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정부가 민간 스타트업의 기술을 탈취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가축용 바이오캡슐 스타트업인 유라이크코리아는 1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100억원을 투자해 만든 바이오캡슐 라이브케어를 개발해 출시했으나, 농촌진흥청이 유사한 제품을 출시한다고 밝혀 기술 탈취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농진청은 유라이크코리아의 주장에 대해 "기술탈취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라이브케어는 소 입 안으로 투여한 바이오캡슐을 통해 가축의 위에서 체온 등 생체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하고 분석해 질병, 발정, 임신 등을 진단하고 관리하는 축우 헬스 케어 솔루션 서비스다. 유라이크코리아는 2014년 7월21일 특허를 획득했으며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축우의 정확한 상태를 분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술력과 안정성을 인정받아 2017년 12월 11일에 경구투여 동물용 의료기기 인증까지 획득했다. 지난해 8월 4차 산업혁명 파워코리아 대전에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수상했고,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매년 열리는 MWC에서 ‘기업용 모바일 혁신상’도 수상했다.

▲ 유라이크코리아가 농진청의 기술 탈취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기술 탈취”

김희진 유라이크코리아 대표는 농진청이 민간 스타트업의 기술을 탈취했으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황이 많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농촌진흥청 축산과학원 낙농과 모 과장은 지난 7월18일 정부 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기자실에서 라이브케어와 유사한 제품인 ‘반추위 삽입형 건강정보 수집장치(바이오 캡슐)’를 자체 연구팀과 민간기업이 독자적으로 개발해 국산화에 성공했다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면서 “보도내용을 보면 핵심 기술에 대한 용어도 유라이크코리아와 동일하고 심지어 홍보 문구까지 비슷하다”고 강조했다. 농진청은 가축 생체정보수집 장치의 특허출원과 산업체 기술이전을 마쳤으며, 8월부터 현장에 공급할 예정이다.

농진청의 발표가 나온 후 한 언론에서 유라이크코리아의 바이오캡슐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당시 농진청은 “체온과 활동량 변화를 직접 측정하는 방식, 체온과 활동량을 동시에 측정한 정보를 바탕으로 소의 신체 상태 변화를 판단하는 점 등 유라이크코리아의 서비스와 차별화가 된다”고 반박했다. 또 유라이크코리아와 달리 와이파이 통신망을 사용하기 때문에 분명한 차별점이 없다고 말했다.

농진청은 최근 유라이크코리아에 “특허를 침해한 사실이 없고, 기술의 진보성과 신규성을 확보했다”면서 “국가기관이 민간기업의 기술을 침해한 것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말라”는 답변을 보내왔다.

김 대표는 그러나 “체온을 측정하는 방식을 그대로 이용하고 있는 점에서 여전히 특허권 침해”라면서 “와이파이 모델도 2015년 초기 사업 모델이다. 유라이크코리아의 본건 특허권은 와이파이 통신망을 이용한 제품도 권리범위 내에 포함되어 있어, 여전히 특허침해로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유라이크코리아는 와이파이에서 로라로 무게추를 옮겼다.

김 대표는 “2016년에는 농진청 직원이 우리에게 농진청 산하 국립축산과학원이 비슷한 연구를 준비하고 있다고 라이브케어에 대한 기술자료 등을 문의해온 적이 있으며, 2017년에는 세미나 정보를 공유하기도 했다. 고의적으로 특허발명을 침해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농진청의 기술탈취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김 대표는 마지막으로 “농진청은 유라이크코리아 특허침해를 인정하고 스스로 사업을 철회하고 산업체에 기술 이전을 중단하는 한편 스타트업 기술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지원하라”고 밝혔다. 유라이크코리아는 이와 관련해 중소벤처기업부의 중소기업기술보호상담센터를 통해 상담을 받았고, 특허권을 침해한다는 법률의견서를 받았다. 추후 강력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중소기업벤처부 소속 중소기업기술보호상담센터 기술보호 법률전문가인 손보인 변호사는 “농진청의 소 생체 정보 수집 장치는 유라이크코리아가 보유한 생체 내의 온도값을 측정하는 생체주입형 RFID 태그, RFID 태그로부터 측정된 온도값을 수신하는 허브 등 총 6개의 특허발명 항목에 대해 실질적으로 동일하다”고 밝혔다.

농진청은 유라이크코리아의 발표 후 별도의 입장자료를 통해 "원하는 업체에 기술이전은 하면서, 분쟁이 끝날때까지 제품 생산은 보류할 것"이라며 한 발 물러났다. 농진청의 기술은 현재 별도 특허 출원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 유라이크코리아의 제품. 출처=토스트앤컴퍼니

반복되는 패턴, 문제는 없나

정부는 최근 일자리 창출, 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스타트업 육성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ICT 기술 기반 스타트업의 규제를 완화하는 작업에 나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적폐청산을 기치로 걸고 불공정 관행 단절 의지도 강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중소벤처기업부 출범식에 참석해 “대기업 불공정 거래를 근절하겠다”고 강조했으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최근 “불공정 거래를 방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현장과의 엇박자다. 대기업의 기술 탈취 논란은 종종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NFC와 모 대형 신용평가사의 기술 탈취 분쟁이다. 한국NFC는 신용카드 본인인증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며 2016년부터 신용평가사와 제휴해 기술과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계약을 진행했다. 문제는 신용평가사의 다음 행동이다. 이들은 계약 이행을 지연하는가 싶더니 결국 해지하고, 한국NFC를 배제해 사업을 개시했다.

한국NFC는 핵심 노하우만 도용당한 셈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불법적인 스타트업 기술 유용이다. 한국NFC가 관련 특허를 보유했음에도 불구하고, A 신용평가사는 특허부분만 우회해 서비스를 개발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며 스타트업의 기술을 유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심지어 계약 당시 A 신용평가사는 시스템 투자와 영업 등을 이유로 독점적 계약을 요구했고, 한국NFC는 약자로서 독점계약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법률특허분과 구태언 단장(테크앤로 대표변호사)은 “한국NFC 사건은 스타트업 기술유용과 전속거래 강요에 해당한다”면서 "대부분 스타트업과 대기업 관계는 표면적으로 ‘제휴’나 ‘협력’이지만 사실상 하도급일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기술유용에 관한 문제가 빈번히 발생할 수 있고, 법적으로 보호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스타트업이 실제로 강력한 문제제기에 나서기는 어렵다. 구 단장은 ”현실적으로 스타트업이 문제제기 할 경우 대기업과의 거래 기회 자체를 뺏길 수 있기 때문에 주저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우려했다.

▲ 한국NFC도 갑질에 당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출처=갈무리

정부의 스타트업 기술, 혹은 아이디어 탈취 사건도 종종 벌어지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해 여행 스타트업 트레이지의 여행상품을 그대로 카피했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여행 스타트업이 장기간 공을 들여 만든 상품을 통째로 탈취했다는 주장이 나왔으며, 결국 문화체육관광부는 관련 산업을 철회했다.

문체부는 지난 2014년 초유의 스타트업 카피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인디음악 소개와 뮤지션 정보를 공개하던 인디스트릿이 문체부와 협력해 업계의 상생을 도모했으나, 문체부가 인디스트릿의 자산을 회의를 빌미로 탈취해 별도 플랫폼을 출시하려는 계획을 세웠던 놀라운 사건이다.

유라이크코리아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대기업의 스타트업 기술 탈취가 여전한 상태에서 이제는 정부마저 비슷한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서울시의 서울페이처럼 공공영역이 민간영역에 마구잡이로 침범하려는 패턴이 보이면서 기본적인 지식재산권 보장도 이뤄지지 않는 현상이 반복될 경우 제2의 유라이크코리아 사태는 또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농진청은 유라이크코리아의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명확한 해명이 없다면 논란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