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미국 주택 거래가 줄면서 주택 시장의 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출처= seattletimes.com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미국 주택시장이 올해들어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이후 회복세를 타던 주택시장이 올해 들어 분위기가 반전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의 잇따른 기준 금리 인상으로 모기지 금리가 동반 상승하면서 모기지론 이용이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물론 주택 시장의 거래도 감소세로 반전되고 있다. 주택 수요가 감소세로 반전되면서 주택시장도 매도자 우위의 시장에서 매수자 우위의 시장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 때문에 올해들어 주택가격도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모기지론 시장도 갈수록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신용도가 우수한 계층의 모기지론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주택 구입은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주택가격 금융위기이전 3분의 2수준 회복, 중산층에겐 혜택 없다

21일(현지시간) 블롬버그통신에 따르면 현재의 주택가격 수준은 2008년 금융위기로 집값이 하락이전의  3분의 2 수준까지 회복되고 있다. 물론 주택 가격 회복이 주택시장이 호황세를 구가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금융위기 이전인 2000년대 초반에는 주택이 중산층 이하 계층의 대표적 부의 축적 수단이었다. 그렇지만 금융위기이후 주택가격이 회복됐지만 중산층과 그리고 저소득층, 젊은 미국인들에게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 됐다.

자산 포트폴리오를 부동산에 집중했던 중산층 이하 계층들에게 금융위기는 그야말로 기존의 부의 축적수단인 주택에 대한 인식을 뒤바꿔놓았다. 지난 10년간 주택가격이 회복하고 있지만 중산층 이하 계층에게는 혜택이 돌아가지 않았다. 그 이유는 뭘까.  

우선 주택 소유율이 낮다는 데에서 그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주택 가격 상승으로 혜택을 보는 사람이 2000년대 초반보다 훨씬 적어졌다. 이것은 주택 거품의 붕괴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집을 잃었는지를 상기시켜 준다.

은행들의 담보권 행사(압류)는 수 없이 많은 모기지론 대출자들로 하여금 바닥에 떨어진 가격으로 집을 팔도록 강요했다. 오늘날 그들이 소유했던 주택 가격은 반등했지만 그 이익은 부유한 사람들이나 부동산 회사들에게 돌아갈 뿐이다. 금융 위기 당시 정부가 사람들이 자기 집을 보존하도록 해주지 못했다는 것은,  많은 중저소득층 국민들이 맨 땅에서 다시 재산 형성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기지 금리 상승으로 신청건수 크게 줄고 양극화 심화

주택소유자가 직접 거주하는 비율을 의미하는 주택 소유율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모기지 사태로 실제 모기지주택의 소유자들이 소유권을 부동산 관리회사로 마구잡이로 넘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이후 상당부분의 주택들이 부동산 관리회사들이 소유로 임대용으로 활용됐기 때문이다. 결국 주택 가격 상승의 수혜는 금융위기때 쫓겨난 모기지 주택 소유자가 아닌 위기때 싼 가격으로 소유하게된 부동산 관리회사가 주택가격 회복의 최대 수혜자인 셈이다.

최근 모기지 금리 상승은 신용도가 낮은 저소득층과 젊은이들에게 주택 마련을 더 힘들게 하고 있다. 모기지 금리는 2016년말 이후 이어진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동반 상승하면서 마침내 주택시장까지 압박하기 시작했다. 30년 만기 모기지 고정금리는 최근 4.53%를 기록하면서 1년 전 3.89%에서 큰 폭으로 뛰었다. 15년 만기 금리도 1년 전 3.16%에서 4.01%로, 5년 만기 모기지 변동 금리도 1년 전 3.16%에서 3.87%로 높아졌다.

모기지 신청 건수도 올해들어 현실화되고 있는 금리상승에 대한 부담으로 크게 줄었다. 미국 모기지은행연합회의 자료에 따르면 최근 한주간 모기지 신청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9% 줄었다.

결국 모기지론 시장도 극단적인 양극화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용도가 높은 사람들의 모기지론은 증가하고 있지만 신용도가 낮은(less-than-stellar ratings) 사람들의 대출은 완전히 씨가 말라가고 있는 것이다.

▲ 30년 고정금리 모기지 평균 금리가 1년 전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출처= FRED

주택 거래 4월이후 하락세 반전,  가격 상승세도 꺾여

주택시장 수급의 바로미터인 주택시장의 거래량과 가격에도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매도자가 가격을 주도하던 주택시장이 올해들어 매수자가 가격을 주도하는 시장으로 변하면서 매도 호가가 계속 하향 조정되고 있다.

미국 35개 대도시 가운데 절반 가량은 주택 가격 상승 폭이 둔화된 것으로 파악됐다. 집값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국의 주택 거래는 4월과 5월에 오히려 하락했다. 거래가 가장 활발해야 할 봄 철에 거래가 감소한 것이다. 향후 주택 거래 흐름을 보여주는 잠정 주택 거래도 정체 현상을 보였다. 잠정 주택 거래는 주택 구입 계약 체결 건수를 집계한 지표로 거래가 완료되는 1~2달 뒤의 주택 거래 실적을 미리 보여주는 선행 지표로 사용된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북동부와 중서부 지역의 거래량은 늘었지만 남부와 서부 주택 거래가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전국적인 하락세를 이끌었다고 밝혔다.   

주수요처인 외국인 투자가들도 발 빼기 시작

미국 부동산 시장만큼 안전한 투자처가 없다던 해외 구입자들도 미국 주택 시장에서 서서히 발을 빼고 있다. 2017년(2016년 4월~2017년 3월) 급증했던 외국인들의 주택 구입이 올 들어(2017년 4월~2018년3월) 다시 감소했다. NAR에 따르면 올해 외국인들은 약 1210억 달러 어치의 주택을 구입했지만 2017년 구입 규모에 비해 약 21%나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외국인들이 차지하는 주택 구입 비율도 낮아졌다. 올해 약 1조 6000억 달러에 달하는 전체 주택 거래 중 외국인과 이민자들의 비율은 약 8%로, 2017년의 10% 보다 낮아졌다. NAR은 2017년 급증했던 외국인, 특히 중국과 캐나다인의 주택 구입이 크게 감소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