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 5G 주파수 경매가 종료된 후 내년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위한 각 기업들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5G 주파수는 총 2개 대역이다. 3.5GHz 대역과 28GHz 대역이 존재하는 가운데 최근 주파수 경매를 통해 각자의 주인이 정해졌다. 주력은 3.5GHz 대역이다. 10년간 사용할 수 있는데다 전파 기능성이 강력해 5G 상용화의 핵심 주파수로 여겨진다. SK텔레콤과 KT가 100MHz 폭을, LG유플러스가 80MHz 폭을 가져갔다.

정부의 제도 기반 로드맵도 차근차근 완성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립전파연구원은 16일 5G 기지국과 단말기, 중계기를 위한 무선설비 기술기준(고시) 개정을 완료했다. 5G 국내 기술기준으로 무선설비 기술기준을 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핵심인 3.5GHz 무선설비는 3420MHz에서 3700MHz 범위 내에서 최소 10㎒ 폭, 최대 100㎒ 폭을 허용했고 추가 주파수 공급으로 100MHz 폭을 초과하는 건 일단 누락됐다. 28GHz 대역은 26.5GHz에서 29.5GHz 범위 내에서 각각 100MHz, 200MHz, 400MHz 폭 기준을 정했다.

▲ 삼성전자가 3.5GHz 대역 장비를 공개하고 있다. 출처=삼성전자

통신 장비는 어디를...
5G 주파수 경매가 종료된 후 무선설비 기술기준(고시) 개정까지 끝난 가운데 각 통신사들은 통신장비업체 선정에 고심하고 있다.

글로벌 1위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존재가 화두로 부상했다. LG유플러스는 일찌감치 화웨이 장비를 쓰기로 결정했다. 권영수 전 LG유플러스 부회장은 화웨이 통신장비를 5G 정국에 적극 활용하겠다고 못을 박아놓은 상태다.

LG유플러스가 화웨이 5G 통신장비활용을 공식화하자 많은 비판이 나오고 있다. 화웨이가 미국 시장 진출에 실패한 이유가 기밀유출이라는 점에서 LG유플러스가 화웨이 손을 잡을 경우 비슷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5G 인프라의 기밀 유출이 우려된다는 말이 나온다. 무엇보다 화웨이가 국내 5G 장비시장에 진입할 경우 토종 업체들의 고사 가능성도 제기된다.

화웨이 장비 도입으로 LG유플러스가 융단폭격을 당하고 있지만,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LG유플러스는 이동통신시장 3위 업체며 5G를 기점으로 삼아 반등을 노리고 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판을 흔들 수 없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하고 성능이 뛰어난 화웨이 장비를 선택하는 것은 일견 상식적인 결단이다. 화웨이는 5G 주력인 3.5GHz 대역 장비 시장에서 무시못할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삼성전자도 매력적인 통신장비업체다. 28GHz 대역 주파수 장비 쏠림현상이 심하지만, 최근 3.5GHz 대역 장비 시장에서도 두각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13일 3GPP 국제 표준 기반의 3.5GHz 대역 5G 기지국 장비를 전격 공개했다. 삼성전자가 28GHz 대역 장비 시장에서 경쟁자를 앞지르는 행보를 보이였으나 3.5GHz 대역 장비에서는 지금까지 별다른 포트폴리오를 내놓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종의 깜짝 이벤트로 평가된다. 삼성이 공개한 장비는 국제 표준 기반 제품 중 가장 작은 크기를 자랑하며 소프트웨어 개발과 최적화도 자신하고 있다.

엑시노스 5100으로 결실을 봤다. 엑시노스 모뎀 5100은 하나의 칩으로 5G를 넘어 각 세대별 이동통신 규격(GSM/CDMA, WCDMA/TD-SCDMA/HSPA, LTE 등)까지 지원하는 '멀티모드' 방식이다. 5G 통신환경인 6GHz 이하 주파수 대역에서 기존 4G 제품보다 1.7배 빠른 최대 2Gbps의 데이터 통신속도를 지원하며, 초고주파 대역(mmWave, 밀리미터파)에서도 5배 빠른 6Gbps의 다운로드 속도를 지원한다. 6Gbps는 FHD 고화질 영화(3.7GB)를 5초 만에 다운로드할 수 있는 속도로 소비자들은 향상된 모뎀 성능을 통해 초고화질 영상이나 가상현실(VR), 홀로그램, 자율 주행 등 대용량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다. 4G 통신환경에서도 1.6Gbps의 속도를 지원해 한층 빠르고 안정적인 데이터 통신이 가능하며, 2세대 10나노 첨단 공정이 적용되어 소비전력도 절감됐다.

▲ 엑시노스 모뎀 5100이 공개되고 있다.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강인엽 사장은 "시장에서 검증된 삼성전자만의 4G 통신 기술을 기반으로 업계 최초로 5G 국제 표준에 부합하는 엑시노스 모뎀 5100을 개발했다"며 "사물인터넷, 오토모티브 등 산업 전분야로 확장될 5G 시장에서도 지속적으로 기술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1월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과 협력해 28GHz 대역 주파수 장비 시장에도 진출했다. 삼성전자는 버라이즌 자체 통신규격인 5GTF(5G Technology Forum) 기반의 통신장비, 가정용 단말기(Customer Premises Equipment), 네트워크 설계 서비스를 공급한다는 설명이다.

버라이즌 에드 챈(Ed Chan) 최고 기술 설계 담당(Chief Technology Architect)은 “삼성전자와 같은 파트너사들과의 협력을 통해 마침내 소비자들에게도 5G가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미국법인 마크 루이슨(Mark Louison) 네트워크사업담당도 “삼성전자는 버라이즌과 실제 통신 환경에서의 테스트를 미국 전역에서 진행함으로써 5G의 가능성을 확인했으며, 5G를 활용해 완전히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AT&T에도 장비를 제공한다. 삼성전자는 AT&T와 5G 통신 기술을 활용한 고정형 무선접속(FWA) 서비스 통신장비 공급을 위한 막판 협상을 거듭하고 있다. 버라이즌에 이어 AT&T까지 품으면 삼성전자 5G 통신장비 경쟁력은 크게 올라갈 수 있다.

삼성전자의 매력은 통신장비부터 5G 단말기에 이르는 강력한 네트워크다. 관건은 5G 스마트폰이다. 삼성전자는 내년 초 5G 스마트폰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일정은 확인되지 않지만 내년 초 세계 최초 5G 상용화 시기에 맞출 것으로 보인다. 내년 상반기 갤럭시S10이 5G 스마트폰으로 출시될 가능성은 없지만, 파생 라인업을 중심으로 삼성전자의 5G 스마트폰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통신장비업체가 아니지만 5G 단말기 경쟁에 나서는 중요한 플레이어다. 북미 주요 이동통신사 중 하나인 스프린트에 내년 상반기 중 5G 스마트폰을 공급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스프린트 CTO(최고기술책임자) 존 소우(John Saw)는 “LG전자와 최초의 5G 스마트폰 출시계획을 발표하게 되어 기쁘다”라며 “내년에는 미국에서 첫 번째 5G 모바일 네트워크 서비스를 시작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고객이 일하고, 놀고, 연결하는 방식을 바꾸는 획기적인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5G 단말기 시장을 두고 삼성전자와 LG전자, 퀄컴 등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노키아와 에릭슨도 있다. 각 통신사들이 하나의 통신장비업체만 선택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최소한 2순위 장비 선정은 노린다는 각오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화웨이의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노키아와 에릭슨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흐릿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노키아와 에릭슨은 글로벌 통신장비시장에서 삼성전자에 앞선다. 기술력이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충분한 과실을 챙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5G 통신장비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출처=갈무리

미중 무역전쟁이 관건
국내 통신장비시장은 글로벌 시장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국내 통신3사의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글로벌 5G 통신장비시장에 미묘한 균열이 발생해 눈길을 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 제품이 글로벌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의외의 기회'들이 발견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버라이즌에 이어 AT&T까지 품어낸 것도 훌륭한 기술력이 발판이 됐으나, 미중 무역전쟁으로 미국에서 반 중국 정서가 강해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말이 나온다. 특히 화웨이는 백도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업계 초미의 관심사다. 국내 5G 통신장비시장의 흐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