 외관의 자동차)’ 3세대 쏘울은 10월경 판매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는 신형 쏘울을 출시하면서 해외시장 판매 회복세를 기대하고 있다. 쏘울은 국내에서 ‘찬밥’이지만 북미 시장에서 ‘효자’로 일컬어진다. 쏘울은 미국에서는 출시 9년째를 맞는 올해 100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매년 꾸준히 10만대 이상 팔았다는 얘기다. 쏘울은 지난해 미국에서 11만5712대가 팔렸다. 미국 내 기아차 판매(58만9668대)의 5분의 1을 담당하는 셈이다. 새 쏘울은 현대차 코나 등과 플랫폼을 공유하고 있어 SUV 형태로 변화가 예상된다. 다만 기아차가 새 쏘울 전기차 모델을 해외에만 출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판매 회복세에는 효과가 작을 것으로 보인다.

▲ 쉐보레 '말리부' 2018년형. 사진=한국GM

한국GM, 말리부로 회복세 점쳐

올해 상반기 군산공장 폐쇄 등 위기를 겪은 한국GM도 말리부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해 재기 발판을 다진다. 말리부는 몇 안 되는 한국GM의 국내 생산 차종이다. 말리부 부분변경은 한국GM이 내수 판매량을 확보하고 생산공장을 가동률을 높여야 한다는 점에서 특별히 신경을 쓰는 모델이다. 한국GM은 신형 말리부 동력계에 힘을 줬다. 입문 모델이 4기통 1.5ℓ 터보엔진에 무단 변속기를 장착했다. 성능은 최고 출력 160마력, 최대토크 25.4㎏·m로 입문 모델에서 보기 어려운 제원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고성능 RS트림을 판매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도 RS트림이 출시된다면 스포츠 세단 형태로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5월 부분변경 모델로 공개해 이달부터 판매에 들어간 신형 스파크도 한국GM의 기대주다. 신형 스파크에는 미스틱 와인, 캐리비안 블루, 팝 오렌지 등 총 9종의 감각적인 새 외장 색상을 제공해, 젊은 소비자들의 취향을 공략한다. 특히 하반기에는 스파크에 고객이 직접 외관 디자인 요소를 선택, 맞춤화할 수 있는 스페셜 에디션이 추가될 예정이다.

이외에 앞서 한국GM이 출시한 중형 SUV ‘이쿼녹스’도 하반기 판매 회복세에 기대를 거는 모델이다. 그러나 이쿼녹스 판매량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없다. 이쿼녹스 6월 판매량은 385대로 부진했는데 7월에는 전달 대비 50.4% 줄어든 191대에 그쳤다. 지난 6월 출시한 점을 고려하면 신차 효과를 거의 누리지 못한 셈이다. SUV 경쟁 모델인 현대차 싼타페가 매달 1만대가량 판매되며 인기몰이 중인 것과 대비하는 모습이다.

▲ 르노 경상용차 '마스터'. 사진=르노

르노삼성, 1톤 트럭시장 도전장...조용히 성장하는 클리오

르노삼성자동차는 올해 판매 둔화세를 회복하기 위해 소형 해치백 ‘클리오’의 성공에 사활을 걸고 있다. 클리오는 5월 총 756대가 판매돼 올해 국내 소형차 부문에서 월 최고 판매기록을 세웠다. 출시 이후 약 열흘 만에 세운 기록이다. 클리오는 지난 7월까지 총 1656대의 누계 판매를 기록, 소형차 분야에서 조용한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유사한 가격대를 형성하는 국산 준중형 차급 현대차 i30, 벨로스터, 쉐보레 크루즈보다도 판매량이 많다. 같은 기간 현대차 i30는 201대, 벨로스터 312대, 크루즈는 313대 규모의 누계 판매량을 나타냈다.

클리오의 이와 같은 실적은 토요타 프리우스 C, 푸조 208, 시트로엥 DS3 등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있는 수입차의 판매량보다도 높았다. 프리우스 C는 이 기간에 총 282대가 판매됐으며, 208은 50대, DS3는 10대 판매에 그쳤다. 클리오의 유일한 경쟁자는 현대차 엑센트다. 액센트는 올해 판매 누계가 1228만대로 클리오를 바짝 쫓고 있다. 이에 르노삼성은 클리오 구매 시 혜택을 주는 ‘클리오 서프라이즈 딜 이벤트’ 등 각종 행사와 프로모션 등을 준비해 성장세를 키우고 있다.

르노삼성차는 하반기 르노의 경상용차도 도입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 1t 트럭 시장은 현대·기아차가 독점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여기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민다. 업계는 지난 2010년 1월 출시된 마스터 3세대 모델 도입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마스터는 전륜·후륜구동을 모두 지원하고, 엔진은 2.3ℓ 직렬 4기통 터보 디젤을 탑재했다. 최고출력 100마력·125마력·150마력 등 세 종류로 구성된다. 르노삼성은 픽업트럭보다 앞서 밴 디젤 모델을 먼저 선보일 예정이다.

회사는 마스터 픽업 전기차 모델을 내년 초 출시할 계획이었지만 시장성이 크다는 판단하에 내연기관 조기 출시를 결정했다. 특히 전기차 픽업 모델이 들어온다면 경쟁력이 달라진다. 전기 트럭은 도심지 주행이 많은 영업용, 택배용으로 인기를 끌 전망이다. 전기 트럭은 디젤 엔진의 단점인 미세먼지가 거의 없고, 연비 면에서도 장점이 많다.

▲ 쌍용자동차 플래그십 SUV '2019 G4 렉스턴'. 사진=쌍용자동차

매달 기록 써내는 쌍용차...우리는 해외로 나간다

9년 연속 무분규 조기타결을 달성한 쌍용자동차는 8월 23일 선보인 대형 SUV ‘2019 G4 렉스턴’과 올 초 출시한 ‘렉스턴 스포츠’가 하반기 주력 모델이다. 렉스턴 스포츠는 6월에 이어 7월에도 4000대가 넘는 판매량을 보였다. 쌍용자동차는 렉스턴 스포츠 공급물량이 늘어나면서 지난 5월 이후 역대 월 최대실적을 매월 경신하고 있다. 특히 내수판매에서 렉스턴 스포츠와 G4 렉스턴의 판매 증대에 힘입어 지난해 7월보다 판매량이 13.5% 증가하며 올해 월 최대 판매실적(9823대)을 기록했다.

쌍용차는 하반기에 마땅히 내놓을 신차가 없다는 점이 고민이다. 그러나 렉스턴 브랜드와 티볼리가 내수 시장에서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쌍용차는 국내에 신차 출시를 미루고 해외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쌍용차는 11월 호주에 사상 첫 직영 해외판매법인을 설립하고 브랜드를 론칭할 계획이다.

쌍용자동차 관계자는 “출고 적체를 보이는 렉스턴 스포츠가 공급 확대하면서 티볼리와 함께 내수시장 회복세를 이끌고 있다”면서 “현재 예산으론 신차 출시가 어렵기 때문에 출시한 자동차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신차 출시는 내년 상반기를 예상한다”면서 “이와 함께 전기차를 개발 중이지만 출시까지는 2~3년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