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뉴미디어 환경이 조성되며 전통의 강자 지상파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지상파 제작 콘텐츠의 시청률이 바닥을 기는 사이 1020 시청자들은 CJ 등 후발주자에 대부분 빼앗겼으며 광고 매출도 하락 일변도다.

넷플릭스 등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의 등장으로 시장이 격변하고 있으나 적절한 대응에 나서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상파는 중간광고 허용과 재송신료, VOD 수입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비판이다.

▲ tvN의 신작 '미스터 선샤인'의 시청률은 15%를 넘긴다. 출처=CJ

지상파 "아, 옛날이여"

지상파 방송사의 위기는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킬러 콘텐츠인 드라마 시청률은 5%를 넘기기 어렵고 메인 뉴스의 주목도마저 떨어지고 있다. CJ 등 케이블 방송사와 종합편성채널이 톡톡튀는 기획력을 바탕으로 시청자들을 포용하고 있지만 지상파 콘텐츠는 '고루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CJ E&M의 스튜디오 드래곤이 보여주는 독특한 '색'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상파 방송사의 전체 매출도 줄어들고 있다. KBS와 MBC, SBS의 지난해 총 매출은 6800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3100억원 줄어들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달 29일 352개 방송사업자 재산상황을 수집해 발표한 2017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에 따르면 매출 기준 KBS는 1조4163억원, MBC 6655억원, SBS 7163억원, EBS 1636억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지상파의 지난해 광고 매출액은 전년 대비 약 2107억원이 감소했다.

지상파 콘텐츠가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며 전체 매출도 하락세를 이어가자 특단의 조치들이 나오고 있다. 대표 사례가 재송신료 협상이다. 전통 광고매출, 간접광고 등으로 수익을 제대로 올리지 못하는 가운데 지상파 콘텐츠의 가치에 주목한 협상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부산고등법원은 지난 16일 SBS와 울산지역 케이블 방송 JCN울산방송의 소송에서 SBS의 손을 들어줬다. 지상파 재송신료를 두고 지상파와 지역 SO의 갈등이 첨예하게 벌어진 가운데 법원이 지상파 콘텐츠의 가치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지상파 콘텐츠는 원래 지상파 플랫폼을 통해 무료보편의 가치를 추구해야 하지만, 낮은 직접수신율로 인해 케이블 SO와의 협력이 불가피하다. 지상파는 SO에 콘텐츠를 제공하며 재송신료를 받고 SO는 지역 플랫폼 장악력을 올릴 수 있는 '윈윈'모델이다. 그러나 최근 지역 SO들은 지상파 콘텐츠가 공익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무료보편의 측면에서 풀려야 하며, 지상파의 광고가 지역 SO를 통해 방영되면서 별도의 수익이 발생한다는 이유로 단순 재송신은 어렵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정당한 콘텐츠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지상파와의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 문제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지상파는 콘텐츠의 가치를 인정받은 부산고등법원의 판단이 나왔기 때문에, 여세를 몰아 조만간 유료방송 사업자들과 벌일 재송신 협상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전략이다. IPTV와의 지상파 콘텐츠 VOD 비용은 물론 각 유료방송 사업자와의 재송신료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간다는 계획이다.

▲ 지상파 방송사의 매출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출처=각 사

중간광고도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지상파는 현재 케이블이 단행하는 프로그램 중간광고를 허용해달라고 줄기차게 요청하고 있다. 프로그램의 길이를 줄여 사실상의 편법 중간광고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아예 방통위가 정식으로 허용해달라는 주장이다. 방통위는 지상파의 중간광고 도입 여부를 두고 오는 12월까지 여론을 수렴해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콘텐츠 시장부터 흔들린다

글로벌 OTT 사업자 넷플릭스의 국내 진출은 전체 방송 시장에 강력한 충격파를 던졌다. 아직 넷플릭스는 국내에서 위협적인 구독자 순증을 기록하지는 못하고 있으나 LG유플러스와 협력해 IPTV 시장의 판을 흔드는 한편, 콘텐츠 기획과 제작은 물론 해외 배급까지 아우르는 경쟁력으로 '발 아래의 시장'을 정조준했다는 평가다.

넷플릭스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를 시작으로 국내 콘텐츠 시장에 개입하는 한편, 막대한 투자를 통해 미디어 시장 전반을 흔들고 있다. 미디어 업계의 시작점인 '콘텐츠 제작 시장'을 끌어와 글로벌 배급이라는 당근을 흔들며 재능있는 제작자와 연예인들을 확보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국내 코드커팅에 실패했으나, 넷플릭스의 콘텐츠 업계 공략은 유료방송 전체는 물론 지상파에도 큰 위협이 될 전망이다.

▲ 넷플릭스의 콘텐츠 시장 공략이 빨라지고 있다. 출처=넷플릭스

낮은 직접수신율로 플랫폼 경쟁력을 사실상 잃어버린 지상파의 마지막 카드인 콘텐츠 제작도 자유로운 제작 환경조성과 대규모 자금 지원, 해외 배급을 내세운 넷플릭스의 공세에 흔들릴 수 있다는 뜻이다. 미디어 인셉션의 박창능 부소장은 "넷플릭스의 진가는 콘텐츠 수급과 해외 배급이 가능하다는 점에 있다"면서 "지상파의 대작 콘텐츠가 실종된 지금, 재능있는 제작자와 연예인들은 글로벌 시장 개척을 도와줄 수 있는 넷플릭스에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