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미국 무역제재 여파로 터키 리라화가 급락하면서 신흥국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터키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카타르 금융권에 관심이 쏠린다.

국내 금융권은 터키에 대한 익스포저가 크지 않다. 그러나 카타르 국립은행 정기예금을 기초자산으로 한 유동화증권(ABS)과의 연결규모는 간과할 수 없는 수준이다. 터키에 유동성을 지원한 카타르와 미국과의 관계 변화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국내 금융권도 긴장해야 하는 상황이다. 산와대부와 CJ CGV 등 개별기업도 리라화 급락에 따른 위험에 노출돼 있어 전방위적 점검이 필요한 시기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달러·리라는 연초 3.7리라에서 지난 12일 6.8리라까지 상승(가치하락)했다. 올 초 이후 리라화는 취약한 대내외 건전성, 미 금리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로 지속 약세를 보였다. 최근 미국의 터키에 대한 철강·알루미늄 고율관세를 부과는 리라화 가치 급락을 부추겼다.

6월말 기준 터키의 단기외채는 1200억달러인 반면, 외환보유고는 760억달러에 불과해 시장불안은 더욱 증폭됐다. 미국의 제재가 지속되면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카타르가 터키에 15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하면서 리라화는 재차 상승해 다소 안정세를 보였다. 문제는 미국이 추가제재 경고에 나서면서 리라에 대한 시장불안이 다시 증폭되고 있다는 것이다.

▲ 출처:나이스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국내 일반은행(시중·지방은행)의 터키 익스포저는 지난 3월말 기준 1360억원이다. 신한은행(186억원), 우리은행(334억원), 하나은행(387억원)의 익스포저는 상반기 순이익 대비 1.7~3.6%에 불과하다. 다만, 한국SC은행은 30%가 넘어 수익성이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터키 사태가 국내 금융권 전체에 직접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지만 간접 익스포저를 고려하면 우려된다.

카타르 금융권은 터키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카타르 국립은행은 터키 파이낸스뱅크를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다. 터키 자회사의 자산 비중이 연결자산 내 15%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터키 경제위기 발발로 투자자산이 부실해지면 카타르도 피해가 불가피하다.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카타르 국립은행의 정기예금을 기초자산으로 한 유동화증권(ABS, ABSTB, ABCP) 규모는 약 4조원에 달한다. 카타르 The Commercial Bank도 터키에 자회사를 보유중(연결자산 내 비중 18%)이며 이를 포함한 총 4개 은행(Qatar National Bank, Doha Bank, Al Khalij Commercial Bank) 유동화증권 발행잔액 규모는 6조7000억원이다.

이는 나이스신용평가가 평가등급을 보유한 유동화증권에 한정된 것이며 여타 신평사 평가 유동화증권까지 고려하면 실제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만약 터키와 미국간의 외교적 분쟁이 장기화되고 ‘이란·터키·러시아’의 반미 연대가 형성되면 카타르는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카타르의 결정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도 불안해질 수 있는 것이다.

산와대부·CJ CGV, 리라화 하락에 울쌍

리라화 환율이 급락하면서 산와대부와 CJ CGV 등에 대한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산와대부는 지난 5월 유럽투자은행(EIB),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국제금융공사(IFC)가 발행한 리라화 표시 외화채권에 4024억원(평균매입환율 243원/리라)을 투자했다. 3월말 기준 자기자본대비 28.9%에 해당되는 수치다. 투자재원은 외부차입을 통해 조달한 것으로 파악된다.

▲ 출처:한국기업평가

하현수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발행기관의 신용도가 우수해 신용위험은 높지 않다”면서도 “리라의 환율변동성이 커 시장위험은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환헤지가 돼 있지 않아 환율 변동에 따른 평가손익 부담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지난 16일 기준 산와대부가 보유한 리라화채권 관련 외화환산손실 규모는 899억 수준이다. 연간 이익창출 규모(1837억원) 대비 절반에 육박한다. 향후 리라화 하락폭이 확대되면 산와대부의 신용등급(단기 A2-)도 하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터키 내 영화관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CJ CGV는 TRS(토탈리턴스왑) 계약상 파생상품 평가손실과 함께 외화환산실적 저하가 우려된다.

▲ 출처:한국기업평가

해당 TRS 계약의 기초자산은 메리츠증권의 SPC(유동화회사, 보스포러스인베스트먼트) 투자 지분(2900억원)이다. 기초자산 가격변동에 따른 수익과 손실은 CJ CGV와 메리츠증권간 정산시점에 교환토록 하고 있다. 여기서 가격변동은 SPC의 기업가치 변동과 리라 환율에 따른 원화가치 변동을 포괄하며 CJ CGV가 부담한다.

지난 2016년 이후 원/리라 환율이 하락(리라 약세)하면서 CJ CGV는 2017년 말 처음으로 TRS 관련 손실(513억원)을 인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160억원의 추가 손실을 인식한 것으로 추정된다.

▲ 출처:한국기업평가

리라 환율이 지난 14일 수준인(미국 제재) 164원으로 하락하면 올해 예상되는 TRS 손실은 1000억원 규모다. 지난해 손실분을 감안하면 추가 손실은 약 500억원으로 추정된다.

정작 재무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은 해외사업 환산손실이다. CJ CGV는 연결기준 2016년 1348억원, 2017년 1494억원의 해외사업 환산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해외사업환산손실은 816억원으로 이후 리라화 하락폭을 감안하면 지난해 수준을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를 제외한 주요 사업장이 신흥국(중국, 터키, 베트남 등)에 몰려있어 미국 제재에 따른 환율 리스크와 각국 내수부진 우려가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