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글로벌 주요 IT기업들이 ‘엣지컴퓨팅’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소프뱅크그룹, 시스코 등이 그 예다. 이런 행보가 IT 시장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 주요 IT기업들이 엣지컴퓨팅 사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출처=한국투자증권

엣지컴퓨팅이란 사물인터넷(IoT) 기기들의 데이터를 중앙센터에서 처리하지 않고 데이터가 생성된 위치에서 가까운 곳에서 처리하는 기술이다. IoT 기기들이 생성한 데이터를 데이터센터나 클라우드로의 경로를 거쳐 송신하는 대신, 데이터가 생성된 장치 자체나 로컬 컴퓨터 등이 처리하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은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 해주기 때문에 준 실시간 데이터 처리가 가능하다. 즉, 시간이 지연되는 것에 민감한 정보 처리에 유용하다. 금융 서비스, 제조, 자율주행 자동차 등의 기술에 매우 유용한 셈이다. 

인터넷으로 연결된 데이터센터에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를 저장해 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쓸 수 있는 서비스인 클라우드 서비스는 활용성이 뛰어나지만, 자율주행차 같은 실시간 대응이 중요한 서비스에는 지연시간이 길어져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엣지컴퓨팅이 클라우드의 단점을 해결할 수 있는 보완재로 여겨지는 이유다. 

한국투자증권의 정희석·장환영 애널리스트는 ‘시작되는 엣지컴퓨팅 산업’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21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주요 IT 기업들의 엣지컴퓨팅 사업이 눈에 띄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로 인해 새롭게 창출될 IT수요에 대한 고민을 촉구했다. 

구글은 지난 7월 말 자체 AI반도체 ‘TPU(Tensor Processing Unit)’를 데이터센터 이외에도 사용자 영역에서 사업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엣지 영역으로 자사의 반도체를 확대하는 모습이다. TPU는 구글이 개발한 반도체이며 AI, 빅데이터 등 데이터분석을 수행한다. 지난 2015년 이후 데이터센터 기반 클라우드컴퓨팅 사업에 주로 활용됐다. 그러나 엣지 TPU를 통해 구글은 컴퓨팅 파워를 사용자 IoT 영역까지 확대 적용하는 모습이다. 인터넷 기업인 구글이 반도체 영역으로 진출을 본격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보고서는 “엣지 영역의 AI컴퓨팅 능력을 둘러싼 반도체와 인터넷 기업 간의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고 주장했다.

정희석 애널리스트는 “엣지 TPU는 자사 개발 반도체를 외부 사이트에 직접 들고 나가 사업화한다는 점에서 그동안의 방식과 크게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엣지 TPU가 엔터프라이즈 서버, 제조장비, 자동차·가전 등의 디바이스 등의 프로세서 반도체로서 기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그래픽 반도체를 일반 용도 기능을 확장해 온 엔비디아에 구글이 경쟁기업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또한 AI반도체를 엣지 IoT 사업에 활용하고 있다. MS는 지난 5월부터 자체 AI반도체 ‘브레인웨이브’의 외부사업을 시작했다. 고객사는 브레인웨이브를 MS의 엣지컴퓨팅 솔루션 ‘에저 IoT 엣지’ 환경 디바이스에 탑재해 사용할 수 있다. 

보고서는 브레인웨이브가 우선 엔터프라이즈 서버영역에 먼저 확대 적용될 것으로 전망했다. 사업 파트너는 전자제품 제조·판매 업체 델(Dell)과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 회사 HPE(휴렛 팩커드 엔터프라이즈)로 파악된다. 

일본 최대 IT 업체 소프뱅크그룹도 엣지 기반 AI 사업에 적극성을 보인다. 자회사 ARM 홀딩스를 이용하겠다는 전략이다. ARM은 CPU 반도체 설계 기업으로 저전력 솔루션 구축 노하우를 바탕으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CPU 점유율 95% 이상을 유지하는 기업이다. 보고서는 소프트뱅크비전펀드의 투자기업인 엔비디아의 GPU도 엣지컴퓨팅 기술의 핵심 반도체로 판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엔비디아는 현재 자율주행차량용 AI반도체부터 로봇, 드론, 가전제품 등에 적용되는 AI반도체 등 엣지컴퓨팅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엔터프라이즈 인프라 시장이 회복세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최대 기업향 서버·네트워크 장비 제조 업체인 시스코의 실적회복이 이유다. 시스코는 지난 5월~7월 분기 매출이 전년보다 6% 증가했는데, 이런 결과는 시스코의 기업으로 가는 제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한 탓이라는 설명이다. 기업 서버 시장의 회복은 IBM,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IT기업의 2분기 실적에서도 확인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인프라 사업자의 성장은 이번주 실적 발표가 예정된 기업향 사업자 HPE, VMware, Nutanix의 성적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정희석·장환영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 “여전히 글로벌 IT수요가 대형 인터넷 기업의 데이터센터 투자에서 비롯되고 있지만, 엣지컴퓨팅 시장도 예상보다 빠르게 구체화되고 있다”면서 “인터넷 기업들의 AI반도체 사업 외부화, 엔터프라이즈 인프라 시장의 회복, 소프트뱅크그룹의 엣지 AI 중심의 기업 투자 강화에 관심이 필요하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