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진후 기자] 국민연금관리공단이 17일 발표한 연금기금 제도개선 방안 도입을 두고 사용자와 근로자, 관련학자들의 견해가 엇갈렸다. 사용자측은 보험요율 동결을, 근로자측은 소득대체율 인상을 강조했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은 지난 17일 서울 소공동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국민연금 제도개선 방향에 관한 공청회를 열고 각계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번 제도개선 방안은 제4차 재정계산의 결과를 바탕으로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 국민연금기금운용발전위원회가 도출한 것이다. 제도개선 방안은 관리공단 기금 고갈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보험요율 인상에 방점을 찍은 내용으로 구성됐다.

경영계, “보험요율 동결, 소득대체율 45% 재검토해야”

이를 두고 사용자 대표로 참석한 김동욱 한국경영자총협회 본부장은 “소득대체율 40% 이하로 낮추는 부분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욱 본부장은 “사회경제 변수들이 바뀌고 있어 소득대체율, 보험요율, 연금수급연령 등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건 공감한다”면서도 “보험요율을 가능하면 인상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검토했으면 좋겠다”고 신중한 결정을 주문했다.

김 본부장은 “건강보험, 산재보험, 퇴직급여 법정화 등을 감안하면, 사회보험부담액의 60%인 82조를 기업에서 부담한다”라면서 “제도개선 방안대로라면 보험요율이 11%로 2% 올랐을 때 기업은 8조원을 더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출산율이 1.05%라면 소득대체율 40% 이하 지급도 전향적으로 봐야할 필요가 있다”면서 “결론해서 지속성장과 국민 노후생활 보장에 있어 기금운용 수익률을 높이는 방안에 논의의 축을 두는 게 생산성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5월까지 0.5%가 되지 않는 수익률을 꼬집은 것이다.

노동계, “복지부 신뢰 잃어…사회적 대화의 장 구성해야”

근로자 대표, 지역가입자 대표들은 소득대체율 확대와 보상체계 확립에 입을 모았다. 근로자 대표로 참석한 정광호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사무처장은 “논의가 재정 측면만 비추고 있다”면서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연금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연금 수령기간의 연장과 보험요율 인상이 국민연금의 신뢰를 낮춘 계기라고 비판했다.

정광호 사무처장은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의 신뢰성이 떨어진 상태이고, 언론은 기금고갈 공포마케팅으로 기름을 붓고 있다”고 꼬집으면서 “일방적으로 구성된 위원회보다 가입자들이 참여해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 있는 대화의 장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사무처장은 “사각지대를 줄이고, 급여수준을 높이는 방향으로 검토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다른 근로자 대표인 유재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은 역시 노후보장이라는 연금의 본래 목적을 강조하면서 “연금신뢰도가 확보돼야 보험료 인상에 대해서도 사회적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재길 부위원장은 “소득대체율이 45%에서 멈추고, 더 멀리는 50%까지 인상해야 한다”면서 “세대당 30만원 가까이 부담하는 민감보험 비용을 이곳에 투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건강보험 등 다른 기금과의 연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유 부위원장은 또한 “국민연금 관리공단의 관리운영비 5400억원 중 국고 지원은 100억원에 머물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더 지원하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옳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유재길 부위원장은 “일부 진영과 언론이 불만을 고조시켜 국민연금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면서 “사적연금 활성화를 시도하는 것 아닌가”라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전문가들, “기금본부 구성부터 손 보자”

지역가입자 대표로는 참여연대 남찬섭 동아대학교 교수가 참여했다. 남찬섭 교수는 “연금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려면 보험료를 인상할 수 있는 ‘여건’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찬섭 교수는 “논의가 재정안정에 치중되다보니 균형을 잃고 보장성과 재정안정 모두를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고 진단했다. 남 교수는 “제도발전위원회에서 소득대체율 45% 유지한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단기 시계를 갖고 계획을 세우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제도개선 방안을 긴 호흡을 갖고 마련해야 할 필요성을 지적한 것이다.

원종현 입법조사관 국민연금 전문가는 줄곧 기금본부 구성의 비효율성을 짚었다. 5년마다 거시경제 조건이 달라지면 기금운용 방식의 해석이 달라지는 문제가 그 이유다. 원종현 입법조사관은 “기금 손실보다 장기재정목표를 확립하는 데 더 신경을 써야한다”면서 “뚜렷해 보이지만 공청회만으로 장기재정목표가 확정되는 것이 아니고, 합의 가능성 역시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이유를 밝혔다.

원 입법조사관은 또한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논의에서 민간연금과 사회보장제도의 기준이 뒤섞이면서 혼란을 유발한다”고 말하면서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올바른 위상을 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계전문가들은 위원회의 논의 과정이 놓치고 있는 부분을 진단했다.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은 “저출산·고령화로 한 번도 맞아보지 못한 세계가 오고 있다”면서 “인구, 임금 추이 등 다양한 지표 변화에 따라 제도개선 방안도 가변해서 논의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정창률 단국대학교 교수는 이 자리에서 재정추계 형식을 겨냥해 쓴 소리를 했다. 정 교수는 “국민연금은 복지부, 퇴직연금은 노동부 등에서 따로 관할하고 있다”면서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장이 없어, 여태껏 보장률 향상만 논의하는데 그쳤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또한 “지난해 정부는 민간금융사에 위탁수수료 8500억원을 줬지만, 국민연금 수익률보다 낮았다”면서 언론이 기금운용 수익률에 가한 질타가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5년에 한 번씩 사회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마다 개선안이 나오고 공론화되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라면서도 “그러나 데이터가 3차 재정계산에서 최신화되지 않은 부분이 많아 논의가 허술하다”고 꼬집었다.

참석자들은 제도발전위원회가 ‘적립배율 1배’를 재정목표로 설정한데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소득대체율이나 보험요율을 각각 올리는 방안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국민연금을 이미 존재하는 다층적인 보장체계와 연계해 부담을 분담해야 한다는 것은 공통의 견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