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옛날 어린이들은 호환 마마 전쟁등이 가장 무서운 재앙이었으나..."

30대 이상이라면 대부분 기억하고 있을 나래이션이다. 정부에서 건전한 비디오 시청을 위해 한 때 대부분의 비디오 콘텐츠에 담았던 이 나래이션은 1990년대 유년기를 보낸 사람들에게는 깊숙히 각인된 하나의 집단기억이다. 호환, 마마라는 익숙하지 않은 표현을 대중에 알린 의외의 순기능을 자랑하기도 한다.

2018년 현재, 이 공익광고 나래이션은 말 그대로 추억의 한 장면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ICT 기술의 발전으로 넘쳐나기 시작한 콘텐츠의 파도는 다시금 호환 마마의 공포를 소환하고 있다. 지금이야 말로 호환 마마보다 무서운 '무언가'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 1990년대 비디오 공익광고의 일부가 보인다. 출처=갈무리

유튜브부터 텀블러까지
구글의 유튜브는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1인 크리에이터의 등장부터 MCN(다중채널네트워크) 비즈니스 현상까지 끌어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ICT 플랫폼을 중심으로 신선한 충격을 안기고 있다. 그러나 유튜브가 성장하는 만큼, 그림자도 짙어지고 있다.

현재 유튜브를 검색하면 재미있는 동영상 콘텐츠를 많이 확인할 수 있지만, 눈쌀이 절로 찌푸러지는 콘텐츠도 다수 발견된다. 성추행에 가까운 행동을 희화하하는 콘텐츠가 범람하고 가짜뉴스까지 판친다. 일부 극우, 극좌 세력이 유튜브를 통해 자기들의 편협한 상상력을 바이러스처럼 퍼트리고 있으며 간혹 선정적인 동영상도 다수 등장한다. 최근 유행하는 액체괴물 시리즈도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문제가 커지고 있지만 유튜브는 별다른 규제를 내놓지 않고 있다. 연령등급을 설정해 최소한의 플랫폼 자정활동을 펼치고 있으나 넘치는 콘텐츠를 모두 커버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 특히 10대 학생들에게 문제가 있는 콘텐츠가 다수 노출되는 장면이 우려스럽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서로 성추행을 하고, 교실에서 친구를 폭행하는 영상이 버젓이 올라오기도 한다.

▲ IT 서비스의 빛과 그림자가 선명하다. 출처=갈무리

페이스북도 문제다. 10대들이 페이스북 메신저를 즐겨 사용하는 가운데 성인광고가 적나라하게 노출되는 현상이 보인다. 연령등급을 매겨도 노출되는 한편, 연령등급을 매겨 성인들만 본다고 해도 문제가 있는 광고가 넘쳐난다. 최근 중국의 모 게임사가 페이스북 광고를 출시하며 "후궁을 양성해야 한다"는 미션을 강조,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재단하는 일이 벌어져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인스타그램도 우려스럽다. 특정 유명인을 저격하는 '까판(까는 판)' 등이 판치며 플랫폼이 흙탕물이 되고 있으며 10대들에게 선정적인 영상이나 이미지가 마구 노출되는 등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평가다. 익명성이 강한 트위터는 오염된지 오래다.

텀블러는 거의 '범죄의 소굴'로 변하고 있다. 몰카 콘텐츠가 당당하게 거래되는 한편, 각종 음란물과 관련 이미지가 넘쳐나고 있다. 심지어 텀블러의 특정 동영상을 검색하는 프로그램도 있으며, 동영상을 쉽게 다운받을 수 있는 별도의 앱도 등장했다. 10대들도 무리없이 접근할 수 있어 진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유튜브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텀블러를 둘러싼 논란이 깊어지고 있으나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요원하다. 모두 외국 기업이기 때문에 국내법으로 규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10대들에게 심각한 위협을 줄 수 있는 콘텐츠가 차고 흐르는 가운데, 특단의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이들 플랫폼을 중심으로 실제 강력범죄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이상 문제를 방치할 수 없다는 뜻이다.

▲ 한 셀럽이 자기를 모욕한 인스타그램 까판 활동을 모아 고소하려고 자료를 모았다. 출처=갈무리

국내도 문제많다
국내 ICT 플랫폼도 무풍지대가 아니다. 극단적인 정치성향을 가진 일간베스트(일베), 페미니즘의 탈을 쓴 과격주의단체 워마드를 둘러싼 논란이 대표적이다. 10대들은 별 무리없이 이들 커뮤니티에 접근해 삐뚤어진 사상을 체화하기 일쑤다. 그 외 다양한 커뮤니티에도 비슷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아프리카TV도 논란이다. 일부 BJ들의 일탈은 이제 뉴스감이 아닐 정도로 플랫폼 오염이 심각하다. 야심한 시간에 옷을 벗으며 별풍선을 구걸하는 일부 여성 BJ, 폭력사건을 중계하거나 고인을 모독하는 BJ는 여전히 판치고 있다. 최근에는 소위 헌팅BJ들이 외국인 여성들을 대상으로 추파를 던지는 장면이 생중계되며 나라망신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들 영상들은 대부분 10대들에게 무분별하게 노출된다.

▲ 아프리카TV의 BJ가 문제를 종종 일으킨다. 출처=갈무리

네이버와 카카오는 웹툰이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네이버웹툰은 10대들의 인기가 높은 가운데, 일부 웹툰 콘텐츠가 수위 조절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월요웹툰 중 하나인 <윈드브레이커>는 자전거를 중심으로 10대들의 우정과 삶을 제대로 그렸다는 호평을 받고 있지만, 간혹 적나라한 폭력장면이 문제가 되고 있으며 금요웹툰의 <외모지상주의>는 일진 미화와 외모지상주의를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네이버웹툰 작중인물들은 대부분 욕을 입에 달고 산다. 현실을 반영한 생생한 연출이라는 주장이 나오지만, 지나치다는 평가다.

▲ 네이버웹툰 <외모지상주의> 일부 장면, 동급생이다. 출처=갈무리

네이버웹툰은 '음지의 플랫폼'이 아니기 때문에 연령등급을 확실하게 매기거나 깐깐한 콘텐츠 검수를 한다. 그러나 최근 김성모 작가의 웹툰이 일본 유명만화 <슬램덩크>를 트레이싱한 것으로 알려져 연재가 중단되는 등, 검수의 헛점이 많다는 말도 나온다. IP(지식재산권)을 활용해 제2의 웹툰 성장을 끌어내려는 네이버웹툰의 행보에 먹구름이 맴도는 이유다.

콘텐츠의 확장이 벌어지며 10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는 것을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 그러나 '선'을 넘은 콘텐츠에 대한 확실한 규제장치는 다각도로 구축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고명진 플랫폼 인사이더 연구위원은 "규제 일변도로 나가면 이제 막 기지개를 켠ICT 플랫폼, 콘텐츠 산업이 무너질 수 있다"면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최소한 10대들에게 미치는 악영향을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