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희준 기자]미국 등 서방의 제재로 경제 위기를 맞은 베네수엘라가 초인플레이션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자국 통화 볼리바르의 가치를 10만분의 1로 평가절하하는 조치를 내놨다.  올해 100만%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물가상승률에 시달리는 베네수엘라가 극약 처방을 꺼내 든 것이다.

▲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17일 밤 화폐개혁 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이 1페트로당 3600 볼리바르 소베라노로 고정된다는 사실을 설명하고 있다.  출처=베네수엘라중앙은행

18일(현지시각)CNBC와 블룸버그통신보도에 따르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금요일 밤 대국민 연설을 통해 20일부터 기존 통화인 볼리바르를 폐기하고 '볼리바르 소베라노(주권 볼리바르)'라는 새로운 통화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볼리바르 소베라노는 기존 볼리바르를 96%  평가절하하는 것이다.

볼리바르 소베라노는 베네수엘라 정부가 자국 석유 자산에 기초해 발행한 가상통화 1페트로당 3600볼리바르 소베라노로 고정된다. 현재 1페트로 시세가 약 60달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1달러는 60볼리바르 소베라노(3억6000만 볼리바르)가 된다.

▲ 베네수엘라 새 화폐.출처=베네수엘라중앙은행

미국 경제매체 CNBC는 "현재 볼리바르 가치를 고려하면 화폐개혁 후 베네수엘라 통화 가치가 약 96% 평가절하 된다"고 전했다.

이번 평가절하 조치는 살인적인 물가상승으로 지나치게 커진 화폐 단위를 안정시키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베네수엘라의 물가상승률이 100만%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베네수엘라가 통화가치를 절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83년 루이스 에레라 캄핀스 전 대통령이 국제유가 급락으로 경제가 위기에 처하고 물가가 치솟자 볼리바르 단위를 대폭 낮추는 화폐개혁에 나섰다. 포퓰리스트인 전임 우고 차베스 대통령도 재임 기간 수차례 화폐개혁을 진행했다. 그는 2013년 3월 암으로 죽기 직전에도 무려 23%의 통화가치 액면절하를 단행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날 최저임금도 현재 월 300만볼리바르에서 1800볼리바르 소베라노 또는 0.5 페트로로 3000% 올리기로 했다. 사치품 부가세도 기존 12%에서 16%로 인상한다.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한 정책이지만 최저임금을 달러로 환산하면 월 30달러에 불과한 수준이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물가가 하루 사이 수십 배 오르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오른다 해도 서민 생활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경제전문가들은 이번 화폐개혁 조치가 성공할지에 의구심을 표시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의 재정이 바닥난데다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고 만기도래 국채를 갚지 못했으며, 최저임금이 인상된다지만 인플레이션으로 잠식당하고 기업들은 세금에 신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세계 최대 매장량을 자랑하고 있고 원유를 생산하는 산유국이지만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경제제재로 국민들은 쓰레기더미를 뒤지고 있고 견디다 못한 수십만명이 버스로 남미 국국가로 탈출하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현재의 경제난이 미국 주도 서방의 경제제재 탓이며 페트로가 달러의 압제를 폐지하고 베네수엘라의 경제를 재탄생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경제전문가들은  베네수엘라의 경제난이 엄격한 자본통제,  국유화, 과도한 통화창출이 경제난의 근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