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KDB생명이 지급여력(RBC) 비율 개선에도 불구하고 신용등급이 강등됐다. 금리상승에 따른 이자부담 확대, 채권평가손실 등이 예상되면서 자본적정성 지표 유지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은행 등 일부 판매사들은 RBC비율이 낮은 보험사의 상품 판매를 꺼리고 있다. KDB생명의 RBC비율 하락이 재차 하락할 수 있는 만큼 이익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낮다. KDB생명의 경영 위기에 대한 우려도 지속될 전망이다.

22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는 KDB생명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한 단계 하향조정했다. 앞서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도 KDB생명의 등급을 강등했다.

▲ KDB생명 수익성 추이 [출처:한국기업평가]

KDB생명은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전년대비 크게 흑자 전환했다. 일회성이익이 발생한 결과다. 경상수익은 여전히 부진하다는 점이 등급하락 요인으로 지목됐다. 지난 6월 KDB생명타워 우선매수권 매각으로 발생한 422억원을 제외하면 세전이익은 5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보유이원의 낮은 수익률로 이차손익 재고도 쉽지 않다. 신계약 취급 확대에 따른 신계약비 증가 가능성도 수익성에 부담이다.

유상증자, 자본성증권(영구채) 발행으로 지난해 말 기준 108.5%였던 지급여력(RBC) 비율은 지난 6월말 기준 194.5%로 상승했다. 당국 권고치(150%)를 상회했지만 금리상승에 따른 채권평가이익 감소, 기발행 후순위채의 자본인정분 차감, 자본규제 강화 등 하방압력이 지속되고 있다.

기존에 발행한 영구채 발행금리가 높아 이자배당 부담이 증가한 점도 중장기적 자본력 유지에 부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영구채는 만기가 있지만 발행사의 결정에 따라 만기를 연장하는 것이 가능해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된다.

앞서 KDB생명은 연 7.5%의 영구채를 발행했다. 미국채(5년물) 2.85%에 가산금리 4.66%가 더해졌다. 연간 이자는 약 170억원으로 이미 경상이익을 크게 웃돈다. 절대·상대금리가 높은 것은 물론 기업의 연속성까지 위협할 수 있는 규모다.

송미정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자본성증권 발행이 지속될 것”이라며 “RBC비율 방어를 위해서는 금리상승에 따른 채권평가 손실 증가분과 기발행 후순위채의 자본인정금액 차감분을 커버하는 규모의 자본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장기적으로 요구자본 증가에 대응할 여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KDB생명 RBC비율 추이 [출처:한국기업평가]

이익개선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재무건전성 저하, 방카슈랑스 판매 제한, 영업조직 축소로 신계약은 크게 감소했다. 자본확충과 영업조직 정비로 올해 2분기 신계약은 증가세로 전환했으나 회복속도는 기대치를 크게 하회하고 있다.

2분기 월납초회보험료와 신계약APE(연납환산보험료)는 각각 62억원, 748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증가했으나 영업이 위축됐던 2017년 수준(각각 90억원, 1132억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저축성 취급을 대폭 축소한 영향도 있으나 보장성 신계약도 전년 수준을 하회했다.

높은 이자부담과 이익개선 제한 등으로 RBC비율이 재차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금리상승 기조가 지속되는 만큼 KDB생명의 RBC비율이 재차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며 “일부 판매사(은행 등)은 RBC비율이 낮은 보험사 상품 판매를 꺼린다”고 말했다. 그는 “보험사의 자본확충 이슈가 영업력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자본확충 자체는 물론 이익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