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배터리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의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전기차 배터리 글로벌 출하량 순위를 보면 중국의 CATL이 18.5%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고, 그 뒤를 일본의 파나소닉이 근소하게 뒤진 2위를 기록했다. 3위는 중국의 배터리 업체 BYD였다. 한국의 LG화학은 9.1%의 점유율로 4위, 삼성SDI는 4.7%의 점유율로 6위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에서 우리 업체들은 중국 업체에 비해 크게 밀렸다. 중국의 CATL은 349%, BYD는 158%를 기록했지만 LG화학은 36%, 삼성SDI는 38%의 성장률을 보였다. 이런 이유에서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중국에 크게 밀리고, 일본과의 경쟁에서도 밀리는 ‘샌드위치 신세’에 놓여 있다는 걱정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중국 시장에만 배터리를 공급하는 중국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를 제외한 전 세계 출하량 순위에서 우리 업체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SNE리서치가 중국 출시 전기차용 중국산 배터리를 제외하고 조사한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출하량에서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은 각각 2위, 4위, 7위를 기록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올해 상반기 124.7%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의 절반은 유럽, 북미 등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이는 바꿔 말하면 한국 배터리 업체들의 기술력이 세계에서도 수준급이라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북미, 유럽의 완성차 업체들은 중국 자동차 업체보다 브랜드, 인지도, 기술력에서 더 뛰어나다고 평가받는다.

현대차증권도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중국 배터리 제조사들보다 향후 더 유리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은 각각 기초소재, 전자재료, 정유·화학 사업에서 안정적인 캐시카우 사업을 보유하고 있기에 언제라도 배터리에 추가 투자가 가능하다는 것을 경쟁 우위 이유로 꼽았다.

에너지 밀도로 대변되는 전기차 배터리 기술력에서도 우리 업체들이 앞서는 것으로 평가됐다. 1회 충전 시 더 많은 거리를 갈 수 있는 배터리는 전기차 경쟁력의 본질이다.

중국 시장서 밀린다는 것에서 위기의식을 갖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중국의 보조금 지급 정책이 2020년 만료되면 중국 배터리 업체의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데다, 중국 내 수요도 증가해 물량이 부족해질 수 있는 만큼 한국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에게 기회는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이런 기술력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다. 배터리 강국 한국의 위상이 계속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업의 투자, 정부의 지원이 무엇보다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