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희준 기자]외환위기로 치닫고 있는 터키 경제의 추락 원인은 여러 가지다. 과도한 경상수지 적자, 16%에 이르는 고물가, 만기 1년 미만인 단가외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외환보유고 등 터키 자체의 경제 고질병이 근인이다. 또 1993년부터 터키에서 선교활동을 하다 터키 정부가 2016년 10월 실패로 끝난 쿠데타로 연루됐다는 혐의로 구속한 앤드루 브런슨 목사를 둘러싼 양국간 외교 갈등도 있다. 

▲ S-400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의 미사일 발사 차량들.출처=RT

군사분야에서 미국과 터키간 첨예한 대립도 무시못할 요인이다. 바로 러시아제 S-400 지대공 미사일 방어 시스템이 둘러싼 양국간 갈등이 그것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터키는 나토와 미국의 만류에도 지낸해 9월 러시아와 25억달러 규모의 방공미사일 체계 도입 계약을 체결을 강행했다. 미국 측은 S-400도입은 미국과 터키 관계를 회복 불능 상태로 만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터키, S-400 조기 배치

나토 회원국이자 미국의 우방국이 터키는 과거 미국산 무기를 주로 사서 썼다. 그런 터키가 미국의 공적인 러시아에서 최신 방공미사일 S-400을 도입하기로 한 것도 모자로 조기에 배치하기로 해 미국을 자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터키가 도입할 S-400은 4개 포대 분량이다.  25억 달러에 4개 포대이니 포대당 가격이 거의 6억달러나 된다.  몸값이 꽤 비싼 무기인데 터키는 값이 이에 비해 싼 미국제 패트리엇 지대공 미사일을 두고 S-400을 선택했다.

터키 국방부는 지난 4월3일 러시아제 S-400 방공미사일 시스템을 내년  7월 실전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초 러시아는 당초 이 미사일을 2020년 1분기 첫 번째 포대분을 인도할 예정이었다. 

터키를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S-400 방공미사일의 인도를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터키에 앞서 중국과 인도에 S-400 인도 계약을 체결했다.

이미 러시아가 내전 상태인 시리아에 배치해 서방 동맹국들의 전투기를 바싹 긴장시켰다. 

최대 사거리 400km인 S-400의 가공할 위력

S-400 트리엄프는 2007년 실전배치된 최첨단 장거리 방공미사일 체계다. 성능이 입증된 무기라는 뜻이다.,레이더 탐지거리가 600km, 미사일 사거리가 최대 400km나 되니 S-400이 배치된다면 터키의 방공망은 문자 그대로 '뚫을 수 없는' 방패가 될 수 있다.

이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은 전투기와 크루즈 미사일은 물론 탄도탄 요격 성능도 보유하고 있으니 터키로서는 일석 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게다가 원거리 펀치력도 있다. 미사일 사거리는 최소 40km에서 최대 400km, 최대 고도는 31km에 이른다. 미사일 속도는 초속 4800미터다.

▲ S-400 지대공 미사일 방어체계에 쓰이는 지대공 미사일들, 출처=알마즈안테이

러시아 방산업체 알마즈 안테이가 생산하는 S-400은 러시아 방공망의 최상층을 담당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러시아 국방부가 공개한 인포그래픽에 따르면, S-400 미사일 시스템은 중거리와 장거리 미사일로 전술·전략 항공기, 순항미사일과 종말단계 탄도미사일, 드론 등 모든 공중 표적을 파괴하도록 설계됐다.  

나토명이 SA-21 '그라울러'인 S-400은 표적 획득 레이더, 교전· 화력관제 레이더, 미사일 발사차량, 지휘통제소 , 기타 지원시설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정규 S-400 1개 포대는 최대 8대의 발사대 차량과 미사일 32발로 구성된다. 발사대 차량은 발사관 4개짜리와 2개 짜리로 조합된다. 미사일은  사거리 40km, 120km, 250km, 400km로 알려져 있다. 미사일 최고 속도는 마하 14이며 전자전대응 능력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 S-400 사거리 범위와 지대공 미사일 종류.출처=그래픽뉴스닷컴

CSIS에 따르면, 탄두는 패트리엇 미사일과 달리 직격파괴 방식이 아닌 143kg 파편탄을 채용했다. 

레이더는 약 600km이내에 있는 300개의 표적을 추적하고 80개와 동시교전할 수 있으며 160발의 미사일을 동시에 유도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일각에서는 S-400 레이더가 스텔스기 탐지능력을 갖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맞다면 S-400은 공중전의 판세를 뒤엎을 완벽한 '게임체인저(game changer . 판을 뒤엎는 무기)'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미국 "미-터키 관계 회복 불능" 경고

미국과 독일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가들은 터키의 러시아제 첨단 미사일 구입에 우려를 표명해왔다. 특히 미국은 터키에 패트리엇 미사일을 살 것을 권고해왔다. 

이에 대해 터키는 나토 국가들이 적절한 가격의 방공미사일 판매를 제안하지 않아 다른 방안을 모색할 수밖에 없었다며 S-400 도입을 정당화하고 있다.  

미국 전문가들은 "스텔스기 포착 기능이 있는 S-400이 F-35의 취약점을 찾아내는 데 이용되고 그 정보가 미국의 적인 러시아에 넘어갈 수 있다"는 점을 염려하고 있다. S-400이  F-35 탐지 거리, F-35의 다른 특징 등 주요 정보를 획득하면 F-35가 가진 기습성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점도 이들은 걱정한다.

아울러 나토 회원국이 사용중인 방공망과 연동할 수 없다는 문제도 있다. 나토 회원국이 S-400을 기존 방공망에 통합하려면 방공망 작전 기술과 다른 절차등을 알려줘야 하는 이 정보 역시 러시아로 새어 나갈 수 있다는 점을 미국과 나토 회원국들은 우려하고 있다.  

미국 상원은 2019년 국가수권법안에 터키가 100여대를 구매하기로 한 F-35스텔스 전투기 인도를 봉쇄하는 내용을 담았다. 일부 상원의원은 F-35 전투기 유지보수를 위한 기술 자료를 받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것으로 불쾌한 심정을 드러내고 있다.   

또 미국 외교관들은 터키의 S-400 도입은  양국관계를 회복 불능 상태로 만들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터키는 S-400과 국가부도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