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1882년 청나라 유학생 상운이 조선으로 귀국하며 처음으로 전화기를 들여온 후, 고종황제가 1896년 덕수궁에 자석식 전화기를 도입하며 우리의 통신역사가 시작됐다. 1910년 인천 월미도 등대에 한반도 최초의 무선국이 설치되며 유무선을 아우르는 최초의 통신 네트워크 시대가 열린 셈이다.

1981년 한국전기통신공사가 설립되며 국내 유무선 통신시장은 본격적인 기지개를 켰다. 한국통신은 민영화 과정을 거치며 KT로 새롭게 거듭났다. KT는 국내에 탄탄한 유무선 인프라를 바탕으로 국가기간통신사의 입지를 구축했다.

KT는 타 통신사와 비교할 수 없는 통신 기간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KT가 전국에 보유한 68만km의 광케이블 중 약 80%의 구간이 지중화되어 있다. 시설물 폭발, 화재 등의 재난 상황에도 통신 시설 피해로 인한 장애를 최소화하여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도서지역 마이크로웨이브 통신망과 위성 통신망을 갖춰 유사시에도 백업망을 이용한 통신이 가능하다. KT가 전국에 보유한 통신전용국사는 규모 6.5의 강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내진 설계되어 지진의 위협에도 대비하고 있다.

KT는 한국통신 당시 이동통신 자회사던 한국이동통신이 1994년 선경그룹(현SK)에 넘어갔기 때문에 초기 이동통신 경쟁력을 제대로 구축하지 못했고, 자회사 KTF를 통해 뒤늦게 시장에 진입한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유무선 통합 인프라의 역사는 온전히 KT의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

▲ KT가 아시안게임 중계를 위해 장비를 구축하고 있다. 출처=KT

KT, 동남아 넘어 세계로 기가토피아 구축한다

국내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진 KT는 최근 세계로 눈을 돌렸다. 황창규 KT 회장은 지난 2016년 유럽에서 열린 MWC 2018 현장에서 KT의 해외매출을 2020년까지 2조원으로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당시만해도 현실성이 없다는 의견이 중론이었으나, 지금은 구체적인 청사진이 나오며 기대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KT는 지난해 태국과 보츠와나에 기가솔루션을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태국 1위 통신사업자인 Advanced Info Service(AIS)와 보츠나와의 Botswana Fibre Networks(BoFiNet)가 파트너다. 태국의 AIS는 현지 국민의 약 50%가 가입한 1위 통신사며 보츠와나의 BoFiNet는 국영통신부 산하 국영통신사다. KT는 현지에서 기가 LTE와 기가 와이어 솔루션을 공급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을 벌이고 있다.

▲ KT가 인도네시아 현지에 중계장비를 설치하고 있다. 출처=KT

2018 아시안 게임이 열리는 인도네시아는 KT의 중요 거점이다. KT는 2018 안시안 게임 중계를 위해 한국과 인도네시아간 국제방송중계망 구축을 완료했다고 2일 밝혔다. KT는 원활한 방송중계를 위해 자카르타 국제방송센터(IBC)와 한국 지상파 3사간 국제해저케이블 전체 구간을 주경로와 예비경로 형태로 이중화했다.

KT가 홍콩에 운용중인 해외거점시설(POP, Point of Presence)을 활용해 네트워크 장애 등 만약의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즉시 우회가 가능하도록 설계했다는 설명이다. KT는 11일부터 대회가 종료되는 9월2일까지 종합상황실을 개설해 비상근무 체계로 돌입한 상태다. 인도네시아 직접 진출이 아닌, 국내 중계 인프라를 구축하는 장면이지만 KT의 기술력을 현지에서 강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평가다.

인도네시아 현지에 5G 서비스도 선보인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경기장에 평창에서 선보인 5G 서비스를 적용하고 프리뷰, 옴니뷰, 싱크뷰 등을 관람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5G 체험관을 운영한다고 16일 밝혔다. 자카르타-팔렘방에서 열리는 아시아 최대 스포츠 축제에서 KT는 5G 서비스인 프리뷰, 옴니뷰, 싱크뷰를 경기장에 설치 및 적용해 KT의 앞선 5G 기술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KT는 최근 인도네시아 현지에 로밍ON 요금제를 적용, KT고객의 통화요금 부담이 크게 덜어주고 있다.

필리핀 현지 사업자와 대규모 광케이블망 구축계약도 체결했다. KT는 8일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필리핀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컨버지 ICT 솔루션즈(Converge ICT Solutions Inc.)’에서 발주한 530억원 규모의 광케이블망 구축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체결식에는 KT 글로벌사업추진실장 윤경림 부사장, 컨버지 데니스 위(Dennis Anthony H. Uy) 회장 등 양사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컨버지가 필리핀 전국에 커버리지를 확장하는 전국망 구축사업의 일환이다. KT는 필리핀의 최대 크기 섬이자 전체 인구의 약 절반이 거주하는 루손섬 북부지역 약 1570km 구간의 광케이블망 공사를 맡아 주요 도심구간과 간선도로를 따라 광케이블 및 통신관로를 구축한다. KT는 이번 사업에서 광케이블망 구축 자재로 국산 제품을 사용할 예정이며 국내 우수 중소기업들과 함께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동반성장을 강화할 계획이다.

KT는 그 동안 미얀마, 방글라데시 등 해외시장에서 5500km 이상의 광케이블을 성공적으로 구축한 경험이 있기에 이번 사업을 수주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KT 자회사인 나스미디어와 KT SAT도 글로벌 진출에 나서고 있다. 나스미디어는 최근 태국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나스미디어는 온라인과 모바일 광고에 대한 기술 노하우를 적극 활용해 태국을 거점으로 동남아 시장 진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KT SAT은 지난 6월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컨벤션에서 열린 '2018 커뮤닉아시아'에 참가해 동남아 시장 공략의 고삐를 당겼다.

▲ KT 글로벌사업추진실장 윤경림 부사장, 컨버지 데니스 위 회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 출처=KT

"세계에 답이 있다"

KT는 동남아를 거점으로 삼은 후 유럽을 넘어 세계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태국에 진출한 기가 LTE 솔루션은 지난해 4월 터키에도 안착했으며, 보츠와나를 비롯해 다양한 지역에서 존재감을 과시한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통신시장은 서로 연결됐으며, 각 지역의 거점 네트워크는 서로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세계화의 트렌드가 가장 빠르게 나타나는 글로벌 통신시장에서 KT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