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지난 해 취임하면서 부동산 가격 급등의 요인으로 외국인들을 지목하고, 이들의 주택 구매를 억제하는 조치를 내놓겠다고 공약했다.   출처= Scoopnest.com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세계 주요지역을 대상으로 한 중국인들의 부동산 투기 광풍으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자 각 국이 이에 대한 안정화 조치를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 호주 정부가 중국인 등 비거주 외국인의 기존 주택 매입을 법적으로 금지시킨데 이어 뉴질랜드도 비거주 외국인을 대상으로 주택매입을 금지하는 해외투자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캐나다도 주별로 다르지만 올해 2월 벤쿠버주는 외국인 주택구입자에 대해 취득세를 기존 15%(2016년 8월 도입)에서 20%로 인상하고 구입후 거주 하지 않고 빈집으로 놔둘 경우 '빈집세'를  2% 부과키로 결정했다. 캐나다도 최근 3년간 중국인들의 주택구입이 급증하면서 토론토 등 집값이 폭등하고 매물이 자취를 감추는 등 실제 거주자들이 매물난과 집값 급등의 부담으로 고초를 겪어왔다.   

뉴질랜드 의회는 15일(현지시간) 비거주 외국인의 기존 주택 매입을 금지하는 ‘해외투자 개정안’을 찬성 63, 반대 57로 통과시켰다고 CNN 등이 보도했다. 이로 인해 외국인들은 앞으로 뉴질랜드에서 기존 주택은 매입할 수 없게 된다.

다만 호주와 싱가포르 국민은 자유무역협상(FTA)에 따라 금지 대상에서 제외된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지난 해 취임하면서 부동산 가격 급등의 요인으로 외국인들을 지목하고, 이들의 주택 구매를 억제하는 조치를 내놓겠다고 공약했었다.  

데이비드 파커 뉴질랜드 무역수출성 장관은 "뉴질랜드에 영구적으로 살 권리가 있는 사람들만이 이곳에서 집을 살 권리가 있다"라며 "뉴질랜드에서 집을 사는 것은 뉴질랜드 국민만의 타고난 권리다"라고 주장했다.

이웃 나라인 호주도 지난 해, 집 값 상승을 잡기 위해 외국인들의 기존 주택 매입을 금지하는 유사한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지난 해 말 이후 호주의 집 값은 하락세를 보였다. 집 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홍콩도 외국인들에게 고액의 주택 거래세를 부과하고 있다.

웨스트팩 은행의 도미니크 스티븐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 법안이 시장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분명하지는 않지만, 올해 말 이전에 최소한 상승세가 멈추거나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뉴질랜드 정부는 이밖에도 적정 가격의 주택 10만 채를 공급하고, 무주택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등 계획도 세우고 있다. 주택 가격 하락이 뉴질랜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지적에 대해 그랜트 머레이 로버트슨 뉴질랜드 재무장관은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경제는 부동산 투기를 바탕으로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뉴질랜드는 최근 몇 년 간 중국인 부동산 투자자들의 투기로 집값이 폭등해 정작 자국민이 집을 사지 못해 창고, 컨테이너 등에서 살게 되는 등 주택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출처= inztimes.com

뛰어난 치안과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뉴질랜드는 세계 부호들이 부동산을 사기 위해 몰려드는 곳이다. 특히 최근 몇 년 간 중국인 부동산 투자자들은 뉴질랜드를 타깃 삼아 공격적인 투기를 벌이면서 집값은 폭등했고 정작 자국민이 집을 사지 못해 창고, 컨테이너 등에서 살게 되는 등 주택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임대료 상승과 임금 삭감, 공공 주택 공급 축소, 낮은 은행 이자율과 꾸준한 이민 증가도 뉴질랜드 내 집값을 올리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미국의 공공정책 컨설팅 회사인 데모그라피아(Demographia)는 매년 발표하는 조사에서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도시 오클랜드가 저렴한 가격으로 주택을 살 수 있는 곳으로 꼽는다. 그러나 뉴질랜드 중앙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 년간 뉴질랜드의 집 값은 거의 두 배가 되었고 최근 몇 년 동안 뉴질랜드인들의 주택 소유 비율이 떨어졌다.

오클랜드 시내 중심가 경우 주택 중간가격이 89만 2000뉴질랜드 달러(6억 6500만원)로, 2010년 중반 이후 84%나 올랐다.

그러나 정부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구매자들이 국내 주택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미미하다. 최근 공식 통계에 따르면 뉴질랜드 시민권이나 거주지가 없는 구매자는 전체 거래의 3% 미만에 불과하다. 그것도 대다수는 중국 사람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질랜드는 또 부유하고 유명한 사람들에게 인기있는 휴양지다. 억만 장자 투자자 피터 티엘과(Peter Thiel)은 악명 높은 전 NBC 진행자 맷 라우어 같은 사람들도 이 나라에 몇 채의 집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