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 INSIDE > ER인사이드
[무인화, 유토피아? ④] 월 200만원 비용 절감, 골목상권 ‘무인화 바람’인건비와 일자리의 딜레마
   
▲ 무인 스터디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하고 있는 고객. 사진=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 서울시 동작구에서 10평 남짓의 국수가게를 운영하는 이 모 씨(45)는 최근 300만원을 들여 무인계산기를 설치했다. 이 씨는 “정직원을 1명 고용하면 월 170만원이 필요하다. 여기에 바쁜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에만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면 1인당 30만원의 인건비가 든다”면서 “무인계산기를 이용하면서 주문과 음식서빙과 식기반납을 셀프로 전환했더니 이전에 네 명이 한 일을 두 명이 충분히 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무인계산기 도입으로 정직원 1명과 아르바이트 1명을 줄여 매달 200만원의 비용을 줄이고 국수 가격을 올리지 않을 수 있었다.

얼마 전만 해도 고객이 직접 무인기기로 주문·결제를 하는 것은 대기업 프랜차이즈나 대형매장에서만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동네 골목상권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게 됐다. 무인화 바람이 동네상권 골목마다 불고 있는 것이다. 이 씨도 이런 바람에 올라탄 자영업자 중의 한 사람이다.

패스트푸드 업계를 중심으로 늘어나던 무인자동화기기 설치는 최근 들어 일반 음식점과 주유소, PC방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일례로 셀프주유소는 지난해 2269곳으로 2011년에 비해 무려 4배 이상 늘어났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압박이 심해지면서 무인자동화 기기를 찾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난 결과다. 이는 개별 업소별로는 그동안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전체로는 일자리를 창출하는 보고와 다름없는 이들 서비스 업종에서 많은 아르바이트 일자리가 소멸하고 있다는 말과 같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경제적 관점에서 무인화는 자연스러운, 불가피한 현상으로 보고 있다. 생존을 위해 비용절감에 나서는 자영업자들의 선택에 따라 무인화 기기 도입은 대세가 되고 관련 산업과 제조업체들은 호황을 누릴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다만 일자리 감소, 서비스 질 등의 문제는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고 있다.

포털사이트에 ‘무인계산대’를 검색하면 셀 수 없이 많은 업체가 나온다. 업체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클릭 몇 번만으로도 쉽게 무인계산대를 구매 또는 렌털할 수 있다. 가격 또한 싸다. 월 5만원대에서 비싸도 20만원을 넘지 않는 금액으로 직원 1명(약 160만원)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올해 최저임금은 7530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16.8% 인상됐다. 내년 최저임금도 10.9% 오른 8350원으로 확정됐다. 하루 8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하면 직원 1명당 월 174만원의 인건비가 필요하다. 올해(약 157만원)보다 17만원 정도 더 오른 것이다. 자영업자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졌다.

   

바람직한 변화인가

이근재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도 최근 <이코노믹리뷰>와 통화에서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고 속도조절을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장사가 잘 된다면 임금인상이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다”면서 “나도 25년간 식당을 운영했지만 최근에는 적자로 돌아서 이윤이 남지 않는데 어떻게 사람을 고용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세종대 경영학과 김대종 교수는 “연이은 최저임금 인상은 최근 평균 물가 상승률이 2%대인 것을 고려하면 낮은 수준은 아니다”면서 “많은 인원을 고용해 인건비를 지출해야 하는 주체들의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업체들은 인력 운영에 투입되는 비용보다 무인화 기기를 설치해 운영하는 비용이 장기 관점에서 낮을 수 있다는 계산을 하기 시작했고 그만큼 고용 인력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경영 전문가들은 임금이 오르면서 인건비를 줄이려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맥도날드 매장에는 패티를 굽는 로봇이 등장했다. 경제 관점에서 보면 이는 생존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방안이고 기술 또한 이를 뒷받침할 만큼 성숙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장정주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임금인상으로 골목 상권까지 들어온 무인화 바람은 경제 관점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일자리가 줄어드는 데서 오는 저항은 피할 수 없다”면서 “새로운 형태의 신규 일자리가 얼마나 창출되는지가 무인화 바람의 지속성을 결정지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는 무인화는 고객의 편익보다는 사용자의 경제 효용을 고려한 이기적인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고객은 말로 주문하고 카드만 주면 간단히 주문을 마칠 수 있다. 그러나 무인화가 되면서 고객에게 기계를 이용해 주문을 직접 해야 하는 노동이 부여됐다.

그는 “무인화를 막을 수 있는 규제는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면서 “고객에게 노동이 부여된 만큼 무인 결제 시 고객에게 할인 혜택이 돌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스타벅스에서 진동벨을 사용하지 않고 이름을 직접 부르는 것은 찰나의 순간이지만 고객과 소통을 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무인계산대를 가져다 놓으면 인간과 인간이 가지는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인건비를 줄일 수 있으나 서비스의 질은 떨어져 결국 고객의 발길이 줄어들 수 있다”고 꼬집었다. 

견다희 기자  |  kyun@econovill.com  |  승인 2018.09.13  10:44:23
견다희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태그]

#이코노믹리뷰, #견다희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SPONSORED
여백
여백
전문가 칼럼
동영상
PREV NEXT
여백
포토뉴스
여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