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정부가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조속한 시일 안에 투기지역 추가 지정을 검토할 것이란 발언이 이어졌지만 부동산 시장은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이미 정부 규제 정책에도 집값 잡기가 실패로 돌아선 만큼 투기지역 추가 지정 역시 집값 잡기에는 역부족이란 의견이 나오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관련 경제현안 간담회를 주재하면서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등을 조속한 시일 내에 추가지정을 검토해 과열 발생지역에 대해 투기수요 유입을 적극 차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날 간담회에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롯해 최종구 금융위원장,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 이은항 국세청 차장 등이 참석했다.

서울 25개구 전역은 투기과열지구 이자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여 있다. 투기과열지구는 ▲청약 1순위 자격 제한 ▲민영주택 재당첨 제한 ▲재건축 조합원당 재건축 주택공급수 제한(1주택) ▲분양권 전매제한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LTV·DTI 40% 적용 등의 규제가 시행된다. 투기지역은 이런 규제에 더해 양도소득세가 10%포인트가 가산되며 가구당 주택담보대출 역시 1건으로 제한 되는 등의 규제가 추가된다.

현재 서울에서는 강남구를 포함해 서초구, 송파구, 강동구, 용산구, 성동구, 노원구, 마포구, 양천구, 영등포구, 강서구 등 11개 지역이 투기지역으로 지정됐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투기지역을 추가로 지정할 경우 비투기지역 14개구 중 종로구, 중구, 동대문구와 동작구 등이 지정될 확률이 높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들 지역은 투기지역은 아니지만 최근 집값이 가파르게 뛰었다. 한국감정원의 지난달 주택가격 통계에 따르면 주택가격이 0.5% 이상 오른 곳은 총 7곳으로 이중 비투기지역은 ▲종로구(0.50%) ▲중구(0.55%) ▲동대문구(0.52%) ▲동작구(0.56%) 등이다. 동대문구의 경우 전농동과 답십리동, 휘경동 뉴타운이 속도를 내고 분당선연장선 연말 개통 등의 호재로 전농동 ‘래미안 크레시티’ 전용 84㎡가 지난 6월 9억3800만원에 거래가 됐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7월 말 6억7000만원에 거래가 됐지만 1년 사이에 3억원 가까이 뛴 것이다.

문제는 정부의 투기지역 추가 지정이 과연 서울집값을 잡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다.

황규완 하나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부동산과 관련된 모든 환경지표 예컨대 경제여건이나 금리, 공공지표는 모두 좋지 않음에도 집값이 오르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결국 안정된 자산이라고 인정된 것이 부동산이기 때문에 갈 곳 없는 돈들이 부동산으로 모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정부의 규제정책에도 가격 상승이 멈추지 않았기 때문에 투기지역 추가지정도 시장에서는 효과가 없다고 받아들일 것”이라면서 “단기 거래는 줄수 있겠지만 적응하면 다시 오를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동대문구 전농동의 H공인중개사 대표는 “이달 초부터 동대문구가 투기지역으로 지정될 것이란 예측이 돌고 있지만 그것 때문에 아파트를 사고자 하는 매수인이 사지 않는 경우는 없었다”면서 “오히려 주택담보대출 받기가 어려우니깐 신용대출 등을 통해서 자금을 마련해온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투기지역 지정이 대출을 막음으로써 가계부채 증가속도를 낮출 수는 있지만 부채 질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시각도 이어졌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지금 집값이 오르는 것은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며 집값을 올리고 있는 주체들은 투기세력이 아닌 실수요자들”이라면서 “실수요자들은 대출규제를 묶는다고 해서 집을 사지 않는 것이 아닌 신용대출 등을 통해서 부족한 대금을 채우려고 하기 때문에 오히려 가계부채 질이 악화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8년 2분기 중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올해 2분기말 기준 가계부채 증가규모는 24조9000억원으로 이는 전분기 17조4000억원보다 7조5000억원이 증가했다. 이 중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6조원으로 전분기(4조6000억원) 대비 1조4000억원이 확대됐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의 증가폭은 지난 1분기 4조9000억원에 불과했지만 2분기 10조1000억원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