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입국장 면세점 도입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공항과 면세점 업계 그리고 정부 부처 등 각 주체의 다른 견해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문 대통령과 정부가 기대하는 입국장 면세점의 긍정 효과가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입국장 면세점이 없어 공항의 국내외 관광객들이 시내나 공항면세점에서 구매한 면세상품을 들고 다니는 불편을 겪고 있다”면서 관계 부처 담당자들에게 “입국장 면세점 도입 시 공항 혼잡 등 예상 부작용과 그 대응 방안을 검토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가 입국장 면세점 도입으로 기대하는 효과는 크게 2가지다. 첫 번째는 대기업이 아닌 면세 사업자들에게 점포 우선 입점 기회를 줘 중소 사업자들의 수익성 개선에 도움을 주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면세점 증가에 따른 면세 업계 전체의 매출 규모 확장이다. 

이러한 대통령의 결정을 반기고 있는 주체는 인천공항공사(이하 인천공항)와 중소 면세사업자들이다. 인천공항에게 면세점이 늘어나는 것은 곧 공항 내 점포 임대수익의 증가를 의미한다. 이미 인천공항은 지난 2002년부터 부지를 마련해두고 입국장 면세점 도입 추진을 계속 정부에 요구해 왔다. 중소 면세점 사업자들은 입국장 면세점 도입에 따른 수익성 증대 그리고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기회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일련의 효과가 각 주체들이 기대하는 수준만큼 도움이 될 것인지, 그리고 면세 업계 전체의 매출 규모 증가를 도모할 수 있는 기회인가에 대해서는 부정적 의견이 더 많이 나오고 있다.  

면세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소비의 확대로 면세업계 매출 규모 확장을 이끌고자 한다면 면세점 사업권이나 점포를 늘리는 것보다는 현행 1인 600달러로 제한돼있는 해외여행객 1인 면세 한도 를 확대하는 것이 더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금의 면세한도 1인 600달러는 2015년 확정된 것이다. 국내 면세업계는 중국 8000위안(약 1165달러), 일본 20만엔(약 1800달러) 등 주변 국가들의 면세 한도가 우리나라보다 높은 것을 근거로 계속 인상을 요구하고 있으나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현재 면세 한도가 가진 문제점을 뒷받침하는 근거도 있다. 바로 위반건수다.  관세청이 조사한 ‘해외여행객(내국인) 면세 한도 위반 현황 조사’에 따르면 내국인 출국자의 면세한도 위반 건수는 2014년 13만316건에서 해마다 증가해 지난해에는 18만6351건까지 늘어났다.

한도 위반에 따른 과세액도 같은 기간 268억4300만원에서 305억5800만원까지 늘었다. 올해는 상반기(1~6월) 동안에만 위반 건수 11만3391건, 과세액 210억6100만원으로 기록됐다. 

 ▲출처= 관세청 <해외여행객(내국인) 면세 한도 위반 현황>

다른 관계자는 “면세 한도 위반으로 정부가 걷는 징벌적 세수(稅收)를 늘리는 것보다 면세 한도를 늘려 소비자들에게 면세점 소비를 늘릴 수 있는 요인을 주는 것이 업계에는 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입국장 면세점으로 시내와 공항(출국장) 그리고 각 항공사가 운영하는 기내(機內) 면세점의 소비가 줄어들 가능성을 생각하면 정부가 기대하는 긍정적 실효성이 얼마나 클지는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입국장 면세점이 우리나라의 면세 사업의 기본 개념을 무시하는 조치임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박상인 교수는 <이코노믹리뷰> 전화통화에서 “면세점 소비의 기본 취지는 해외여행을 할 수 있을 만큼의 경제 여유를 가진 고소득 소비자들의 해외 소비를 국내로 돌리는 것”이라면서 “입국장 면세점은 고소득 소비자들이 국내에서 하는 소비에 면세 혜택을 주는 개념이기에 면세점의 기본 원칙과 어긋나기도 하며 여유를 가진 이들의 소비 확대가 이끄는 경제 선순환을 도모하는 현 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와도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물론 해외의 많은 공항들은 대부분 입국장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소비 수요가 워낙 작기 때문에 소규모 혹은 일부 품목 판매로 한정해 운영되는 것이 대부분”이라면서 “다른 공항에 있다고 우리도 있어야 한다는 논리보다는 우리 시장 상황에 맞는 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의 지적과 같은 맥락으로 업계에서는 장기 관점에서 입국장 면세점의 면세품 구매 수요 자체가 크지 않기 때문에 공항이나 중소 면세사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동안 잠잠한 면세점 업계가 대통령의 한 마디에 술렁이고 있다. 입국장 면세점을 도입을 대하는 주체들의 의견은 계속 엇갈려 그에 따라 논란도 계속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