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스쿨의 코칭 방향 중에서 염두에 둔 한 가지는 “현재 하는 일을 발전시켜 더욱 오랫동안 경제활동을 영위할 수 있을까”다. 물론 상담자가 처한 상황 및 환경, 바라는 미래상에 따라 다르지만, 많은 이들의 상담을 통해 얻은 결론은 “이기는 자가 남지 않고, 남는 자가 이긴다”는 만고불변의 진리였다.

결국 지금 하는 일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스스로가 바라는 미래를 직접 만들기 위한 ‘진화’가 필요했고, 그 진화가 곧 ‘전문가’라고 생각해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와 노력이 필요한지 적절한 경로를 함께 설정하고, 필요한 훈련을 직간접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기본으로 했다.

이는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면 해당 시장에서 계속해서 누군가의 부름을 받는 존재가 될 것이고, 꾸준한 자기 발전을 통한 시장이 바라는 역량의 축적과 함께 원하는 상태로 발전되어, 적어도 특정 시장 속 언제나 자기 몫을 하는 사람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조금씩 그 ‘전문가’라는 이들의 위상이 달라지고, 시장 속 기존의 전문가를 뒤엎는 이들이 나타나면서 전문가를 규정 짓는 몇몇 기준들이 시장 논리에 의해 변화되거나 변질되는 것을 자주 보게 되었다. 결국 막연히 특정 비즈니스 판에서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고 해도 누구도 믿지 않을 뿐더러, 앞서간 선구자를 좇아서 간들 나 또한 그(녀)와 같은 전문가가 된다고 아무도 보장할 수 없게 되었다.

결국 확실한 것은 아무 것도 없게 되었다고 느끼면서, 새로운 전략이 필요했다. 향후 미래가 가져올 환경을 고려한 보편적 인재상을 감안해야 하며, 동시에 분야별 특수성을 반영해야 했다.

이를 위해 기존 전문가들이 과거에 어떤 과정 및 단계를 거쳐서 전문가가 되었는지를 살펴보았다.

첫째, 철저히 ‘가지고 있는 지식과 경험’을 통해 누군가에게 전수하는 모습이었다. 물론 여전히 현역에서 스스로가 바라는 가치를 만들어내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 마치 특정 종목의 선수가 현역 은퇴 이후에 코치로 전향하는 듯한 행보를 보여왔다. 이는 ‘은퇴’라는 개념이 수십년에 걸쳐 존재해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은퇴 이후에 다음 스텝이 준비된 상황이었다.

둘째,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분야의 각종 자격증을 포함한 증거들을 많이 가지고 있어야 했다. 학위 및 관련 자격증은 필수라고 모두들 믿었다. 자신의 커리어가 정돈된 모습을 보여주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생각했고, 그렇지 못하면 주류로부터 멀어지는 모습이었다. 모두가 학위를 가지고 활동했기에 상대적으로 부족한 이들을 배척했다. 물론 비즈니스 판에서 요구되는 현장 경험을 포함 일부의 성공 경험도 함께 있다면 금상첨화였지만, 그런 경력을 가진 이들이 나타난 것도 불과 수년 전의 일이다.

셋째, 분야의 세분화를 가져왔고, 마치 해당 분야의 문지기 같은 역할을 했다. 학문의 발전은 비즈니스와 함께 기본적으로 ‘분화’로 시작됐다. 태초의 학문이라고 볼 수 있는 철학과 논리학 수사학이 모든 학문의 기초가 되었고, 정치, 경제, 경영을 포함한 사회과학의 뿌리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현재는 기본 학문 그 이하의 다양하게 분류된 분파까지 존재하면서 각자 한 자리씩 차지하는 모습이 되었다. 당연히 그 자리는 새로운 이론적 체계를 정립한 누군가에게 돌아갔고, 모든 영광은 해당 개념을 최초로 만든 사람 또는 그룹이 독차지했다.

넷째, 전문성 발현을 위한 새로운 영역의 발견이 기존의 학문적 분화로는 한계가 봉착했다. 모두가 한 자리씩 차지한 상태에서 이제 막 해당 분야로 진입하는 이들에게는 더 이상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고, 기존에 자리를 차지한 이들의 전문가 수명이 줄지 않은 것도 일부 영향을 끼쳤다.

결국 시장 및 업계를 놀라게 할 수 있는 새로운 분야가 나타나지 않고, 기존의 전문가들이 건재한 상황에서 분야별 새로운 전문가가 등장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누군가 자리를 내주거나 뺏어야 하지만 그 또한 녹록치 않았다.

과연 어떻게 하면 ‘전문가’로서 급부상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고민을 해보면서 얻은 결론은 ‘기존 전문가’가 되는 것을 처음부터 목표로 잡지 않는 것을 권하는 것이었다. 의외의 답변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답변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다.

과거의 전문가는 “특정 분야의 최고 권위에 가까운 학위 및 관련 경험을 가지고 오랫동안 연구 및 시장이 바라는 성과를 만들어 온 사람”이라고 한다면, 이직스쿨에서 정의하는 전문가는 “연관된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독특한 생각과 식견을 가지고 자신만의 가치를 발현하는 사람”이다.

더 이상 해당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하거나 관련 학위가 있다고 해서 전문가로 보기 어려우며, 특히 과거의 지식과 경험을 재탕하는 식으로 접근하는 이들이라면 더더욱 인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라는 책처럼 온고지신(溫故知新)처럼 꾸준히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과거의 성공을 통해 얻은 방법만을 계속해서 답습하는 사람 또는 기업에게 늘 통할 만한 절대적인 전문성 혹은 일정 이상의 성과를 기대하는 것이 어려워진 세상에서 기존 전문가의 정의 또한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작정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자신의 직장 생명을 연장하겠다는 접근보다는, “현재의 분야에서 어떻게 하면 ‘흥미’를 잃지 않고 오랫동안 즐기면서 지금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까”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또한 그 분야 속에서 원하는 성과를 만들기 위해, 그 성과는 단순히 물질적인 부분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가치가 담겨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같은 일이라고 해도 누가 하는가에 따라 다른 결과도 나타나지만, 그 과정 속에서 나누는 가치에 누군가의 개성이 얼마나 묻어나는가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의 이야기가 다소 먼 미래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분야별로 차이가 날 수도 있다.

다만 이렇게 생각하자. 지금 내 눈앞의 선배들이 차지하고 있는 자리가 나한테도 올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버려야 한다. 자리 물려주기도 자리 빼앗기도 더 이상 통하지도 않고, 누군가에게 매력적이지 않은 시대에서 더 이상 20세기형 전문가인가 아닌가의 논쟁도 무의미하다.

그저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면서 그 일을 통해 원하는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고, 변화된 환경에 맞춰 언제든 새로운 방법과 과정을 강구할 수 있고, 이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는 특정 분야를 발견함과 동시에 이에 맞춘 나 스스로를 발견하는 일도 계속해야 함을 잊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언제나 항상 나를 둘러싸고 습관화해야 할 생각이자, 일을 하면서 지녀야 할 태도다. 전문가가 되기보다는 그저 자신의 일을 묵묵히 즐기는 것, 그 과정 속에서 상대적이지만 어느새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