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글로벌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주요 플레이어의 합종연횡과 신제품 출시로 올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으나 한국도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에서 '한 칼'이 있다는 평가가 나오며, ICT 대국굴기를 내세운 중국의 존재감도 강력하다.

▲ 아마존 에코가 가동되고 있다. 출처=갈무리

미국, 목소리 제일 크다
시장조사업체 ISA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의 최강자는 알렉사 에코를 내세운 아마존이다. 41%의 점유율로 일주하고 있다. 2위는 27.6%의 점유율을 기록한 구글이다. 구글 어시스턴트의 구글홈을 내세우고 있다. 중국의 알리바바가 7.0%의 점유율로 3위를, 애플이 5.9%로 4위다.

모든 ICT 기업들이 '인공지능 퍼스트' 전략을 외치는 가운데 아마존의 독주와 구글의 맹추격이 눈길을 끈다. 아마존은 2014년 일찌감치 인공지능 알렉사를 담은 스피커 에코를 출시해 시장을 선점했다. 지난해 1분기까지 글로벌 시장 점유율 80%를 넘기며 승승장구했다. 전자상거래 인프라와 AWS로 대표되는 클라우드 전략을 내세우는 한편, 다양한 파생 라인업을 내세워 '알렉사 에브리웨어'를 추구하고 있다.

구글은 아마존보다 늦게 인공지능 구글 어시스턴트를 탑재한 구글홈을 출시했다. 초반 시장 선점에 성공한 아마존 알렉사에 크게 밀릴 것으로 우려됐으나 빠르게 시장에 안착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가 올해 1분기 글로벌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 점유율을 조사한 결과, 구글홈은 26.5%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퀀텀점프에 성공했다. 지난해 1분기 점유율 12.4%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성장했다. 아마존의 알렉사는 같은 기간 점유율이 반토막이 났다. ISA의 2분기 점유율 조사와 동일하다.

▲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출처=갈무리

아마존 알렉사가 구글 구글홈의 맹추격에 흔들리고 있다는 말이 나오지만, 시장이 커짐에 따라 자연스럽게 벌어진 '점유율 교통정리'라는 평가에 무게가 실린다. 아마존 에코는 지난해 1분기 출하량 200만대를 기록했으며 올해 1분기 400만대로 2배 늘었다. 구글의 구글홈이 지난해 1분기 30만대 출하량에 그쳤으며, 올해 240만대로 성장했기 때문에 에코의 점유율이 크게 하락했다고 봐야 한다. 구글홈의 약진이 눈부시지만, 시장을 선점한 에코의 존재감은 굳건하다.

전자상거래 기반의 아마존과 포털 중심의 구글이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을 두고 격전을 벌이는 가운데, 두 회사의 다른 전략도 눈길을 끈다. 아마존은 인공지능을 중심에 두고 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점의 문어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아마존고'와 같은 무인 점포를 운영하는 한편 인공지능 기반의 다양한 플랫폼 사업에 집중하는 중이다. 아마존의 인공지능은 순수한 연결, 데이터의 확장, 이에 따른 플랫폼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구글의 인공지능 전략은 실생활에 영점조정을 했다는 평가다. 구글I/O에 등장한 듀플렉스는 추임새도 재연하는 인공지능 예약 서비스며,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렸던 알파고는 바둑두는 인공지능이다. 구글의 인공지능은 스마트홈을 중심에 두고 모바일 패권을 초연결 패권으로 이어가기 위한 강력한 매개체다.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을 테크 기반 기업과 전자상거래 기반 기업의 특수성으로 분류할 수 있듯이, 인공지능 시장도 동일한 대비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아마존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공지능 동맹도 끌어냈다. 알렉사와 코타나를 연동하기로 결단했기 때문이다. 두 회사의 인공지능이 통합되면 관련 생태계는 크게 넓어진다. 아마존은 전자상거래를 중심으로 성장했으며, MS는 PC 문서를 중심으로 하는 오피스 365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확보하고 있다. 아마존이 알렉사 에브리웨어를 통해 MS의 생태계까지 포함하면 클라우드와 인공지능 전략을 더욱 두텁게 만들 수 있으며, MS는 최근의 오픈 생태계 전략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도 잡을 수 있다. 두 회사의 접점이 별로 없기 때문에 서로 다른 이용자 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애플의 인공지능 전략은 아직 미습하다는 평가다. 시리를 통해 인공지능 시장에 제일 먼저 진출했으나 기술력이 생각보다 낮다는 혹평이 중론이다.

▲ 네이버의 도라에몽 에디션이 등장했다. 출처=네이버

한 칼있는 한국, 겁나는 중국
국내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도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네이버는 클로바의 웨이브, 카카오는 카카오미니를 출시했다. 네이버는 최근 인공지능 스피커 프렌즈 미니에 유명 일본 애니메이션 도라에몽 캐릭터를 접목한 '도라에몽 에디션'까지 출시했다. 실제 도라에몽의 목소리와 대화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약 300여 가지의 명령어를 통해 도라에몽과 인사, 감정, 기념일 등 일상적인 대화뿐만 아니라 도라에몽의 등장인물, 비밀도구 등 스토리에 대한 내용까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중심으로도 인공지능 스피커 전략을 가다듬는 중이다.

통신3사도 뛰어들었다. SK텔레콤은 인공지능 누구의 파생 라인업을 출시하는 한편, 내비게이션과 IPTV도 품에 안았다. KT는 기가지니를 시작으로 다양한 파생 플랫폼을 공개했다. 기가지니 버디에 시선이 집중된다. 하만카돈 스피커와 KT의 음성인식 기술로 품질은 높였을 뿐 아니라 합리적인 가격에 구입이 가능하다. 나만의 인공지능 스피커를 갖고 싶은 1인 가구, 주부, 학생 등에게 유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유플러스는 네이버와 협력하고 있다.

▲ KT의 새로운 인공지능 스피커 기가지니 버디가 보인다. 출처=KT

삼성전자도 뛰어들었다. 아직 실물이 공개되지 않았으나 갤럭시홈이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인공지능 빅스비를 탑재한 갤럭시홈은 하만의 AKG 스피커 6개가 탑재돼 있고 바닥에는 우퍼 1개가 달려 있어 입체적인 음향을 제공한다는 평가다.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인 스포티파이와 손을 잡아 음원 경쟁력도 확보했다.

글로벌 ICT 기업과 오픈 생태계를 추구하는 LG전자는 엑스붐(Xboom) 스피커의 새로운 라인업을 출시하며 엑스붐 AI 씽큐(ThinQ)를 공개할 예정이다. 고출력 앰프와 스피커가 별도로 구성된 미니 콤포넌트, 앰프와 스피커를 하나로 일체화한 원바디 등 홈 오디오, 블루투스나 무선랜(Wi-Fi) 기반으로 음악을 재생하는 무선 스피커, TV와 연결해 입체 음향을 구현하는 사운드 바가 지원된다. 구글 어시스턴트를 지원한다.

갤럭시홈은 11월, 엑스붐 AI 씽큐는 8월 말 IFA 2018에서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 LG전자도 인공지능 스피커 경쟁에 뛰어들었다. 출처=LG전자

중국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 경쟁력도 매섭다. 알리바바와 샤오미는 시장 점유율 톱5를 달리고 있다. 알리바바의 카드는 티몰 지니며 샤오미는 미니를 출시했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알리바바 티몰 미니 2분기 글로벌 출하량은 300만대, 샤오미 미니는 200만대다. 점유율로 보면 17.7%와 12.2%다. 2분기 미국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이 16% 성장률을 보인 반면 중국은 52%를 기록하는 등 막강한 존재감을 자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