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드만삭스의 새로운 소비자전문 금융자회사 마커스와 신용카드 대출업체인 싱크로니 파이낸셜은 유동성이 큰 보통 예금에 연 1.83%의 이자율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 은행 전체 평균 예금 이자율은 0.64%다.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미국 은행들의 지난 10년간의 ‘예금 무이자 시대’가 드디어 마감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지난 3년간의 단계적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눈치만 봐왔던 은행들이 예금금리 인상에 속속 동참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은퇴자 등 예금 상품 가입자들은 지난 10년 동안 현금자산을 예금 통장에 저축하면서도 사실상 이자보다는 보관료를 오히려 지불하는 냉혹한 기간을 보내왔지만, 지난 3년간의 연준의 기준 금리 단계적 인상으로 이제는 예금 이자의 재미를 다시 맛보게 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는 지난 2016년 12월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시작으로 2017년 세 차례(3, 6, 12월), 2018년 두 차례(3, 6월) 등 총 6차례의 인상으로 1.50%포인트를 인상했다. 올 하반기에도 두 차례 인상을 예고하고 있어 은행 예금 금리도 추가 상승이 이어질 전망이다.

예금 금리는 은행 간에 여전히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온라인 은행 예금 금리는 거의 2%에 달하고 있지만 전통적인 대형 은행들은 제로 금리를 벗어나는 수준에서 눈치를 보고 있다. 시장과 예금 고객들은 예금금리의 상승 폭이 아직은 만족스럽지 않지만, 무엇보다 제로금리 시대가 끝나고 연준의 금리인상에 따라 은행들의 예금 금리가 함께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투자 전문 은행인 KBW(Keefe, Bruyette & Woods)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분에 대한 예금금리 상승분의 비율인 ‘디포짓 베타’(Deposit Beta)는 1분기 28%에서 2분기에 44%로 급상승하고 있어 예금금리의 추가 상승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크리스토퍼 맥그래티 KBW 애널리스트는 “이 같은 디포짓 베타의 상승으로 3분기가 예금금리 상승에 따른 은행들의 자금 조달비용이 가중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은행들의 예금 금리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 압박은 장기 대출 금리가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수익률 곡선의 평탄화는 일부 은행의 이익을 압박해 왔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대형 은행들은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며, 기업 대출을 포함해 대부분의 은행 대출에 단기 금리를 적용한 은행들은 대출금 이자를 지속적으로 올리면서 예금자에게 지급되는 이자 상승분을 상쇄해 왔고, 반면 상업용 부동산 대출 같은 장기 대출이 많은 은행들은 더 큰 압력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준의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예금 금리가 여전히 낮은 이유 중 하나는 예금자들의 예금에 대한 오랜 인식에도 기인한다. 예금자들은 지난 10년 동안 제로금리 시대를 겪으면서 은행의 예금 상품을 재산 증식 수단이 아닌 현금을 잘 보호하고 관리해주는 수단으로 간주해왔기 때문이다. 은행도 이 같은 예금자의 인식에 대해 이자수익 올리기에 노력하는 것보다 현금을 관리해주는 기술회사 역할에 충실해 왔다. 은행들은 이자수익관리보다는 예금자들에게 편리한 웹사이트 구축과 애플리케이션 업그레이드, 안전한 지불 솔루션 제공 등 현금 관리의 기술적 편의성 경쟁에 집중해왔다.

▲ 연준이 2015년 12월부터 점진적으로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지만, 시중 은행들은 여전히 예금자에게 높은 금리를 지불하는 것을 주저해 왔다.

물론 예금금리 제로시대의 이 같은 은행들의 기술적 측면의 고객 편의성 경쟁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은행업을 변화시켰다.

하나는 온라인 전문은행의 출현이다. 신세대들에게 예금 등 은행업무를 온라인을 통해서 더 편리하게 접할 수 있게 기회를 주었고, 또 하나는 기술적 발전에 따른 비용절감으로 전통적은 은행보다 더 높은 예금상품 금리를 보장하는 은행들이 생겨나게 됐다.

대표적인 예로 골드만삭스의 새로운 소비자 금융자회사 마커스(Marcus)와 신용카드 대출업체인 싱크로니 파이낸셜(Synchrony Financial)은 만기가 따로 없고 유동성이 높은 보통 예금상품에 연 1.83%의 이자율을 제공하고 있다. 이 금리 수준은 금융위기 이후 은행권 최고다.

크레딧 스위스(Credit Suisse)의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은행의 평균 예금 금리는 2018년 1분기 1.11%에서 2분기에는 1.29%로 상승했다. 미국 은행권 전체의 평균 금리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지난 1분기 0.53%에서 2분기에 0.64 %로 상승했다.

온라인 은행의 높은 예금 금리로 은행 전체 예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은행 전체 이자부 예금(Interest-Bearing Deposits)에서 차지하는 온라인 은행의 예금 점유율은 2015년 4%에서 2018년에는 6%로 상승 중이다. 이에 따라 전통적인 금융 기관들에 대한 예금 이자 인상 압박 또한 계속 커질 전망이다.

크레딧 스위스는 골드만삭스, 그리고 어메리칸 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와 디스카버(Discover) 같은 신용카드 회사, 얼라이 파이낸션(Ally Financial)과 스탠더 컨슈머(Santander Consumer) 같은 자동차 대출업체, 찰스 슈왑(Charles Schwab) 같은 중개업체들을 포함해 온라인 예금을 취급하는 16개 은행을 조사했다.

연준이 예정대로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2차례 추가인상할 경우 은행권의 예금 금리 인상속도는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어서 장기간에 걸쳐 외면받아오던 은행권 예금상품의 매력이 다시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무역 전쟁과 이에 따른 경기하강 리스크에 따라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한풀 꺾이고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예금이자 상승은 투자 판도에 큰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