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은행이 고위험차주에게도 신용대출을 늘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절대 소득을 기준으로 한 신용등급분류가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20일 ‘2018년 가계부채 보고서’를 통해 국내 은행이 레버리지가 높은 고위험 차주에게 최대 연봉의 1.5배 수준 한도를 제공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신용대출은 우량 고객에 한해 높은 금리로 제한적으로 제공되는 상품이라는 인식을 깨버린 셈이다.

추정 근거는 소득이나 소비의 특별한 변화 없이 부동산 가격 상승 폭이 컸던 서울과 경기지역 가계 지역의 대출이 증가한 점, 소비성향이 낮은 고소득층의 신용대출 비중, 인당 대출금액이 높아진 점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1억원 이상 대출이 전체 신용대출의 19.2%, 연봉 1억원 이상이 17.6%, 5000만원 이상 고소득층의 신용대출이 전체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고위험 여부는 소득대비 부채 수준, 부채의 증가율, 부채의 사용 여부가 중요하지만 단지 절대 소득만 보고 소득이 많은 고객을 우량등급으로 분류한 것이 문제의 출발이라는 분석이다. 대출 전에는 우량고객이었지만 이후에는 고위험 차주라는 것이다.

▲ 출처:키움증권

신용대출 제공 시 개인의 한도와 금리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참고자료는 CB(Credit Bureau)다. 개인 신용정보를 파악하기 어려운 가운데 은행, 특히 인터넷전문은행, 제2금융권 등의 CB 시스템 의존도가 매우 높다.

서영수 연구원은 “CB시스템의 구조적 한계로 고위험 차주를 구분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개인 신용정보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가계의 총 부채 산정 시 필요한 개인사업자 대출, 전세 보증금 등 대출자료, 보유 부동산 등 자산에 대한 정보, 임대차 계약, 월세 자료 등 기타 정보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CB사 또는 은행이 이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부족한 정보를 활용한 시스템으로는 개인의 위험 수준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CB등급을 결정짓는 평가요소의 비중 상 문제도 존재한다. 평가 요소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상환 이력 정보(4.03%), 신용거래 형태 정보(25.8%), 채무부담 정보(23%)로 네거티브 정보 중심이다. 원금 부담이 없는 대출 비중이 높거나 금리가 낮아짐에 따라 부채 증가로 차주의 상환 불이행 위험이 상승하지만 연체 빈도 감소로 CB의 평균 신용등급은 상승했다.

민간회사인 CB와 이를 감독하는 정부간 이해관계로 등급 세일(Sale) 현상이 발생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등급이 지나치게 경직적일 경우 저소득층에 대출이 공급되지 못할 것이란 우려와 고객사인 은행의 대출 증가를 통한 이익 확대 욕구가 결합하면서 네거티브 정보 중심의 절대 평가 방식으로 등급을 구분했다고 분석했다.

서 연구원은 개인신용평가(CB) 서비스의 86%를 차지하는 NICE CB의 등급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내 개인 신용평가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가 확연히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실제 1등급 비중은 2013년 말 경제 활동인구의 26.2%에서 2018년 6월 41.5%로 상승했다. 2등급 포함 시 52.7%에서 69.9%로 올랐다.

연체 경험이 없는 일반 상용근로자나 자영업주라면 누구나 신용대출을 자신의 연간 소득에 준하는 수준에서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따라서 1~2등급 비중이 늘어난 것을 위험관리 강화에 따른 우량 고객 대출 비중 확대로 주장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전반적인 가계의 신용등급 개선은 은행이 신용대출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는 계기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