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nsemble 14-8, 47×108㎝, Mixed media with Korean Traditional paper, 2014

예부터 ‘한지(韓紙,Hanji,Korean Paper)’는 닥나무()나 삼지닥나무() 껍질을 원료로 하여 뜬 전통 종이를 일컫는다. 그 용도에 따라 질과 호칭이 상이하며, 다양한 형태로 쓰여 지고 있다. 이렇듯 ‘한지’가 지닌 고유성에 따라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 종이를 일컬을 때 우리는 한지를 우선적으로 떠올린다.

▲ Fortune 14-3, 151×151㎝, Korean Traditional Paper, Natural dyes, 2014

작가(ARTIST PARK CHUL)는 유년 시절 농촌에서 태어나 자라오며, 전통 가옥의 창틀에 쓰이는 창호지 문살에 쓰이는 한지 작업에 대해 선명히 기억하고 있다. 자연 채광이 스며드는 창호지 속 꽃잎의 아름다움을 잊을 수 없다는 그의 추억이 지금의 작품에 자연스레 스며들었으리라.

▲ Fortune 14-1, 136×190㎝, Korean Traditional Paper, Natural dyes, 2014

작품 속에는 드로잉이 없고, 동서양 다양한 물체의 형상들이 자유로이 보여 진다. 우리나라 농촌 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멍석이나 떡살, 문틀, 부서진 와당 등 토속적이면서 옛 스러운 소재들이 지닌 요철이 한지부조로 재현되고 있다.

또한 전통 서양악기의 대명사인 바이올린, 첼로 등의 소재가 전통 한지부조 회화로 재탄생 되며, 옛 것과 새 것의 절묘한 조화가 지닌 그만의 회화적 美를 잔잔히 뿜어낸다.

▲ 2014년 영은미술관에서. 왼쪽부터 조각가 김영원, 박철 화백, 미술평론가 윤진섭

그가(PARK CHUL) ‘한지부조 회화장르’를 시작한 것은 1980년대이다. 당시 작가는 안동대 출강을 오가며 안동댐 건설로 인해 수몰될 위기에 처한 인근 시골 마을을 자주 드나들었다.

그 곳에 버려진 고가의 각종 문짝들, 부서진 와당, 허물어진 기와조각들과 말안장, 멍석, 여물통, 독과 단지 등을 보며 작가는 작품의 주 소재로서 확신을 가하여 박철 작가(서양화가 박철,박철 화백,朴哲)만의 기조방식, ‘한지 부조회화’ 장르를 구축하기에 이른다.

△글=영은미술관 학예팀장 이지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