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ING생명보험을 인수하는 신한금융지주의 염가매수차익 기대는 낮은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인투자자들이 내재가치비율(PEV) 1배 수준을 요구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ING생명 100% 자회사 편입을 목표로 하는 신한지주는 MBK와의 협상에서 최대한 가격을 낮춰야 한다.

ING생명의 대주주인 MBK파트너스(59.15% 보유)는 이미 매각가의 눈높이를 낮춘 상황이다. 최근 ING생명 주가는 인수 소식에 급락했다. 다만, MBK가 추가로 가격을 조정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양측 협상의 간극이 좁혀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신한지주는 MBK파트너스가 보유한 ING생명 지분 59.15% 인수를 추진 중이다. MBK는 2조4000억원을 제시한 반면, 신한지주는 2조1000억원을 적정가로 보고 있다.

신한지주는 자기자본이익률(ROE) 10% 수준을 기업 인수 원칙으로 삼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ING생명 지분 100% 인수에 동원할 수 있는 최대치는 약 3조3000억원이다. 신한지주가 MBK파트너스 ING생명 지분 가치를 약 1조9000억~2조원으로 본다면 경영권 프리미엄은 5~10%를 적용했다고 볼 수 있다.

통상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경영권프리미엄이 20~30%로 형성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MBK 측이 제시한 가격이 설득력이 높다. 다만, 인수 지분 규모가 클수록 경영권 프리미엄이 낮아진다는 점에서 실제 딜(deal) 가격은 낮아질 수 있다.

신한지주, 염가매수차익 기대 낮아

일각에서는 신한지주가 ING생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염가매수차익을 노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염가매수차익이란 M&A에서 순자산 공정가치에서 매수원가를 제외한 것을 말한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ING생명은 기업공개(IPO) 당시 외국인투자자를 중심으로 기업설명회(IR)를 개최했다”며 “상장 이후 외국인 지분율이 늘어나면서 주가도 동반 상승하는 등 그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들이 내재가치비율(PEV) 1배 수준을 요구했던 만큼 신한지주의 염가매수차익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현재 외국인투자자의 ING생명 지분은 37.41%다. 신한지주가 인수하는 지분 59.15%을 제외한 대부분을 외국인들이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ING생명 PEV 1배는 5조원 규모로 현재 시장가치(최근 1개월 평균 약 4만원 적용) 대비 약 50% 가까이 올라야 한다.

최근 ING생명의 주가는 신한지주의 인수 소식에 급락했다. 주가 상승의 원동력 중 하나인 배당이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외국인투자자의 눈높이가 낮아질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가격 부담은 여전하다. 신한지주의 ‘ROE 기준 인수 원칙’은 물론 잔여지분 확보를 위해서라도 MBK와의 협상에서 가격을 최대한 낮춰야 한다.

‘ING생명 매각’ 열쇠 쥔 MBK, 협상 가격 낮출까

신한지주 측이 섣불리 인수가를 높일 수 없는 만큼 이번 딜의 성공은 MBK가 매각가를 낮출지 여부에 달렸다. MBK는 지난 2013년 8월 ING그룹으로부터 ING생명 지분 100%를 1조8000억원에 인수했다. 그간 배당금과 함께 지난해 IPO를 통해 1조1000억원을 확보하면서 투자원금은 대부분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지주와의 딜에서 발생하는 매각차익은 고스란히 MBK의 수익이 된다. 서두를 이유가 없는 MBK가 매각가를 쉽게 낮추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보험업계를 둘러싼 시장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금리상승 시기는 운용수익률 개선으로 보험사 수익에 긍정적이다. 그러나 보험사는 만기가 긴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관련 이익이 반영되기 까지 시간이 걸린다. 반면, 자산 평가손실과 자본감소는 빠르게 적용돼 지급여력(RBC) 비율이 낮아진다. 시간을 끄는 것도 MBK에 긍정적이라고 확신하기 어렵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M&A에 보수적인 신한지주가 인수가를 섣불리 높이지 않을 것”이라며 “투자원금을 대부분 회수한 MBK측이 매각가를 낮출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그는 “판매사들이 RBC 비율이 높은 보험사 상품을 선호하는 추세”라며 “시너지 효과 등을 고려하는 신한지주가 무조건 강경한 자세를 보이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