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상하이 항구에 쌓여 있는 컨테이너. 미중 양국은 이 달 말에 5월 이후 첫 협상을 재개한다.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미국과 중국의 이번달 말 두달만의 무역협상 재개로 글로벌 금융시장은 주식시장이 상승하고 달러화가 소폭 약세로 전환하는 등  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웹사이트를 통해 왕셔우원(王受文) 상무무 부부장(차관급)이 이끄는 대표단이 미국 요청으로 이달 하순 방미, 데이비드 말파스 미국 재무부 차관이 이끄는 대표단과 무역 협상을 두달만에 재개한다고 밝혔다.

시장 반응은 대체로 무역전쟁의 돌파구 찾기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지만 협상이 차관급의 실무급 회담이라는 점과 협상일정이 단 이틀밖에 안된다는 점에 상호간의 간보기 차원의 회담으로 끝 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양국 당국자들이 8월 22일과 23일에 무역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미 재무부 초청으로 중국 상무부 부부장이 미국을 방문,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이번 협상과 관련 "우리는 구조적 문제에 대해 개방적으로 논의하고자 한다. 중국과 여러 가지 우려를 해소하고 구체적인 제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해 시장의 간보기에 불과할 것이라는 의구심과는 거리를 두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번 실무회담이 비록 차관급이지만 두 달만에 미국과 중국간의 협상 통로가 복원됐다는 점은 분명 고무적이다.

그 동안 트럼프 행정부는 수천 억 달러 상당의 중국 제품에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도 보복 관세로 대응하며 극단적인 대치상황을 유지해왔다. 그 영향으로 중국의 주식 시장과 통화는 큰 타격을 입었고 미국 시장도 크게 상처를 입었다.

양측 관계자들은 지금까지 서로 상대방이 양보에 무관심하다고 비판만 하며 의견 수렴의 과정은 철저히 배제해 왔다. 미국 경제관리들은 중국이 앞선 무역 협상에서 양국간의 불공정 무역을 시정하기 위한 노력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고, 중국 측은 미국의 요구가 너무 광범위하며, 궁극적으로는 중국 정부 주도의 경제시스템을 와해시키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고 강성 발언을 쏟아내왔다.

협상재개를 알리는 중국측의 발표 이후 미국 측의 의견들은 그래도 이틀뿐인 실무급 회담이지만 이전 두달간의 강경톤을 대폭 낮추는 듯한 인상이 짙다.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때로는 협상이 기대했던 것보다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좋은 '딜'(거래)을 하기 위한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며 협상의 손을 내미는 한편으로는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성 발언도 잊지 않아 양면 작전을 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전 강경 발언과는 다른 모습이다.

중국 시장 전문가들도 파국은 모면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 산하 싱크탱크의 애널리스트 메이신유는 "이번 대화에서 미중 관계가 완전히 결렬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면서도 "단기간에 쉽게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고 회의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미국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이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 장관과 류허 중국 부총리가 주도한 이전의 회담보다는 더 낮은 실무급 수준으로, 데이비드 맬퍼스 미 재무부 차관보와 왕셔우원 중국 상무부 부부장의 만남이 양측 모두 체면을 세우려고만 한다면 이번에도 진전을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미중 무역분쟁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직접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번 무역분쟁은 무역을 넘어 정치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있는 싸움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단순한 무역전쟁이 아니라 미중의 패권전쟁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중국 상공회의소 대표를 지냈던 데이비드 짐머만은 “맬퍼스 차관보는 협상의 권한이 있는 인사가 아니다. 더 고위급 인사가 협상을 해야 하며, 시진핑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협상하면 가장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간의 지난 두달간의 불신의 문제도 이번 협상의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중국 입장에선 무역협상 자체에 대한 불신 문제를 거론한다. 예를 들어 지난 5월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류허 부총리가 양국 간의 무역전쟁 자제에 합의했지만, 그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관세 부과를 강행했기 때문이다. 미 행정부 내에서 서로 다른 행보가 취해지고 있는데 대해 중국이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한가지는 차관급 무역협상이 개최되는 이틀전인 20일에는 공교롭게도 미 무역대표부가 트럼프 행정부의 2000억 달러 규모 대중 추가제재 계획에 대한 공청회를 가질 예정이어서 공청회의 토의 내용도 협상에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은 이번 협상을 통해 환율 조작 문제를 거론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위안화를 무역 분쟁 이전의 수준으로 끌어 올리도록 설득하는 작업을 병행할 것이다. 미국은 수 년간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조작해 수출을 늘려왔다고 불만을 표시해 왔다. 위안화의 대 달러 가치는 지난 4월 이후 거의 10% 하락했다(16일 회담 소식이 발표되자 0.5% 상승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상품에 대한 추가 2000억 달러 관세 부과를 10%에서 25%로 높이라고 주문한 것도 중국이 의도적으로 위안화를 평가 절하하고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있다.

결국 시진핑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이 머리를 맞대고 직접 협상을 하는 것만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견해라고 WSJ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