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앞으로 어떠한 명목인지 불구하고 퇴직자의 재취업 과정에 일체 관여하지 않기로 했다. 공정위는 특히 퇴직자가 공직자윤리법상 취업 제한 기관과 그 소속 계열사에 재취업할 경우 퇴직일로부터 10년 동안 이력을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전·현직 간부들이 퇴직자들의 재취업을 도운 혐의로 대거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재발 방지를 위해 ‘공정위 조직 쇄신 방안’을 발표하고 머리 숙여 사과했다. 

최근 검찰은 지난 16일 퇴직 공무원들의 재취업을 도운 혐의로 정재찬 전 공정위원장, 김학현 전 부위원장, 신영선 전 부위원장 등 3명을 구속 기소하고 지철호 현 부위원장 등 9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2012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대기업 등 16곳을 압박해 공정위 간부 18명을 채용하도록 강요했다. 정년을 앞둔 고참 간부들을 대기업 등에 억대 연봉을 주도록 요구하면서 ‘밀어내기 재취업’을 시키는 동시에, 공정위 내부로는 고위직 인사 적체 문제를 해소하는 통로로 민간 기업을 활용한 혐의를 받았다.

재취업자 중에는 3억5000만원의 연봉을 받는 이도 있었다. 중소기업중앙회 상임감사로 취업한 지철호 부위원장을 비롯한 위원장들이 대기업에 불법 재취업해 재임 기간 중 수령한 금액은 총 76억원에 이른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20일 이같은 내용의 ‘공정거래위원회 조직 쇄신’ 방안을 내놓았다. 쇄신안은 ▲재취업 알선 관행 타파 ▲재취업자 관리 강화 ▲공직윤리 강화 등 세 가지 주 내용을 포함한다.

먼저 재취업 알선 관행 타파를 위해 앞으로 공정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퇴직자의 재취업 과정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다. 명목을 불문하고 재취업 문제에 대해서는 모든 직·간접의 개입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익명의 신고센터를 운영해 공정위가 재취업에 관여하거나 기업에 재취업을 청탁하는 등 재취업 관련 부당행위를 감시할 계획이다. 공정위 홈페이지에 설치해 직원뿐만 아니라 관련 기업들도 신고가 가능하다.

공정위는 재취업을 위한 경력 관리도 차단하기로 했다. 현재 공정위 4급 이상 공직자는 공직자윤리법에 의해 퇴직 전 5년간 소속된 기관·부서의 업무와 관련된 곳에 3년이 지나지 않으면 재취업할 수 없다.

검찰에 따르면 공정위 간부들은 이같은 공직자윤리법 법망을 피하기 위해 퇴직을 앞두고 있는 4급 이상 직원을 사건을 처리하지 않는 심판관리관실, 기획조정관실, 경쟁정책국 등 비사건부서에 근무하도록 경력을 세탁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취업자 관리 강화 측면에서는 퇴직자가 새로운 직장을 얻은 경우 관련 이력을 퇴직일로부터 10년 간 공정위 홈페이지에 공시한다. 퇴직자가 공직을 떠날 때 이력 공시 동의를 받고 만약 동의하지 않거나 이력을 통지하지 않으면 공정위 출입 제한 등의 페널티를 부과할 계획이다.

또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 심사 승인을 받지 않은 퇴직자가 대가를 받고 기업과 자문 계약을 맺는 등의 사실이 발견되면 인사혁신처에 통보하기로 했다. 나아가 특별승진 제도를 개선하고 재취업 자체심사 매뉴얼을 만드는 등 인사처와 협의해 추가적인 재취업 심사 강화 방안도 마련한다.

공정위는 공직윤리 강화를 위해 퇴직자와 현직자의 사건 관련 사적 접촉도 일체 금지키로 했다. 내부 감찰 팀을 조직하여 퇴직자와 현직자 간 사건 관련 접촉을 철저히 감시하고, 위반 시 현직자는 중징계, 퇴직자는 영원한 공정위 출입금지 등의 제재가 부과된다.

또 외부 유착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공정위 직원이 퇴직자나 기업, 로펌, 사건 관계자가 참여하는 모든 외부교육에 참석할 수 없도록 했다. 공정경쟁연합회의 '공정거래법 전문연구과정', 서울대의 '공정거래법 연구과정' 참여가 즉각 금지되고 유사 교육 과정도 해당된다.

공정위 직원이 대가를 받고 기업과 로펌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유료 강의도 전면 금지된다. 대신 공정위는 공적 세미나 참여를 늘리고 무료 설명회 등으로 법 위반 예방 교육을 강화할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주 발표된 검찰수사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고 공정위를 대표해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쇄신 방안 외에 공정위 조직의 체질 개선을 위한 근본의 방안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한 단계씩 이를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