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 음원 플랫폼 사업자 지니뮤직이 22일 미래형 음악 서비스의 청사진을 발표했다. 단순한 음악 감상에서 벗어나 홀로그램과 가상현실, 증강현실을 아우르는 미래형 미디어 콘텐츠의 구현이 목표다. CJ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기획력과 기술력의 콜라보를 끌어내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발표했다.

지니뮤직은 지난해 LG유플러스를 대상으로 한 유상증자를 통해 디지털 음악 플랫폼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국내 음악시장을 이끄는 주요 콘텐츠 사업자들과 긴밀하게 협력하는 전략을 구사했으나 멜론의 벽을 넘지 못해 번번히 좌절한 바 있다. 지니뮤직이 최근 CJ ENM 자회사인 CJ디지털뮤직을 흡수합병한 이유다. 통합 지니뮤직의 1대 주주는 KT, 2대 주주는 CJ ENM, 3대 주주는 LG유플러스다. 콘텐츠 전략을 강화하면서도 음원 경쟁력과의 시너지가 없어 고민한 CJ와 두 통신사가 결합했으나 멜론의 아성을 넘지 못해 걱정한 지니뮤직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는 평가다.

지니뮤직이 야심찬 계획을 세웠으나 국내 경쟁자의 존재감이 강하고, 글로벌 업체의 진격도 매섭기 때문에 어려운 길을 갈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지니뮤직에서 KT와 협력하는 LG유플러스의 행보에도 집중하고 있다. IPTV에서 넷플릭스와 유대관계를 가져가는 LG유플러스는 지니뮤직의 경쟁자인 구글 유튜브 프리미엄, 애플뮤직과도 협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의 협력전선이 지나치게 넓은 가운데, 지니뮤직의 꿈이 원만하게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 지니뮤직의 홀로그램 기술이 가동되고 있다. 출처=지니뮤직

지니뮤직의 야심찬 꿈
지니뮤직의 목표는 미래형 미디어 콘텐츠 구현이다. 김훈배 지니뮤직 대표는 “KT가 제공하는 세계 최초 5G 서비스에 얹을 ‘미래형 음악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며 “지니뮤직은 홀로그램 콜라보레이션 공연과 같은 실감형 서비스를 통해 고객들이 이전에 체험하지 못했던 음악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스피커의 핵심 콘텐츠가 음원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적절한 상황판단이다.

홀로그램은 사람과 사물이 실제 눈 앞에 있는 것처럼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영상 전달 방식으로 5G 시대의 대표적인 실감형 콘텐츠다. KT는 2014년 국내 최초로 홀로그램 공연을 선보인 후 다양한 장르의 홀로그램 콘텐츠를 제작하며 기술력을 쌓아 왔다. 지니뮤직은 2022년 KT의 첨단 ICT 기술을 활용해 360도 전 방향에서 볼 수 있는 차세대 홀로그램을 비롯해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 5G 시대의 미디어 콘텐츠를 지속 선보일 계획이다.

구체적인 액션플랜도 나왔다. 올해 연말 전체 가입자의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인텔리전스 큐레이션’ 서비스를 비롯해 차세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서비스 ‘IVI 지니 서비스’를 선보이며 내년 1분기에는 CJ ENM의 최신 음악 관련 영상콘텐츠를 중심으로 지니 애플리케이션을 전면 개편한다. 누구나 음악서비스를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지니 오픈형 SDK(Software Development Kit,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를 출시하는 등 음악산업의 판을 키우는 혁신적 서비스들을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인텔리전스 큐레이션은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을 바탕으로 사용자 취향을 분석해 음악을 추천하는 서비스다. KT의 기가지니를 비롯해 네이버 클로바, 삼성전자 빅스비 등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IVI 지니 서비스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다. 차량의 통신제어장치(CCU, Communication Control Unit)를 통해 도로상황, 운행정보는 물론 탑승자의 음악적 취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음악을 제공하는 공감형 큐레이션 전략이다.

지니 앱은 동영상 콘텐츠 중심으로 전면 개편된다. CJ ENM이 갖고 있는 5만여편의 동영상 중 인기콘텐츠를 지니 앱에 탑재해 ‘채널 지니’ 코너를 새롭게 선보인다. 지니뮤직은 KT와 LG유플러스의 통합 내비게이션인 원내비에 관련 업계 최초로 오픈형 SDK를 적용했다는 설명이다.

CJ와의 협력도 핵심이다. CJ ENM 소속 인기 아티스트들의 발매 음원뿐 아니라 CJ ENM이 출시하는 드라마 OST, 방송 음악콘텐츠 유통을 전담한다. 지니뮤직은 CJ ENM과 공동으로 콘서트, 쇼케이스, 버스킹 추진 등 다방면에서 협의를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김훈배 지니뮤직 대표는 “KT그룹의 ICT 역량과 최근 확보한 콘텐츠 경쟁력을 접목해 고객들이 지금까지 체험하지 못했던 음원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5G 기반의 미래형 음악서비스를 바탕으로 500만명 이상의 유료 가입자를 확보해 지니를 대한민국 대표 음악플랫폼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 통합 지니뮤직의 합병 전후 비교. 출처=지니뮤직

만만한 시장은 아니다
지니뮤직이 CJ와 협력해 미래형 음악 콘텐츠 플랫폼의 비전을 공개했다. 그러나 넘어야 산은 많다.

국내 음원 스트리밍 업계의 최강자는 카카오M의 멜론이다. 45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며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M으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지난 5월 카카오는 카카오M을 합병하는 한편 음악 콘텐츠의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카카오의 데이터, 플랫폼, 기술을 유기적으로 결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카카오 3.0을 맞아 카카오M을 중심으로 음원을 넘어서는 플랫폼 경쟁력을 보여준다는 각오다. 카카오M 이제욱 대표는 “멜론은 그동안 음악 콘텐츠와 플랫폼의 유기적 결합으로 견실히 성장해왔지만 이제 음악은 멜론뿐만 아니라 더 큰 카카오 플랫폼과 함께, 그리고 콘텐츠는 음악과 영상을 아우르는 사업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도 조만간 국내 음원 스트리밍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멜론을 매각한 후 5년만에 재차 음원 스트리밍 시장에 재진출하는 셈이다. 전통적인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을 인수하는 것이 아닌, 플랫폼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핵심 제작집단과 손을 잡은 지점이 의미심장하다. 앞으로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은 자체적인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회사를 설립하며 더욱 사업 전면에 나설 수 있을 전망이다. SK텔레콤은 SM엔터테인먼트와 깊은 유대관계를 맺으며 공동으로 ‘위드’라는 별도의 인공지능 스피커를 출시한 경험도 가지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과 팬덤을 연결해 SK텔레콤의 플랫폼으로 풀어내는 다양한 로드맵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기업의 공세도 눈여겨 볼 포인트다. 구글은 지난 5월 유료 모델인 유튜브 레드를 없애고 새로운 서비스인 유튜브 프리미엄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유튜브 프리미엄은 유튜브 레드의 기존 서비스에 유튜브 뮤직 서비스가 더해지는 구조며 월 11.99달러의 가격이 책정됐다. 아직은 가능성이지만 글로벌 음원 스트리밍 강자 스포티파이의 국내 진출설도 들린다.

흥미로운 대목은 LG유플러스와 구글 프리미엄의 연합이다.

지니뮤직에 참여한 LG유플러스가 구글 유튜브 프리미엄과도 손을 잡았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 로드맵을 둘러싼 설왕설래가 많다. LG유플러스는 애플 뮤직과도 공동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음원 저작권 문제 등 규제 관련 논란도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한국음반산업협회 등 4개 신탁관리단체의 음원 전송사용료 징수규정 개정안을 수용했다. 음원업계 공동의 문제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