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YPC 토크콘서트가 14일 오후 코엑스 아티움에서 열리고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전현수 기자

[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알고리즘 지식을 실생활에 활용해보세요. 알고리즘 문제를 직접 내보세요. 그리고 자기를 객관화하세요"

넥슨코리아 강대현 부사장이 14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아티움에서 열린 ‘NYPC 토크콘서트’에서 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인공지능을 시대를 방법에 대해 강연하면서 개발자 역량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제안한 내용의 일부다.

강 부사장이 한 강연의 핵심 내용은 코딩에 관심이 많은 청소년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 두 가지에 대한 답변이었다. 첫째는 ‘AI시대에 갖추어야 할 역량은 무엇인가’, 둘째는 ‘넥슨에서는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하는가’다.

넥슨이 오픈한 NYPC 토크콘서트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의 주제는 ‘세상을 바꾸는 프로그래밍 이야기’다.

강대현 부사장은 현재 넥슨에서 게임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분석 업무를 수행하는 조직인 ‘인텔리전스랩스’를 총괄하고 있다.

▲ 강대현 넥슨 부사장이 14일 오후 코엑스 아티움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출처=넥슨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아무거나 해보라고요?"

강 부사장은 넥슨에 처음 입사했을 시절 이야기를 해주며 포문을 열었다. 그는 “넥슨에 입사하자마자 팀원 모두가 출장을 가서 혼자 일주일을 출근한 경험이 있다. 당시 팀장님은 내게 일주일 동안 뭘 하고 싶은지 생각해보고 아무거나 해보라고 하곤 가버렸다. 혹시 나가라는 표현을 다른 방식으로 하는 건가 싶었다”고 말했다.

이 사례는 공부하는 학생과 IT 회사에서 일하는 개발자의 큰 차이점을 보여준다. 주어진 문제를 잘 풀어내면 인정받는 학생과 달리 개발자에게는 문제가 주어지지 않고, 문제를 주더라도 그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으며, 오히려 문제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는 “일을 할수록 여러 유형의 사람들과 일해봤는데, 학교에서 공부를 잘하는 것과 회사에서 일을 잘하는 것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면서 “학교는 정해진 정답을 배우는 곳이지만 회사는 정답이 없거나 정답에 얼마나 가까운지 전혀 알려주지 않는 곳이었다.”고 말했다.

강 부사장은 이런 현상은 AI 시대에 더 심해질 것으로 예측했다. AI는 데이터가 의사결정을 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그 말은 AI가 문제의 답을 풀어준다는 의미다. 그는 “이제 사람에게 필요한 중요한 역량은 문제를 잘 푸는 것이 아니라 좋은 문제를 찾아내고 프레임을 짜서 AI에게 문제를 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예로 넥슨은 인공지능을 게임의 ‘월핵’과 ‘매크로’를 잡는 데 활용한다. 월핵이란 ‘서든어택’ 등 FPS 게임에서 벽에 가려진 상대방의 위치까지 알 수 있게 하는 해킹 툴이다. 넥슨은 월핵이 의심되는 유저의 플레이 영상을 따서 AI모델로 전송하고, AI가 핵을 사용하는 것이 맞는지 아닌지를 판별해주는 방식으로 월핵 사용 유저를 잡는다.

매크로는 단시간에 게임 머니를 모으기 위해 자동으로 플레이가 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매크로를 쓰는 유저들은 최적의 동선으로 움직여야하기 때문에 단조로운 액션을 취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액션은 패턴의 형태를 띠게 되는데, 매크로 기술도 발전해서인지 패턴을 사람의 눈으로 확인하는 게 쉽지는 않다. 그러나 AI는 패턴을 찾아내고 매크로를 발견할 수 있다.

강대현 부사장은 “이런 사례를 보면 사람이 문제를 직접 푼 건 하나도 없다”면서 “AI에게 문제를 주고 답을 도출한 것이 큰 특징이다”고 말했다.

▲ 넥슨 강대현 부사장이 제시하는 개발자에게 중요한 습관 네 가지. 출처=이코노믹리뷰 전현수 기자

이날 강 부사장은 청소년들이 개발자의 역량을 키우는 4가지 습관을 제시했다. 첫째는 알고리즘 지식을 실생활에 활용해보는 것이다. 둘째는 알고리즘 문제를 직접 내보는 방법이다. 강 부사장에 따르면 문제를 내는 것은 푸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뇌의 영역을 쓰는 기분이며, 개발자가 갖춰야할 중요한 역량이다.

세 번째와 네 번째 방법은 자기 객관화라고 할 수 있다. 강 부사장은 이 능력이 미래 역량과 비례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의 경우 알레르기가 있는데 병원에서도 특별한 진단을 받지 못해 직접 먹은 모든 음식을 사진 찍고 엑셀에 재료를 정리했다고 한다. 한 달동안 정리를 하니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을 알게 됐고, 컨디션을 좋게 만들거나 나쁘게 만드는 재료까지 알게 됐다. 그는 “자기 객관화의 중요성은 이미 많이 알려졌는데 실제로 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