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semble 15-18, 25×51㎝, Korean paper, Oil on Canvas, 2015

1990년대부터 바이올린과 멍석, 맷방석 등의 형태를 그대로 캐스팅하여 한 화폭 속에 조화시키는 일명 ‘앙상블’ 시리즈가 등장한다. 한국의 전통적 고유미를 지닌 맷방석이나 멍석 등과 바이올린의 날렵한 곡선이 절묘한 어울림을 자아내며 서로 다른 문화권의 상징물들이 한지라는 공통분모 속에서 새로운 조형미를 마음껏 펼쳐낸다.

자칫 매우 어색할 수 있는 대비성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그들만의 절묘한 조화를 통해 옛 것과 새것, 혹은 한국적인 것과 서양적인 것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승화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Ensemble 15-1, 30×91㎝, Korean paper, Oil on Canvas, 2015 

박철 작가(서양화가 박철,박철 화백,朴哲)의 작품 표면에서 그대로 느껴지는 요철은 작품에 쓰이는 재료들을 석고나 시멘트로 눌러 형태의 음각을 만든 뒤, 완전히 굳어진 형태 위에 한지와 고서적의 낱장들, 그리고 빈랑, 오배자, 정향, 도토리, 밤, 쑥, 소목, 홍화, 황백과 같은 천연 염료를 조색 후, 약 10~30여회 짓이기고 두들긴 후에서야 비로소 작품의 완성본이 탄생되는 것이다.

▲ Fortune 15-3, 146×146㎝, Korean Traditional Paper, Natural dyes, 2015

작가(ARTIST PARK CHUL)는 이렇듯 자연(自然)에 의한 극히 우연(偶然)한 효과와 오랜 시간에 의해 변화된 느낌 즉 고연(古然)을 표현하고자 하고 있다. 이는 모든 물질은 시간에 의해 필히 소멸된다는 필연(必然)의 법칙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2014년 영은미술관 전시전경

작업에 활용되는 오브제 종류를 넘어 모든 작품에서 따스한 온기(溫氣)가 느껴진다. 이는 한지(韓紙,Hanji,Korean Paper)만이 지닌 상징성과 질료의 고유성이 모든 기조방식을 넘어 깊숙한 아우라를 뿜어내는 것이며, 그에 수반되는 부소재의 상이함은 자연스레 그 속에 내재되어 있을 뿐이다.

이렇듯 작가(PARK CHUL)는 그만의 특별한 기법을 유연하게 풀어가는 과정을 통해 누구도 쉽사리 모방할 수 없는 ‘한지 부조회화장르’를 구축하였다.

△글=영은미술관 학예팀장 이지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