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면접의 정석> 김정우 지음, 라온북 펴냄.

1980년대 초 언론사에는 보안사(지금의 국군기무사)와 안기부(국정원) 요원이 상시 출입했다. 이들은 보도 통제뿐 아니라 인사정책에까지 개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군사독재 치하에서는 적잖은 언론사가 시위 경력자의 입사를 기피했다. 단순 참가자까지 ‘폭력시위자’ 가능성이 있다며 꺼렸다. 서류심사와 필기시험 성적이 좋아도 면접에서 시위경력이 드러나면 낙방시켰다. (당시 언론사 면접장에서 자주 마주치는 수험생들은 각 언론사의 합격·불합격자 명단을 보며 그렇게 인식했다.) 드물었지만 대학시절 시위 無경험자를 기자직에 요구되는 사회의식 부족으로 여기는 신문사도 있었다.

당시 반독재투쟁 시위에 참여하지 않은 대학생은 거의 없었다. 이 때문에 언론사 수험생들은 면접시험을 앞두고 시위에 대한 해당 언론사의 입장을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자네는 대학시절 데모했나?” 야성(野性) 강한 신문사에 지원했을 때 예상했던 면접관 질문이 나왔다. 사전에 신문사 성향을 조사한 덕분에 “데모는 했지만 돌은 던지지는 않았다”고 절충형 답변을 냈다. 옆자리 수험생도 "저도요"라고 대답했다. 다른 수험생 둘은 망설임 없이 “공부만 했다”고 말했다. 신문사의 미묘한 입장을 헤아린 앞의 둘은 붙고, 뒤의 둘은 떨어졌다.

상황은 달라졌으나, 여전히 입사 면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의 입장을 파악하는 것이다. 입사시험이란 기업의 가치관이나 지향점에 부합하는 사람을 뽑기 위한 과정인 때문이다. 특히 경영자에게 면접은 지원자가 어떤 인물인지 검증하는 절차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 책은 당혹스럽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 책이 마치 지원자들에게 ‘거짓말 테스트 통과요령’을 누설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저자는 101가지의 면접 족보를 정리했다. 질문들은 모두 나올 만한 것이고, 답변들도 어느 기업이든 면접관들이 공통적으로 원하는 내용들로 보인다. 일부를 소개한다.

▲경쟁사와 우리 회사를 비교 설명해보라='업'에 대한 응시자의 관심도를 파악할 수 있는 질문이다. 대개는 해당 기업만 조사한다. 저자는 경쟁사 자료도 조사하라고 조언한다. 사실 입사해 활동할 각오가 서 있다면 기업이 속한 시장의 전체 상황까지 폭넓게 알아두는 게 좋겠다.

▲우리 회사 이미지는?=대부분은 칭찬일색으로 가려고 한다. 흔한 칭찬은 면접관에게는 아부처럼 들릴 수 있다. 이 질문은 좀 더 새롭고 개인화된 평가를 듣고 싶어 던진 것이다. 회사에 대해 여러 각도에서 생각해보라. 다양한 연령층의 주변 사람들에게 회사이미지를 물어보는 것도 좋다.

▲우리 회사의 단점은?=이 질문은 '함정'이다. 모범답안은 ‘공감이 갈 만한’ 단점을 지적한 후 적당한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회사가 이미 개선노력을 벌이는 내용을 언급하는 것도 현명하다. 기업의 단점을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면접관을 불쾌하게 만들 수 있다. 기업의 치명적 단점을 지적하는 것은 면접관을 포함한 경영진의 무능을 면전에서 비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또 경영진은 자기 회사의 약점을 이미 알고 있기도 하다. 수험생이 장황하게 단점과 해결방법을 거론할 경우 "뭘 안다고 감히..." 하며 부정적 인식을 갖게 된다.

▲직무상 본인의 약점은?=이 질문도 ‘함정’이다. 솔직하다는 인상을 주려고 “본인은 소심하며 대인관계가 약하고 영어능력도 부족하다”고 답한다면, 순간 합격과는 멀어질 수 있다. 자칫 "그 정도로 문제있는 사람이 왜 지원했나? 우리 회사가 우스운가?"라는 면박성 추가질문이 나올 우려가 있다. 저자는 "여러 가지 부족한 점이 있지만 이를 만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식의 답을 추천하고 있다.

▲직무와 전공이 맞지 않는데 왜 지원했나?=지원자를 당황하게 만드는 전형적인 '압박 면접'이다. 조직에는 전공과 무관한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그렇기에 “솔직히 제 전공이 직무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며 성급하게 이실직고할 필요는 없다. 가급적 부정적 표현은 삼가고 어떠한 논리를 펴서라도 전공이 직무수행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할 줄 알아야 한다.

▲지원한 직무로 배치받지 못한다면?=적잖은 신입사원들이 원치 않는 부서에 배치될 경우 실망해 퇴사하기 일쑤다. 이 때문에 회사로서는 미리 짚고 넘어가려는 것이다. 저자는 “그렇다면 좀 더 생각해보겠다” 또는 “어떤 일이든 시켜만 달라”는 양 극단의 답변을 피하라고 말한다. 모범답변은 “희망했던 직무를 위해 준비해왔지만 회사가 원하는 다른 업무도 훗날 희망직무에서 일하게 될 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열심히 하겠다”이다.

▲면접에서 떨어진다면?=이 질문에 응시자들은 “난 떨어졌구나…” 하며 낯빛이 바뀐다. 하지만 이 질문은 회사에 대한 충성심 확인이 목적이다. “약점을 보완하여 재도전하겠다”는 정도의 답변이면 무난하다.

이 책을 읽으며 든 생각이 있다. 마음에 없는 모범답안을 줄줄 외워 입사에 성공한 들 과연 조직생활에도 성공할 수 있을까. 수험생들은 입사 후를 위해서라도 책 속 답변 내용을 머리뿐 아니라 마음으로도 이해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