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삼성전자의 하반기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노트9이 느닷없는 호갱 논란에 휘말렸다. 미국에서 갤럭시노트9을 구입하면 '1+1(원플러스원)'으로 제공하는데, 국내 고객들은 고작 10만원 수준의 할인만 받는다는 주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사실일까?

논란의 발단은 한 지상파 방송사의 13일 보도다. 지상파 방송사는 "대당 100만 원이 넘는 삼성 스마트폰 갤럭시노트9이 미국과 우리나라에서 사전예약을 받고 있다"면서 "미국에선 반값이고 우리나라에선 끽해야 10만 원 정도를 할인해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 갤럭시노트9이 공개되고 있다. 출처=삼성전자

삼성 "호갱 걱정마세요"
지상파 방송사의 보도가 나온 후 삼성전자는 14일 공식 뉴스룸을 통해 정식으로 반박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이동 통신사가 진행하는 갤럭시노트9의 1+1 캠페인은 한 개의 판매 가격을 반값에 할인하는 행사가 아니라 신규 가입자 확대를 위해 추진하는 마케팅 프로그램"이라면서 "통신사들은 다양한 마케팅 프로모션 활동을 통해 가입자 유치 확대를 통상적으로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적 특수성일 뿐, 역차별 논란과는 거리를 둔 셈이다. 오히려 갤럭시노트9의 국내 출고가는 글로벌 주요 국가와 비교하면 낮다고 주장했다.

따져볼 필요가 있다. 가장 먼저 전제해야 할 점은, 논란이 되고있는 미국의 1+1 캠페인 주체가 삼성전자가 아닌 미국 통신사의 프로모션이라는 대목이다. 미국 통신사들은 갤럭시 시리즈는 물론 애플 아이폰에도 비슷한 프로모션을 단행한 경험이 있으며, 그 때마다 국내 언론 일부에서는 "국내 고객이 봉이냐"라는 비판이 나왔으나 지금까지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미국 통신사의 프로모션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지원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의견은 받아들일 수 있는 여지가 있으나, 만약 미국 통신사의 1+1 캠페인을 통해 국내 역차별 문제를 제기하려면 삼성전자가 아닌 국내 통신3사에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1+1 캠페인 자체에 집중해도 딱히 역차별 뉘앙스가 풍기지 않는다. 미국 통신사 1+1 캠페인을 보면 단말기에 2년을 약정하고 2개의 회선을 동시에 사용하는 조건으로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며, 지불 계좌가 동일해야 하고 2개의 회선 중 하나는 신규 회선으로 가입해야 하는 등 여러 가지 의무가 있다. 1대를 사면 1대를 무료로 준다고 무턱대고 좋아할 사항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 통신사의 프로모션대로 국내에서 1+1 캠페인을 펼친다고 가정했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작은 내수시장의 영향으로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포화생태지만 미국은 아직 성장의 여백이 넓은 편이다. 국내는 국내의 방식대로 마케팅을 하고, 미국은 미국의 방식대로 마케팅을 하는 것 뿐이다.

일각에서는 '까다롭기는 하지만 미국 통신사의 1+1 캠페인이 훨씬 유리하다'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문제가 된 지상파 보도를 보면, 국내에서 예판에 돌입한 갤럭시노트9은 '끽해야 10만원'을 할인한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나온 10만원은 4만원대 요금제를 기준으로 하는 보조금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조금대신 약정할인 25%를 선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보조금 10만원'은 수박 겉핣기식 프레임이다.

▲ 갤럭시 스튜디오가 열렸다. 출처=삼성전자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스마트폰을 구입할 때 보조금과 25% 약정할인 중 하나를 선택한다. 지상파 보도에서는 보조금을 10만원으로 정의했으나 당연히 요금제에 따라 다르다.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택하는 것은 6만원대 요금제며, 이를 기준으로 하면 13일 기준 SK텔레콤이 13만5000원, KT가 14만원, LG유플러스가 14만8000원의 보조금을 책정했다. 10만원 중반대다.

문제는 25% 약정할인을 택하는 사람들이 절대다수라는 점이다. 갤럭시노트9을 구입할 때 6만원대 요금제 기준으로 통신3사 모두 25% 약정할인을 적용한다고 가정했을때 최대 41만원의 요금감면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지상파 보도가 왜 4만원대 요금제를 특정해 보조금 10만원만 준다는 프레임을 활용했는지 의문이다. 중위 요금제인 6만원를 적용하면 10만원 중반, 대부분의 고객들이 선택하는 25% 약정할인을 보면 41만원의 보조금이다.

미국 통신사들이 프로모션을 하며 마치 단말기 가격을 인하하는 것으로 포장하는 장면도 주의해야 한다. 국내는 대부분 선택 약정할인을 통해 단말기 가격과 요금제를 더해 감면하지만, 미국 통신사의 프로모션은 마치 단말기 출고가를 할인하는 것처럼 표현한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본질은 같지만, 표현의 문제다.

예판기간 국내 고객들이 갤럭시노트9을 구매해도 별 혜택이 없다는 것도 사실과 괴리가 있다. 국내에서는 갤럭시노트9을 사전 예약할 때 기어 아이콘X 무선 헤드셋 (20만원), 디스플레이 파손 2회 50% 할인 (19만원) 등 총 39만원 상당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고, 이는 사전 예약 기간에 한정해 운영되고 있는 혜택이다. 삼성전자는 "512GB 예약판매가 아니더라도 8월말까지 128GB 모델 포함 갤럭시노트9을 구매하여 개통하는 모든 고객에게는 AKG헤드셋, 디스플레이 파손1회 50% 할인 등 약 28만원 상당의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각 통신사 혜택과 직영 온라인점도 노려볼 수 있다. 아이콘X와 디스플레이 파손 교체 비용지원에 더해 다양한 혜택을 추가 받을 수 있다. 카드혜택과 더불어 각 통신사들이 제공하는 별도 프로모션을 꼼꼼히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SK텔레콤은 삼성카드V2로 결제할 경우 24개월간 최대 45만원 할인 혜택을 제공하며 제휴처 이용 금액에 따라 통신비를 자동으로 할인해주는 척척할인도 지원된다. 온라인 몰에서갤럭시노트9을 예약 구매하면 4가지 추가 사은품인 무선 충전 패키지, 보호 패키지(케이스, 강화유리), 아웃도어 패키지(셀카봉, 블루투스 스피커), 게임 패키지(게임패드, 터치스틱) 중 하나를 선택해 받을 수 있다.

KT는 게임패드와 급속 무선충전기로 구성된 게임팩을 비롯해 3IN1 케이블, 충전기, 블루투스 키보드, 보조배터리로 구성된 실용팩과 블루투스 스피커, 액션캠으로 구성된 레저팩 중 하나를 제공한다. KT는 KT플레이게임도 최초 공개했다. 단말기에 탑재된 인기 게임 4종(FIFA ONLINE 4M, 검은사막 모바일,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오버히트) 스페셜 아이템(FIFA 5종쿠폰, 펫상자, 구사일생 후라이팬 스킨, 전설영웅쿠폰)을 무료로 제공하고 게임 구동 후 플레이에 소모되는 데이터가 과금 되지 않는 제로레이팅 서비스다. 통신사의 제로레이팅 전략이 조금씩 가동되는 분위기다. 카드 더블할인을 통해 최대 103만원의 혜택도 제공한다.

LG유플러스는 U+ Family 하나카드 자동이체를 통해 월 통신료의 25%, 최대 3만원까지 절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나의 일상을 S펜으로 그리다 프로모션을 통해 다양한 경품을 제공하며 공식 온라인몰에서는 브리츠 블루투스 이어셋, 듀얼 고속 무선충전 패드, 스웰보틀, 무선 블루투스 스피커, 모션 감지 차량용 무선충전 거치대, 올리브영 상품권 등 6종의 사은품 중 1가지를 받을 수 있다. 20일까지 ‘찾아라! Galaxy Note9 셔플카드 이벤트’를 통해 북유럽여행권 등도 추첨을 통해 제공한다.

▲ 갤럭시노트9이 예판에 돌입했다. 출처=삼성전자

"애매한 구석은 있다"
국내에서 갤럭시노트9을 구매할 때 보조금 10만원만 받는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25% 약정할인 등을 제외하고 최소한의 혜택만 거론했기 때문이다. 1+1 캠페인이 좋아 보이지만 상당히 까다로운 조건이 필요하며, 출고가를 깎아주는 것이 아닌데다 미국 통신사의 프로모션이라는 점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각 지역마다 시장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프로모션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예판기간 혜택도 국내 고객들을 봉으로 만들지 않는다. 다양한 프로모션이 진행되며, 통신사 혜택까지 더하면 상당히 풍성하다. 국내 스마트폰 구매 환경도 고객 입장에서는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갤럭시S8부터 자급제 폰이 풀린 장면이 대표적이다. 각 통신사들의 렌탈 서비스들을 활용할 수 있는 경우의 수도 늘었다.

지상파 보도의 당위성은 약하지만, 일각에서는 고가의 출고가로 인한 필연적인 논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높은 출고가에 다양한 혜택을 더해도 외부에서 보기에는 '높은 출고가'만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아이콘X를 제공하는 대신 출고가를 낮추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재고처리와 관련된 문제와 예판 종료 후 아이콘X가 제공되지 않는 등의 문제를 고려하면 쉽게 해결하기는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