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첨단 기술의 적용이 이끄는 무인화가 가장 두드러지는 우리나라의 유통 업태는 바로 ‘편의점’이다. 국내 점포 수 1위 편의점 CU는 자체 개발 결제 앱을 활용한 QR코드와 상품 바코드 스캔 결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마트24도 전국에 총 6곳의 야간 무인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미니스톱은 자판기로 운영되는 무인점포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무인화의 외형 변화에서 가장 앞선 편의점은 세븐일레븐이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5월 핸드페이(Hand-Pay, 생체정보 활용 결제)기술이 적용된 무인편의점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로 편의점 무인화의 포문을 열었다. 여기에 지난달 20일에는 자판기형 위성(衛星) 점포 편의점 ‘세븐일레븐 익스프레스’를, 같은 달 28일에는 세계 최초로 핸드페이 기술을 적용한 인공지능(AI) 로봇 브니(VENY)를 연달아 선보였다.

▲ 세븐일레븐 자판기형 무인편의점 익스프레스. 사진=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편의점 외에도 국내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무인화를 다양한 분야에 도입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이마트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기업형 슈퍼마켓(SSM) 이마트 에브리데이를 선보였다. 이 점포는 계산대 대신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 ‘쓱 페이(SSG PAY)’ 앱을 활용한 무인 결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SSG PAY 앱으로 상품의 바코드를 찍으면 앱상의 장바구니에 제품이 담긴다. 계산대 앞에서 줄 설 필요 없이 쇼핑 도중이나 쇼핑 후에 SSG PAY로 결제하면 계산이 완료된다. 이마트 에브리데이는 스마트폰 앱 사용이 어렵거나 모바일 기기를 소지하지 않은 고객을 위해 ‘셀프 계산대’도 도입했다.

▲ 서울시 강남구 이마트 에브리데이 삼성동점에서 모바일 앱 쓱 페이(SSG PAY)로 구매 결제한 뒤 결제 완료 바코드를 출구 인식기에 대고 있다.사진=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백화점 중에서는 현대백화점그룹(이하 현대백화점)이 추구하는 변화가 눈에 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20일 아마존과 손잡고 미래형 점포 개발에 공동으로 나서기로 했다. 현대백화점은 아마존의 첨단 기술이 적용된 미래형 유통매장을 2020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초고층 복합문화시설 파크원에 입점하는 현대백화점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마존과 현대백화점이 정확하게 어떤 형태의 미래형 유통 채널을 구축할지 아직까지는 자세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현대백화점 측에서 제시한 방향성은 첨단 기술이 적용된 ‘무인화’로 귀결된다.

현대백화점이 미래형 매장에 반영할 것으로 기대되는 기술은 세계 최초 무인자동화 매장 ‘아마존 고’의 ‘저스트 워크 아웃(Just Walk Out, 소비자가 쇼핑을 한 뒤 그냥 걸어 나오면 자동으로 결제가 이뤄지는)’이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관리자 없이도 운영이 가능한 무인점포를 백화점에 도입할 수 있다.

정지영 현대백화점 영업전략실장은 “국내 45년 유통 노하우를 보유한 현대백화점과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아마존이 만나 최고의 사업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회사의 협업은 미래 먹거리 발굴에 집중하라는 정지선 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최근 창립기념사에서 “기존 사업 방식으로는 시장을 확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벗어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모델 시프트(Shift, 전환)’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롯데백화점 고객이 인공지능 '로사'로 상품을 추천받고 있다. 출처= 롯데쇼핑

오프라인 매장의 성장에 한계를 느끼고 있는 유통 대기업들은 최근 이커머스 시장에 대대적인 투자를 발표하며 미래 먹을거리 발굴에 나서고 있는 게 현실이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도 이미 무인계산대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유통업계 강자라고 할 수 있는 롯데는 이미 온라인 사업에 5년간 3조원의 투자계획을 밝힌 데 이어 최근 온라인 사업을 통합한 ‘e커머스 사업본부’를 출범하고 미래 성장동력의 하나로 ‘보이스 커머스’를 꼽았다. 보이스 커머스는 음성으로 상품을 주문하는 것을 말한다. 수년간 축적한 소비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롯데백화점의 인공지능 챗봇 ‘로사’를 활용해 보이스 커머스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