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 대한민국 목재박람회’(2018 WOOD FAIR)는 20일부터 22일까지 사흘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이코노믹리뷰=김진후 기자] ‘2018 대한민국 목재산업 박람회(2018 WOOD FAIR)’가 열린 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D홀은 향긋한 나무와 허브 향이 물씬 풍겨왔다. 산림청이 주최하고 한국임업진흥원이 주관해 사흘 일정으로 열린 이번 박람회에는 54개 목재산업 업체가 164개의 부스를 열어 각종 목재상품과 관련 산업부품 등을 다수 전시해 짙은 나무향이 관람객들의 코를 자극했다. <이코노믹리뷰>가 이날 오후 박람회장을 방문했을 때 건축가와 가족단위 관람객은 물론 외국 기업 관계자들이 다수 눈에 띄었다.

이처럼 다종다양한 관람객들이 몰린 것은 목재산업이 우리경제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고 건강 등을 위해 도마와 목조주택 등에 대한 관심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산림청의 2016년 ‘목재제품의 생산, 수입, 유통시장조사’에 따르면 국내 목재 생산업체의 매출액 총액은 2015년 기준으로 약 3조1321억원 규모다. 이는 그 전년의 3조167억원보다 약 3.7% 증가한 것이다. 제품 품목별로 차이가 크지만 목재제품 생산업체의 매출액 평균은 93.9억원이다.

업계 총 매출액의 45.5%를 차지하는 제재목은 약 1조4263억원으로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한다. 섬유판이 약 5756억원, 목질바닥재가 약 2891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목재제품 생산업체의 총 종업원 수는 1만461명으로 업체당 평균 약 11.9명이 종사하고 있다.

▲ 한국DIY공방협회가 연 가구 제작 행사에 참여한 관람객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행사는 건축, 생활, 산업, 문화의 네 구역으로 나뉘어 열렸다. 먼저 ‘건축과 목재’ 구역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LAB01’ 프로젝트였다. 고려대학교 건축학과를 중심으로 국산목재 협동조합, 임업 진흥원 등이 뭉쳤다. 이들은 기존의 전통양식에서 벗어난 실험 건축으로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LAB01 관계자는 “그래스호퍼, 파이썬 스크립트 등의 컴퓨터 프로그램 이용해 조건만 입력하면 컴퓨터가 알아서 무작위 구조물을 생성한다”고 설명했다. 컴퓨터는 각각의 목재가 가진 특이성을 파악해 골조에 사용할 연결부를 설계한다. 3D프린터가 이를 실제 구조물로 만들어내고, 사람이 조립하기만 하면 완성된다.

관계자는 “1~2도씩 차이나는 미세한 구조까지 계산해 컴퓨터가 생성하기 때문에 더 효율성 있고, 경제효과도 탁월할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장차 이 기술이 발전하면 접합·조립을 위한 설계에도 도입하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 고려대학교 건축학과가 중심이 된 컴퓨터 건축 프로젝트 'LAB01' 부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생활과 목재’ 구역에선 예비사회적기업 ‘끌과 망치 이야기’(이하 ‘끌·망’)가 명함꽂이, 거치대 등 다양한 원목·집성목 제품으로 관람객을 모았다. 조현미 ‘끌과 망치 이야기’ 대표는 “프리미엄과 대중성을 아우르는 ‘따뜻한 가구’를 추구한다”면서 “다양한 교육사업과 사회서비스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끌·망’은 교육사업으로 집성목을 사용해 빠르고 쉽게 자신만의 가구를 만들 수 있는 ‘목공DIY’와, 못 하나 없이 만들 수 있는 전통 그대로의 ‘짜맞춤’ 등의 코스를 운영하고 있었다. 또한 가구 리사이클·리폼, 경력단절 여성의 사회진출과 소외계층 목공교육 등을 지원하는 등 사회서비스도 활발히 하고 있었다.

가장 활력이 도는 곳은 ‘산업과 목재’ 구역이었다. 한 눈에 목재 산업에 이바지하는 다양한 산업 제품이 출시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덕분에 전시관마다 일반 관람객 뿐 아니라 여러 업체 관계자가 빼곡했다.

동양특수목재는 주력상품인 일본산 편백나무와 삼나무 상품 전시에 열중이었다. 동양특수목재 관계자는 “히노끼 욕조 등 생활용품부터 원목 강마루와 같은 산업 부품까지 골고루 많이 찾는다”면서 “10년 즈음 전부터 친환경 웰빙 붐이 일어 편백·삼나무의 대중화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일본과 한국 모두에 공장이 있어 생산이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 코르크 포장업체 'FC코리아랜드'의 부스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FC코리아랜드’는 ‘길의 미래’라는 테마 아래 코르크 포장도로를 생산은 물론 자체 개발도 해나가고 있었다. 성세경 FC코리아랜드 대표이사는 “기성세대가 유해성이 담긴 길 보다는 친환경의 깨끗한 길을 물려주려는 게 운영 이념”이라면서 “1200건의 공사경험 축적으로 친환경 포장을 이어나가겠다”고 전문성을 강조했다.

굴참나무 외피를 가공해 만든 코르크는 운동장, 달리기 트랙, 산책로 등에 사용할 수 있다. 한때 유해성 논란이 일었던 우레탄을 대체할 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또한 보온력, 탄력성이 좋고 투수성이 좋아 폭우가 와도 썩지 않는다. FC코리아랜드 관계자는 “마모까지 상태에 따라 5~10년이 걸려 경제성도 있다”면서 “자재는 모두 유해물질 불검출 인증을 받았기 때문에, 기존의 도로가 가진 중금속·환경호르몬 문제에서 자유롭다”고 설명했다.

‘문화와 목재’ 구역에선 ‘톤즈핸디크래프트’가 돋보였다. 손수 짠 목재 스피커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고, 안경·반지 등 다채로운 장신구가 외국인 관람객까지 잡아끌었다.

김원삼 톤즈핸디크래프트 대표는 목재 스피커를 두고 “모듈 뿐 아니라 하드·소프트우드 등 나무의 질과 결에 따라 음질에 변수가 많이 생긴다”면서 애정을 쏟고 있는 모습을 숨기지 않았다. 김 대표는 “주로 제작하는 것은 안경 관련 소품과 브로치, 펜던트를 비롯해 차 용품(다기) 등이다”라고 덧붙였다.

▲ ‘톤즈핸디크래프트’가 제작한 수제 목재 블루투스 스피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산림청 산하 목재문화진흥회는 행사장 한켠에 ‘나무상상놀이터’ 부스를 마련했다. 여러 부모와 아이들이 나무를 소재로 놀이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목재는 미래세대의 희망(Wood, Hope for Future Generation)’라는 박람회 주제에 시선을 맞춘 것이다.

행사장 관계자는 “천연 원목으로 만든 우드볼, 소꿉놀이, 블록놀이 등을 준비했다”면서 “어릴 때부터 직접 만지고 놀면서 친근감을 키울 수 있고, 원목이라 아토피 등 피부질환에도 효능이 있다”고 말했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모두 챙길 수 있다는 것이다. 진흥회 관계자는 또한 “본사에도 같은 놀이터가 조성돼있고, 어린이집 체험활동도 활발히 열고 있다”고 그동안의 노력을 설명했다.

▲ 산림청 산하 목재문화진흥회가 마련한 ‘나무상상놀이터’ 부스에서 아이들이 목재 장난감으로 놀이를 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이밖에 목재 건축·인테리어에 필수인 부수 기술도 존재감을 뽐냈다. 북촌불교미술보존연구소는 목재 문화재의 보존을 위해 연구개발한 오방색 단청 염료를 선보였고, 행복홈우드데코는 수용성 난연액과 방염처리 기술로 이목을 끌었다.

관람객 김흥수(가명, 60대)씨는 “건축가로서 세미나에 겸해 관람하게 됐다”면서 “외국에서 목재 다루는 기술이나 박람회의 규모는 아직 못 미치지만, 블루투스 스피커나 편백나무로 만든 사운드 증폭기 등이 매우 흥미로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같은 기간 코엑스에서 열린 ‘2018 세계목조건축대회’(WCTE2018)에 참여한 오스트리아 대사관 상무참사관과 기업의 관심도 이어졌다. 프란츠 슈뢰더 오스트리아 대사관 상무참사관은 <이코노믹리뷰> 인터뷰에서 “한국은 수입목재를 다루는 업체가 많아 오스트리아도 한국 목재산업에 각별한 관심이 있다”고 양국의 관계를 강조했다. 슈뢰더 참사관은 “한국목조건축협회와 함께 포럼에 참여해 오스트리아의 목조건축 혁신을 소개하고, 서로의 경험을 시간을 가질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함께 자리한 라인하드 뵘 ‘게츠너’ 고문은 “오스트리아 기업과 협업할 작지만 흥미로운 회사들이 눈에 들어왔다”고 이날 박람회장에서 받은 인상을 드러냈다.

이동흡 한국목조건축협회 부회장은 “이번 박람회와 WCTE에 한국의 건축산업을 소개하기 위해 참여했다”면서 “친환경에 방점을 찍은 한국 목재업체들의 우수성을 홍보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동흡 부회장은 또한 “전 세계에서 20~40층 등 고층이 추세”라면서 “이를 이루기 위해선 목재도 중요하지만 오스트리아가 가진 안정된 기술과 제품을 배우고 나누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WCTE는 목조건축과 관련해 전 세계 최대규모의 국제학술대회로서 올해로 30돌을 맞았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네 번째로 유치에 성공한 국가가 됐다.

▲ 산림조합중앙회 중부목재유통센터가 다양한 목재와 목조 건축물을 전시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