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2017년 CEO 일인당 급여증감 분포표. 출처=highpaycentre.org

[이코노믹리뷰=김진후 기자] 영국 100대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연봉 중앙값이 2017년 390만파운드(500만달러, 한화 약 56억2404만원)를 기록했다. 이는 근로자 평균 연봉인 2만3500파운드(2만9900달러, 한화 약 3363만원)의 166년치 값이다. 이는 영국 공인인력개발연구소(CIPD)와 경제싱크탱크 하이페이센터가 15일 발표한 공동 조사에서 밝혀진 것이다. 조사단은 연구 결과가 임직원 보상체계를 둘러싼 형평성 문제에 유의미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조사에 따르면 모든 FTSE 100대 기업 CEO의 연봉 중앙값은 2016년 458만파운드에서 2017년 566만파운드로 약 23% 올랐다. 평균값이 아닌 중앙값을 사용한 것은 건축회사 ‘퍼시몬’과, 부실회사를 매입하고 개선하는 ‘멜로즈 인더스트리얼스’의 CEO가 각각 4710만 파운드와 4280만 파운드라는 대규모 지급액을 받았기 때문이다.

퍼시몬과 멜로즈 인더스트리얼스를 제외하면 2017년 CEO 임금의 평균치는 566만파운드에서 485만파운드로 오히려 줄어든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 전체 평균인 458만파운드보다 6% 더 오른 값으로, 임원 연봉은 여전히 증가 추세임을 보여준다.

보고서는 CEO 연봉 상승의 원인을 주식 시장 강세에서 찾았다. 특히 장기 인센티브 지급계획(LTIP)은 2016년 213만파운드에서 2017년 313만파운드로, 1년 동안 100만파운드 증가했다. 보고서는 이 사실이 “주주 수익에 시장 상황이나 인재풀의 능력 발휘, 소수 임원이 각각 얼마나 기여했는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고 꼬집었다.

또한 임원 개인의 급여 패키지도 논란의 내용 중 하나다. ‘퍼시몬’의 CEO 제프 페어번은 지난 한해 4700만파운드를 받았다.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상위 1%에 속하는 사람들의 소득은 약간 줄었지만, 다른 서유럽 국가는 압도하는 수익을 갖고 있다.

영국 정부, 2020년부터 임직원 임금 격차 강제 공개

영국은 기업 임원과 일반 급여 노동자 간의 연봉 격차를 줄이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국가 가운데 하나다. 영국 정부는 2020년부터 임원과 직원 간 임금 격차를 공표하도록 강제할 방침이다. 보고서 작성자는 “이 맥락에서 우리의 보고서가 주주·임원의 연봉을 삭감하는 계기가 됐을지 모른다”면서 “정책 실천이 더욱 의미 있게 변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이번 연구를 통해 확신하게 됐다”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 영국 기업들의 최고경영자와 일반근로자 연봉 격차가 막대하다고 지난 15일 CNN은 보도했다. 출처=CNN.

CNN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올해 초, 기업들이 임원 연봉을 부풀리기 위해 주식 재매입 등의 조작 여부를 조사할 것이라 밝혔다. 영국 상공회의소의 에너지·산업 전략부 대변인은 “대부분의 기업들은 책임감 있게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면서도 “기업 성과와 상사의 임금이 무관하다면 근로자와 주주는 응당 분노할 만하다”고 말했다.

임원진 안에서 남성과 여성의 평균 임금 차이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같은 직급에 있더라도 남성이 여성보다 평균 110% 더 많이 받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FTSE(Financial Times Stock Exchange) 100대 기업 중 여성이 이끄는 기업은 7개뿐이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CEO 고액연봉에 대해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술 발전과 사업 복잡성의 증가로 예측하기 힘들어진 기업 환경에서 새로운 전략을 추구하고 시장을 개척하는 CEO의 역량이 전보다 중요해졌다고 하버드비즈니스리뷰의 분석이다.

높은 연봉에 비례하는 높은 생산성을 먼저 입증하는게 순서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경영자의 성과가 온전히 자기의 능력과 몫만으론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미국·한국의 CEO 연봉도 고공행진

S&P 글로벌마켓지능 분석가들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체이스 CEO를 2017년 은행·금융권 최고 급여 CEO 중 1위로 꼽았다. 다이먼 CEO는 2017년 보상금만으로 총 2830만달러를 받았다. 이는 2016년 급여에 비해 3.9% 증가한 것이다. 그의 역대 최고 급여 기록은 2007년의 3000만달러다.

다이먼 CEO가 2005년 CEO직을 맡은 후 JP모건의 주가는 두 배 이상 상승했다. J.P.모건체이는 미국의 은행 가운데 주식 시장 가치와 자산 면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다.

2위를 차지한 브라이언 토머스 모이니한 뱅크오브아메리카(BAC) CEO의 보상금은 2130만달러였다. 전 산업에서는 혹 탄 아바고테크놀로지스 CEO가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 CEO로 꼽혔다.

야후파이낸스의 보도에 따르면, 영국 공인인력개발연구소의 연구 논조와 달리 경제정책연구원(EPI) 분석가들은 “CEO 연봉의 급격한 성장은 노동자 그룹을 구성하는 임원과 관리직들의 임금도 끌어들이는 효과도 있다”고 해석했다.

한국은 어떨까. 올해 상반기 4대 금융지주사 CEO 중 최고보수 수령자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김정태 회장은 상반기 보수로 13억5100만원을 수령했다. 이는 장·단기성과급과 업무 활동 수당을 합한 액수다.

증권사 현직 최고경영자 가운데서는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총 20억2755만원으로 올해 상반기 가장 많은 보수를 받았다. 유상호 사장의 보수는 급여 4억2440만원과 상여금 16억314만원이 포함된 액수다. 유 사장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연봉킹’에 오른 것은 우수한 실적 때문이란 평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업계 최초로 단기금융업 인가를 취득했고, 순이익 실적도 역대 최고 실적을 갱신했다.

국내 이동통신사 가운데서는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의 상여금이 가장 많았다. 박정호 사장의 상반기 상여금은 23억5000만원으로, 급여 5억7500만원을 합산하면 총 29억2500만원에 이른다. 이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반기보고서 공시에 따른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