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올해 2분기 한국 정유사들은 1분기보다 대폭 개선된 영업이익을 올렸다. 조심스러운 분석이긴 하지만 하반기에도 정유사들은 유가가 급등락하지만 않는다면 좋은 실적을 올려 올해는 연간으로 최대 실적을 올릴 것이라는 조심스런 전망도 나오고 있다.

▲ 2018년 2분기 국내 정유사 실적 그래프. (단위. 억원) 자료=각사

국내 대표 정유사인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올해 2분기 영업실적 발표를 완료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2분기 매출액 13조 4380억원, 영업이익 8516억원을 올렸다. GS칼텍스는 9조 579억원, 5846억원을 각각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기록했다. 에쓰오일은 매출 6조 31억원, 영업이익 4026억원을, 현대오일뱅크는 매출 5조 4352억원, 영업이익 3136억원을 각각 올렸다.

이들 4대 정유사의 영업이익을 살펴보면 모두 1분기보다 증가했다.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은 SK이노베이션이 1조 5632억원, GS칼텍스가 8652억원, 에쓰오일이 6572억원, 현대오일뱅크가 5963억원을 기록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표 정유사들의 영업이익 호조가 하반기에도 이어진다면 올해 역대 최대 실적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2018년 2분기 국내 정유사 실적과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 자료=각사

2분기 실적 개선의 이유는?

정유 4사는 올해 2분기 실적발표를 하면서 실적개선의 이유도 설명했다. 대체적으로 석유, 정유 부문의 호실적이 실적개선의 주된 이유로 꼽혔다.

먼저 SK이노베이션은 석유사업의 실적 상승이 전체 실적에서 효자노릇을 했다.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영업이익 8516억원 중 석유사업이 5334억원을 차지했다. 비중으로 따지면 62.6%다.

SK이노베이션은 “석유사업에서 환율 상승과 유가 상승폭 확대에 따른 재고 관련 이익 증가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09억원, 전 분기 대비 2080억원 증가한 533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면서 “정제마진 약세에도 유가 변동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재고 관리를 최적화한 결과 수익 극대화가 가능했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2분기 주요 사업의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았음에도 딥체인지의 강력한 추진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3% 증가한 실적이 가능했다”면서 “하반기에도 외부 변수에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인 성과가 지속 창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GS칼텍스도 대부분의 영업이익이 정유부문에서 나왔다. GS칼텍스의 2분기 영업이익 5846억원 중 정유부문은 4621억원을 차지했다. 비율로는 전체 영업이익 중 79%를 차지한다. GS칼텍스는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 관련 이익 증가와 1분기에 실시한 정기보수가 4월 중에 마무리됨에 따라 상대적으로 2분기 판매 물량이 증가해 이익이 크게 났다”고 밝혔다.

에쓰오일도 2분기 영업이익 4026억원 중 정유부문서 3052억원을 정유부문서 올렸다. 에쓰오일은 “아시아 지역의 신규 설비 가동으로 인한 공급 증가와 계절적 비수기 영향으로 정제마진이 전분기 대비 하락했지만 정기 보수를 마친 고도화 시설을 최대로 가동하고, 유가 상승으로 인한 재고 관련 이익 영향으로 전분기보다 242%증가한 영업이익을 정유부문서 달성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정유사업이 주력인 회사로 올해 2분기 영업이익 3136억원을 올렸다. 현대오일뱅크는 “국제 유가 상승으로 인한 레깅 효과(유가 상승으로 제품 가격이 올라 마진이 커지는 현상)와 재고 관련 이익 증가로 전 분기 대비 나은 실적을 올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 국내 대표 정유사들이 2분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출처=각사

하반기 전망도 나쁘지 않아

하반기 정유사들의 석유부문 실적은 견실할 것으로 예상됐다. 정제마진 상승이 기대된다는 것이 이유다.

양형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6월 휘발유 성수기 진입에도 마진은 지난 2년 동안 최저치를 기록했는데 하반기 정제마진은 나아질 것”이라면서 “휘발유, 등유, 경유 등에 대한 수요 호조와 중국 업체의 생산비용 증가로 인한 가동률 하향으로 수급에서 수요 우위 시장이 된다는 것이 이유다”고 말했다.

양 연구원은 “상반기 원유 수요는 하루 60만배럴 수준으로 증가했는데 전 세계 정제설비 순증설 규모는 제한적이고 하반기 수요 증가를 감안하면 하루 84만배럴의  수요 우위가 예상된다”면서 “하반기 유럽 경기 회복으로 이머징 국가서 수입 증가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국내 정유사들의 실적 가늠자로 꼽히는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6월 마지막주 배럴당 4.1달러로 바닥을 찍은 후 급격히 회복해 7월 3주 기준으로 5.5달러까지 오른 상태다. 공급 측면에서도 중국의 소형 정유업체인 티팟(Teapot) 가동률이 급락한다는 점도 긍정 요인으로 평가됐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티팟 정유사들의 평균 가동률은 6월 평균 62.4%에서 7월 셋째주에는 56%까지 내려갔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도 “정제마진이 올해 초반까지 나빴는데 점차 개선 기미를 보이고 있고, 정유 분만 아니라 화학과 같은 비정유 부문에서도 실적 개선 여지가 있어 하반기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 정유설비 가동률 추이와 싱가포르 정제마진 추이. 출처=블룸버그, 이베스트 투자증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