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곧잘 인생에 비유된다. 시작과 끝이 있고 드라마틱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스포츠 지도자들은 리더십 사례에 많이 등장한다. 승자와 패자로 성공과 실패가 명확하게 구분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야구에서 김성근 리더십은 가장 알려져 있다. 그는 야신(野神, 야구의 신)으로 불릴 만큼 야구팬들의 뇌리에 깊이 박혀 있는 인물이다. 약팀을 강팀으로 성장시키는 명조련사로 알려지자 특정 구단의 팬들이 청원 운동을 주도해 감독으로 부임하기도 했다. 그는 야구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강인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했다. 한 때 철저한 기록을 바탕으로 쉼 없이 노력하는 지도자이자 리더는 결과로 말해야 한다는 냉혹한 승부사적 기질로 사회 전반에 걸친 성공적 리더십의 상징이었다.

대표적 지략가로 손꼽히는 염경엽 감독은 프로야구에서 소통하는 리더십으로 평가받았다. 제갈공명에 빗대 염갈량으로 불리는 그는 하위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뤄냈고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하는 ‘돌풍’도 만들었다. 자율야구가 꿈이라 이야기하며 실천했고 선수들을 향한 배려와 관심을 강조하면서 그것이 염경엽식 리더십의 키워드라고 말했다. 이런 리더십 스타일 또한 명감독 반열에 오른 후 언론과 대중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다.

축구에선 단연 히딩크 감독의 리더십이 회자된다. 히딩크 감독도 강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한 강력한 리더십의 상징이다. 온갖 비난과 타협의 유혹에도 고집과 신념으로 원칙을 고수했다. 그가 한국 축구 월드컵 사상 첫 승과 월드컵 4강에 오르는 기적을 만들어 내자 기업들 사이에는 앞다퉈 히딩크 리더십을 배우고 도입하기도 했다. 2002 한일 월드컵이 열리기 전 프랑스에 5-0, 체코에 5-0으로 패배하며 ‘오대영’이라는 비아냥을 받았지만, 월드컵 이후 우리나라에서 영웅 대접을 받았다.

2018아시안게임에서도 박항서 감독의 매직은 계속되고 있다.

홍명보 선수가 국가대표 감독으로 부임했던 2014 브라질 월드컵 16강 진출 실패 이후 슈틸리케 감독은 2014년 9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그는 부임 초기인 2015년에 전승에 가까운 성적으로 ‘갓(god)틸리케’ 칭호를 얻기도 했다. 이후 벼랑 끝에서 한국 축구를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은 슈틸리케 감독의 리더십이 세간에 집중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의 리더십은 때론 믿음의 리더십으로 상징되며 학교와 기업에 강연이 이어졌고 소통과 헌신적인 리더십의 표상이라며 언론의 격찬도 이어졌다. 지금은 믿을 수 없겠지만.

최근에는 베트남 축구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박항서 감독의 리더십이 연일 화제다. 이른바 박항서 매직으로 일약 베트남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는 친근하게 격려하고 믿어주는 이른바 아버지 리더십, 형님 리더십이다. 서번트 리더십(섬기는 리더십)이라고 해서 종교의 설교 사례로 활용되기도 하고 격려와 공감의 리더십라는 다양한 평가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나아가 그와 같은 리더십을 가진 정치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칼럼도 등장한다.

이제 가만히 생각해 보자. 어떤 때는 카리스마 기반 강력한 리더십이, 어떤 때는 소통 기반 부드러운 리더십, 어떤 때는 자율 기반 지켜보는 리더십이 언론과 대중들의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강력한 리더십은 자신만의 방식을 고집하는 제왕적 리더십으로 비판을 받는다. 소통하는 리더십을 유지하니 외부의 비판과 현실에 모두 눈을 닫았다 비난하기도 한다. 연승으로 갓틸리케 별명을 얻은 슈틸리케 감독은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마 앞으로 2연패만 당해도 이런 평가는 180도 달라질 것”이라 답했던 적도 있다.

결국 돌이켜보면 모든 리더십의 평가는 결과론적이다. 그 결과에 따라 리더십의 평가도 트렌드화 됐다. 결과로 평가되는 리더십은 특히 위기관리의 비중이 크다. 성공한 리더십은 위기관리에서 진가를 발휘했고 평가가 뒤바뀐 리더십은 대부분 위기관리의 과정에 기인했다. 하지만 다양한 형태의 리더십들이 결과로만 보는 성공과 실패의 잣대로 평가받는 것이 매번 아쉽다.

우리들은 항상 성공할 수 있는 리더십에 목말라 있다. 그래서 훌륭한 리더십을 가진 리더를 따르고 싶어한다. 항상 배우고 따라할 수 있는 롤모델을 찾는다. 하지만 완벽한 리더십은 없고 완벽한 리더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쉽게 시류에 휩쓸린다. 그래서 리더십의 평가 또한 한 덩어리가 아닌 성공적인 포인트가 있고 반면교사 삼아야 할 포인트로 나눠 바라볼 필요가 있다.

요즘 젊은 세대를 사이에 세상의 진리는 시쳇말로 케바케(case by case)와 사바사(사람 by 사람)이다. 하나의 상황으로 모든 것을 바라볼 수 없고 협소한 사람 관계로 모든 것을 평가할 수 없다는 말이다. 바람직한 철학과 원칙하에 상황에 맞게 리더십이 발휘되어야 하고 사람의 특성에 맞는 리더십이 적용되어야 한다. 다양한 상황에 대한 경험과 판단 능력을 보유해야 하고 다양한 사람들의 패턴과 성격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 통찰과 성찰이 사실상 훌륭한 리더십을 만드는 과정이고 가장 힘든 시간이다. 어쩌면 이 과정이 가장 힘들기 때문에 우리는 편하게 롤모델을 찾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제 훌륭한 리더십을 가진 리더만을 기다리지 말고 내가 훌륭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리더가 되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