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승현 기자]‘용돈연금’, ‘사각지대’, ‘기금소진’ 등 국민연금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 공무원 연금액에 비해 턱없이 적은 연금액에서부터 공무원들의 고액연봉에 이르기까지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 가입자가 늘고 있다. 특히 청와대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연금폐지가 답이라는 주장도 올라오고 있다.

국민연금 금액별 급여 수급자현황에서 2만0~40 만원미만 수령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나, 국민연금 월평균수령액은 33만7000원이다. 자료=국민연금공단

19일 국민연금공단과 공무원연금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월평균 수령액은 공무원연금이 240만5000원, 국민연금은 33만7000원으로 나타났다. 약 7배 차이가 난다. 국민연금 가입자는 공무원의 7분의 1을 받는 셈이다.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일까? 공무원은 소득이 높고 높은 비율의 보험료를 내는 반면 국민들의 평균 소득은 낮고 보험료는 공무원의 절반에 그치기 때문이다.

과거 제도 그대로인 공무원연금

공무원의 월급은 결코 적지 않다. 그럼에도 연봉이 적으니 연금을 많이 보장해준다는 공무원연금지급의 과거방식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공무원 연금에는 후불임금과 퇴직금 등이 포함돼 있다. 과거 민간 노동자들에 비해 임금이 낮은데 대한 보전성격이 강하다.

올해 공무원의 평균월급은 522만원으로 대기업체라고 할 수 있는 300인 이상 사업체 1인당 평균 임금인 557만2000원에 육박한다. 연봉으로 치면 6000만원이 넘는다.

반면 고용노동부의 사업체 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1인 이상 사업체의 근로자 월평균 임금은 312만2000원으로 공무원 평균 월급보다 훨씬 낮다.

공무원연금은 5년3개월이면 재직기간 동안 낸 연금보험료를 회수할 수 있다. 국민연금 가입자는  원금 회수에 9년이 걸린다.

이는 연급지급률의 차이 때문이다. 공무원연금은 재직기간 1년마다 1.7%를 곱해서 구한 값을 다시 재직기간 평균 월급에 곱해서 매달 연금을 지급한다. 반면 국민연금의 연급지급률은 1%다. 결국 연금수령액은 70%차이가 나게 된다.

공무원연금, 오래내고 많이 내니까 많이 받는다?

공무원 연금은 1960년1월1일 도입돼, 1988년 도입된 국민연금보다 28년 일찍 도입됐다. 따라서 공무원연금은 국민연금보다 오래됐고, 공무원 직업 특성상 연금을 오랜 기간 붓기 때문에 수령금액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게다가 공무원연금이 처음 도입될 당시 기대 수명은 53.7세로 100세 시대라 불리는 지금보다 한참 낮은 수명이다. 따라서 공무원들은  오래 내고 많이 받는 게 맞다 오래사니 그만큼 많이 받으니 연금기금 적자가 날 수밖에 없지만 공무원연금 개혁은  여기에 맞춰 이뤄지지 않고 있다.

내는 만큼 받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공무원연금은 국민연금보다 매달 내는 보험료가 두 배 많다. 국민연금은 본인이 4.5%, 기업이 4.5%를 부담해 총소득의 9%를 보험료로 낸다.  공무원 연금은 본인이 9%, 정부나 자치단체가 9%를 분담해 총소득의 18%를 지불한다.보험료가 두 배 차이 나는 만큼 수령하는 보험금이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는 설명이다.

▲ 연금별로 부족한 미적립부채는 공무원연금 675조원, 군인연금 171조원, 국민연금 621조원으로 공무원연금의 미적립부채가 가장 많다. 자료=납세자연맹 (2017년 말 현재, 단위:조원)

공무원연금 책임은 나라가, 국민연금은 누가?

이치에 닿는 설명이긴 하지만  국민연금 수령자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지난 5월 기준으로 633조원의 적립금을 쌓아놓고도 앞으로 40년 뒤 2057년 고갈될 것이라며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8~4%포인트 올리는 것을 포함하는 연금 개편안을 마련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이렇게 되면 보험료가 11%에서 13%까지 올라간다. 수급시기는 현행 60세에서 65세로 늦추고 2048년부터는 68세로 높이며, 소득대체율은 45%에서 40% 미만으로 낮추는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국민연금 고갈시기를 늦추기 위해 보험료를 지금보다 더 많이, 더 오래 내고, 대신 연금을 받는 연령은 더 늦추는 방향으로 개편안이 나오는다는 소식에 국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국민연금 폐지 청원이 쇄도하고 있다. 군인·사학연금 등과의 형평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고 출산장려 대책 등 핵심 대책은 빠진 알맹이 없는 형편없는 정책만 내놓고 있다는 신랄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국민연금의 방만한 운영과 비대한 몸집을 이유로 공단 구조조정 주장도 나온다.

민심이 극도로 나빠지자 정부는 "확정된 것은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이를 믿는 국민들은 거의 없다.

시민단체인 한국납세자연맹은 보험료 인상이 민간소비와 고용을 감소시키고 물가 인상과 노후 불평등을 악화시킨다며 반대의견을 내고 있다.  납세자연맹 측은 “국민연금 보험료를 2%정도 인상하면 지난해 징수액기준으로 매년 9조원 정도의 보험료 부담이 더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연봉이 5000만원인  근로자의 경우 보험료 2% 인상 시 본인 부담분 1%에 해당하는 금액은 50만원으로 그 금액만큼 가처분소득이 감소해 만간소비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맹은 “기업입장에서도 보험료 인상이 원가상승 등 가격 인상요인으로 작용해 물가상승으로 이어진다”면서 “가격인상을 하지 못하는 업종의 경우 경영실적 악화로 부도가 늘어나고, 인건비부담 증가로 신규 채용이 감소되는 등 고용이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민연금 가입자들은 공무원연금의 적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면서 국민연금은 왜 지급보증조차 하지 않느냐고  볼멘 소리를 한다.  2001년부터 적자를 기록한 공무원연금은 지난해 약 725조원의 부채를 기록했다. 반면 현재 국민연금법은 국가의 지급 보장의무가 포함돼있지 않다.

이에 17일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4차 국민연금 제도 개선 방향에 관한 공청회에서 정광호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사무처장은 국민연금의 신뢰도가 낮다면서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소득을 중심으로 논의돼야 하는데, 재정논의가 붉어졌다”고 말했다.

국민의 노후를 보장한다는 취지의 연금제도가 어느 한쪽은 박탈감과 불안감은 가져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17일 열린 국민연금 공청회에서 정부의 책임 명확화에 대한 주장만 있었을 뿐, 국민연금과 공문원연금의 형평성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