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그 존재감이 확실하게 변한 정부 부처가 있다. 바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다. 대통령이 공정위에 힘을 실어주면서 기대한 역할은 대기업들에게 한없이 유리한 우리나라의 경제 순환 구조의 개혁과 이 같은 구조를 만드는 데 앞장서 뒤로 대기업들에게 뇌물이나 향응을 제공받는 부패 정치세력의 견제라고 생각한다. 공정위는 이전까지 중소기업이나 개인 사업자들에게 무소불위의 힘으로 수많은 갑질을 자행한 대기업과 그들과 유착한 정치권의 어두운 곳을 들췄다. 여기까지는 나쁘지 않았다.

슬프게도 공정위도 “한 곳에 집중된 권력은 그것을 가진 자의 눈을 멀게 한다”는 정치권의 공식과도 같은 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공정위는 대기업들이 중소기업들에게 한 것과 똑같이 자기들의 지위를 남용했다. 공정위는 기업들과 ‘안정된 고위급 직위’를 매개로 거래를 하면서 취업 시장의 공정 경쟁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4급 이상 공정위 퇴직 간부들의 재취업을 대기업에게 강제했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런 비리를 뒤에서 안보이게 한 것이 아니라 위원회 내 조직인 기업집단국과 운영지원과까지 동원해 ‘공공연하게’ 자행했다는 것이다.

공정위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는 “부당한 공동행위와 불공정거래 행위를 규제해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함으로 창의적인 기업 활동을 조장하고 소비자를 보호함과 아울러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내용이 담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조 내용과 완전히 반대되는 행위를 한 것이다. ‘경제 경찰’을 표방하는 공정위의 슬로건이 참으로 무색해졌다.

이렇다보니 ‘지배구조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된 공정위의 대기업 견제에 대한 정당성도 힘을 잃었다. 공권력을 앞세워 대기업을 견제한 것은 결국은 자기들의 안락한 노후와 잇속을 챙기기 위한 게 아니었냐는 의혹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초기, 힘이 커지는 공정위를 두고 ‘호가호위(남의 힘을 빌어 위세를 부림)’의 조직이 될 수 있음을 우려하는 말들이 있었다. 이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를 특별한 이유 없이 반대하는 정치 논리에서 나온 일종의 빈정거림이었지만 이제는 꽤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문제의 답은 하나다. 비리에 연루된 모든 이들을 처벌하고 공정위를 본래 취지에 맞는 조직으로 바꾸는 것이 그것이다. 김상조 위원장이 비리에 연루됐다면 그에게도 예외는 없어야 한다. 그것만이 땅에 떨어진 공정위의 위신을 살리는 길이다. “큰 힘에는 그만큼의 책임이 따른다”는 한 영화의 명대사처럼 공정위도 마땅히 그들에게 맡겨진 힘을 잘못 사용한 책임을 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