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최근 위기가 발생해 전 직원이 비상 체제를 가동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매장이나 영업직원들이 계속 고객이나 언론에 맞서 추가 이슈를 만들고 있어 골치가 아픕니다. 본사에서는 절대 언론이나 고객 대응을 그리 하지 말라는데도 잘 따라주지를 않네요. 이걸 어쩌죠?”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관리는 일단 조직 내에서 ‘통제’라는 개념이 정확하고 강력하게 유지되지 않으면, 대부분 지는 게임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 ‘통제’ 개념은 ‘일사불란’이라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위기관리위원회에서 정한 방향성과 대응 방식이 일선까지 디테일하게 일관성을 지니고 유지된다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상당히 많은 기업이 본사 위기관리위원회와 일선 대응라인 사이에 존재하는 거리감 때문에 고민을 합니다. 위기관리위원회 전략과 대응 지시를 정확하게 일선이 이해해 이를 그대로 실행하는 데 어려움을 보이는 것입니다. 일부 상황에서는 위기관리위원회 전략과 지시사항이 실제 현장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를 일선에서 하기도 합니다. 상호 간 불협화음이 나는 것이죠.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은 통제되지 않는다’는 개념을 평시 반복적으로 기억하고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반대로 ‘우리 조직은 통제 가능하다’는 전제를 가지고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면, 실제 위기 시 상당한 장애와 마주하게 됩니다. 실제 조직은 그리 마음대로 움직여주는 일사불란한 객체가 절대 아니기 때문입니다.

‘조직은 통제되지 않는다’는 개념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성공적 기업은 ‘가이드라인과 원칙’을 먼저 강화합니다. 위기 시 일선을 비롯해 전 직원이 지켜야 할 행동 가이드라인과 실행 원칙을 지속 강조합니다. 신속하라. 창구를 일원화하라. 사적개입 절대 하지 마라. 모든 직원이 공식 대변인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신중하라. 허락되지 않는 커뮤니케이션은 금하라. 선 공유하고 후 실행하라. 이런 다양한 원칙들을 반복 교육합니다.

이런 단순 교육과 강조를 넘어 일선을 훈련시키기도 합니다. 다양한 위기 상황을 설정해 이해관계자들과의 여러 상황을 평시 연출해 경험하게도 합니다. 일선의 여러 생각을 미리 듣고, 그를 시스템에 반영할 때도 있습니다. 반복 훈련을 통해 일선 직원들은 현실감과 실전적 대응 역량을 쌓을 수 있습니다.

질문처럼 위기가 발생한 상황에서도 일선에서는 각자 사적 대응을 하고, 본사 위기관리 위원회의 공식적 방향성과 배치 또는 충돌되는 대응을 해 문제를 키운다면, 그 가장 큰 원인은 평시 교육과 훈련의 부재 또는 부실에 기인한다고 봅니다.

직원들은 위기 시 사적 개입에 대한 유혹을 받는 것이 당연합니다.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나 소셜미디어 채널을 통해 회사의 입장을 대변(?)하고자 하는 욕구도 생깁니다. 공중의 비판이 억울해서 개인적으로 과격한 대응을 해서라도 한을 풀고 싶다는 생각도 합니다.

눈 앞에서 과격한 불만을 제기하는 고객이나 일반인들에게 좀 더 강한 대응을 하거나 현란하게 애드립 해 그들의 마음을 돌리고 싶다는 생각도 할 수 있습니다. 문제를 취재하러 오는 기자나 PD들을 어떻게든 막아내고 취재를 방해해서라도 회사를 지키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어수룩해 보이는 기자에게 10년 경력의 자신이 허심탄회하게 상황을 설명해 오해를 풀겠다는 각오를 하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런 일선의 본능적 생각과 움직임을 평시 가이드하고, 교육하고, 훈련하지 않는 본사에게 있습니다. 이들의 이런 움직임을 ‘통제’하는 노력을 평소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선의 문제는 반복됩니다. 일선을 비판하기 전 본사의 위기관리위원회에서 얼마나 중요하게 일선을 교육 훈련했는지 기억해보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