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말 한국의 직구족들은 미국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디페린겔(Differin Gel)’이라는 여드름 치료용 연고를 사느라 분주했다. 무슨 여드름 약까지 미국에서 사야 하나 싶겠지만 한국에서는 병원에서 처방을 받고 약국에서만 구입이 가능한 전문의약용품인 이 제품이, 미국에서는 의사의 처방 없이 인터넷이나 슈퍼마켓, 편의점에서 구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드름 치료제 디페린겔 0.1%는 본래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약품이었으나, 2016년 중순 미국식품의약청(FDA)이 의사의 처방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비처방약으로 승인했다.

이 제품을 생산하는 갈더마 제약회사의 다른 제품인 디페린겔 0.3%는 여전히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다. 하지만 디페린겔 0.1%는 5차례의 임상시험 결과 경증 내지는 중등도 여드름 치료에 사용될 때 소비자들에게 안전한 것으로 나타나 비처방약으로 승인하게 됐다고 FDA 측은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디페린겔 0.1%가 비처방약으로 바뀌었지만, 국내 병원에서는 디페린겔 0.1%가 처방을 받아야 하는 약품이기 때문에 한국의 직구족들이 미국에서 구매하게 된 것이다.

피부과를 찾아가서 진찰을 받아야 하는 불편함을 줄일 수 있기도 하지만, 미국에서 직접 구매 시 훨씬 저렴한 점이 장점이다.

한국에서 디페린겔을 처방받을 경우 병원을 방문해서 처방받는 비용만 5000원에서 1만원 정도가 필요한 데다 약국에서 구입하는 가격이 2만원이 훌쩍 넘어 총 3만~4만원이 든다. 반면 미국에서 디페린겔은 아마존에서 현재 10달러에 판매되고 있으니 절반도 안 되는 셈이다.

미국에서는 이처럼 병원 처방이 필요 없고 약국이 아닌 슈퍼마켓이나 편의점 등에서 구매할 수 있는 의약품이 한국보다 훨씬 다양하고 많은데, 약 30만개의 약품이 약국이 아닌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오버더카운터(OTC) 드러그라고 흔히 불리는 처방전 없이 구매할 수 있는 일반 의약품들은 소비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 비치됨으로써 약국 영업시간 이후에도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구할 수 있다.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81%가 질병의 첫 증상이 나타났을 때 OTC 의약품으로 먼저 치료를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약품을 손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내 약국은 5만4000개이지만 OTC 약품을 판매하는 상점들은 75만개나 되기 때문에 가까운 점포에서 약품을 구매하는 것이다.

또 의사 처방이 필요 없기 때문에 의료보험이 없거나 처방의약품 보험이 없는 사람들도 구입할 수 있으며 가격도 저렴하다.

OTC 약품을 구입함으로써 연간 소비자들이 절약하는 돈만 1020억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또 대부분의 의사들이 OTC 의약품의 성능과 효과에 대해서 확신한다는 점도 소비자들의 선택을 더욱 쉽게 하는 이유다.

위의 이유들은 한국에서도 소비자들이 편의점 판매 약품을 확대해달라는 요구와 일치하는데, 특히 미국의 경우 다른 점이 있다면 소비자들이 자기 건강과 관련한 결정을 스스로 한다는 자율 결정 권리를 주는 것에도 방점이 찍힌다.

장점이 많은 만큼 OTC 약품의 문제점도 있는데 한국 약사회가 편의점 상비약 판매 확대를 적극 반대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점은 약품의 오남용이다. 미국 편의점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약품 중 하나인 타이레놀의 경우 특정 약품들과는 함께 섭취하면 안 되는데 소비자들의 경우 이를 무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나 10%의 사람들만이 OTC 약품에 적혀있는 복약용법이나 주의사항을 모두 읽는 것으로 알려져서 실수로 인한 약물 과다 복용의 위험이 있는 것이다.

문제점이 있지만 장점도 많은 의약품 편의점 판매가 한국에서도 활성화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