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타르 중앙은행 압둘라 빈 사우드 알 타니 총재와 터키중앙은행(CBRT)무라트 세팅카야 총재가 17일 카타르 도하에서 통화 스와프를 체결했다.    출처= thepeninsulaqatar.com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무디스 등 국제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 하향으로 다시 통화가치가 급락하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던 터키 경제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체결된 카타르와의 통화 스와프 계약 체결이 이틀만에 공식 발표되면서 다시 진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리리화의 대달러 환율은 지난 주 17일 6.079로 마감됐지만 주말 사이 신용등급이 강등되고 카타르 스와프가 발표되면서 20일 소폭 등락을 거듭하며 05:23(UTC기준) 6.021을 보이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터키 정부는 지금까지 국제통화기금의 지원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금융위기에 대한 방어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외부 환경 변수에 일희일비하는 불안한 모습이다.  터키는 국제 신용평가사들의 국가신용등급 하향으로 외자조달 부담이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카타르 중앙은행(QCB)은 19일 터키와 지난 17일 통화스와프 계약을 정식으로 체결했다며 공식 발표했다.

카타르 중앙은행은 터키중앙은행(CBRT)과 쌍방 통화라인을 구축해 상호협력을 증진시키기 위한 통화 스와프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카타르 중앙은행은 "이번 스와프 계약 체결로 유동성을 공급하고 금융 안정성을 지원함과 동시에 양국간의 무역 거래를 용이하게 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통화 스와프는 비상시 외환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맺어지는 것으로 이번 협약으로 인해 터키는 유동성을 일부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카타르중앙은행은 이번 통화 스와프 계약 규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19일 보도했다.

▲ 출처= XE.com 캡처

회복세 나흘도 못가 

카타르의 150억 지원 발표와 터키 당국의 안정화 대책으로 지난 14일(현지시간) 이후 회복 기미를 보이던 터키 리라화는, 18일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가 잇따라 터키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함에 따라 한때  3.15%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터키 정부의 잇단 대책과 터키 중앙은행(CBRT)이 기준금리를 명시적으로 올리지는 않았지만 실제로는 은행들에 오른 기준금리로 자금을 대출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의 상승 반전이 1주일도 가지 못한 것이다.

터키 법원은 지난 17일 앤드루 브런슨 목사의 가택연금 해제 요청을 재차 거절했다. 세 번째 거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에 "우리가 앉아서 당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터키가 추가적인 결과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데다 신용평가사들이 국가신용 등급을 강등한 것이다.

신용등급 강등으로 불안 증폭

S&P는 급격한 리라 변동성을 이유로 신용등급을 'BB-'에서 'B+'로 한단계 낮췄고, 무디스는 'Ba2'에서 'Ba3'로 강등했다. 3대 신용평가사 가운데 또 하나인 피치는 이미 지난달 터키 신용 등급을 낮췄다.  

터키 신용등급은 등급 강등 전에도 이미 투자 부적격 수준인 투기 등급(정크)에 있었기 때문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 불안이 가중되는 것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들 신용 평가사들은 한결 같이 터키의 경제가 어려움에 빠지고 있지만 “터키의 정책 대응은 불완전하다”면서 터키가 리라와 경제를 적절한 시간 안에 안정시킬 가능성은 낮다고 비관했다.

S&P는 성명을 통해 "지난 2주간 터키 리라화가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며 "리라화 약세는 터키 정부의 재정과 기업 재무 여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S&P는 “내년 경기침체를 예상한다”면서 현재 16% 수준인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은 리라 급락 여파로 수입 물가가 뛰면서 연말에는 22%까지 치솟고, 내년 중반이나 돼야 20%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디스도 "중앙은행 독립성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최근 금융 부문 난관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뚜렷한 계획이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무디스는 또 “최근 금융 경색 해소를 위한 포괄적이고 효율적인 경제 계획을 구체화하지 못한 것은 터키의 정책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요소”라며 “터키의 외부 자금조달 필요성은 여전히 상당하고, 국제수지 위기가 지속될 위험 역시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고 비관했다.

자본 유출 취약 신흥국까지 여파 우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터키의 통화 급락으로 신흥국 불안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터키가 추가 충돌할 경우 시장이 언제든 다시 불안해질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투자 전략가 폴 아이텔만은 “모든 정황을 고려해 볼 때 향후 변동성이 터 커질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신흥 시장에 미치는 여파는 균일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전염력의 관점에서 볼 때 터키는 MSCI 이머징 마켓지수의 비중이 1%도 되지 않기 때문에 전반적인 파급은 크지 않겠지만 아르헨티나, 남아공, 인도네시아, 인도 같이 대규모 경상 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자본 유출에 취약한 국가들에는 혼란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오는 24일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변화하는 경제에서의 통화정책’을 주제로 연설한다. 터키발 신흥국 불안과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연준이 통화정책 관련해 어떤 입장을 보여줄 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지만, 일부 신흥국 불안에도 연준이 올해 추가 두 차례 금리 인상 기조에 변화를 주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