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글로벌 반도체 수퍼 사이클(장기호황) 현상이 약 5년간 계속되는 가운데, 반도체 업계의 성장세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과 '좋았던 시절'은 끝나간다는 반론이 충돌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5일(현지시각) 반도체 업종의 투자 전망을 기존 중립에서 주의로 낮추는 한편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는 내렸다. 반도치 시장의 과열현상이 심해지는 한편,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깨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메모리 반도체의 핵심인 D램의 가격이 떨어지는 장면도 의미심장하다. DDR4 8Gb 1Gx8 2133MHz 기준 가격은 지난해까지 분기 평균 최대 20%의 가격상승을 보여줬으나 올해부터 3%로 낮아졌고, 오는 3분기는 3% 미만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모바일 D램은 지난 2분기 이미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23일 "오는 4분기부터 D램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면서 "삼성전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올해 초 경제전망을 통해 메모리 반도체 수퍼 사이클 종료 시기를 2019년으로 예상했으나, 최근 그 시기가 6개월 단축되는 분위기"라며 우려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도 변수다. 아직 기술력만 보면 국내 반도체 기업과 격차가 크지만, 저가 제품을 중심으로 거대 내수시장을 통해 몸집을 불릴경우 시장의 교란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중국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는 7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반도체 컨퍼런스를 통해 내년 32단 3D 낸드플래시 양산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아직 국내 업체들의 기술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YMTC가 내년 여세를 몰아 64단 양산까지 나서면 치킨게임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재 삼성전자는 96단 3D 낸드플래시, SK하이닉스는 72단 3D 낸드 플래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YMTC의 사례가 반복될 경우 '가랑비에 옷 젖듯' 시장 교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LCD 시장에서 벌어지는 중국 발(發) 박리다매 전략이 반도체 업계에서 재연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일각에서는 낸드플래시 시장 균형은 깨졌고, D램을 중심으로 이상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희망섞인 반론도 있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최근 발간한 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매출은 총 4771억달러며, 지난해와 비교해 15.7% 증가할 것으로 봤다. 내년에는 처음으로 5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6월 보고서에는 내년 반도체 역성장을 예상했으나, 최근 보고서를 통해 낙관론으로 돌아선 셈이다.

WSTS가 반도체 기업으로 이뤄진 비영리 단체이기 때문에 업계의 이익을 대변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반도체 수퍼 사이클이 내년을 기점으로 사그라들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한 회의감이 높아지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지금의 D램 가격이 필요이상 올랐기 때문에, 최근의 하락세는 일종의 가격 조정기라는 말도 나온다. ICT테크비즈연구소의 한건창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에 가격 담합 의혹을 제기할 정도로 최근의 D램 가격은 너무 높았다"면서 "최근의 분위기는 가격 하락세가 아닌 가격 조정기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증권 노근창 연구원은 "D램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출하량은 생각보다 크게 늘지 않고 있는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면서 아직 시장의 균형이 깨질 수준은 아니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