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全美 돼지고기 생산자협회가 태국의 관세감면 대상 지위를 재검토해 줄 것을 탄원했다.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미국의 무차별 무역 전쟁 대상이 올해 연말부터는 중국과 유럽 등 세계에서 경제권이 큰 시장을 넘어 개발도상국까지 겨냥하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미국이 올해초 보복관세를 매긴 터키에 대해 최근 철강 알루미늄 관세 증액이 라는 강수를 둔 것은 그 동안 경제개발 지원이라는 취지로 관세를 감면해왔던 개발도상국들에 대해 향후에 국가별로 선별적인 자격심사를 통해 보복관세를 메길수 있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전쟁 대상이 중국과 유럽, 일본 캐나나 등 주요 경제권에서 미국을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빈곤 국가들까지 포함시키려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18개월전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그 동안 경제개발 지원이라는 취지로 저개발국가들의 대미 수출품에 대해 관세를 감면해 왔던 연방정부 저개발국 관세 감면 프로그램(Generalized System of Preferences, GSP)의 자격 요건에 대한 광범위한 재검토 작업을 해왔다고 밝혔다.

로버트하이저 USTR 대표 따르면 미 행정부는 지난해 10월 초부터 ‘미국 기업들이 평등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새로운 ‘주도적 평가 프로세스’에 착수했다. 이 평가의 첫 번째 라운드는 아시아 태평양 국가 25개국에 집중되었지만, 올해 가을부터 시작되는 두 번째 라운드에는 동유럽, 중동 및 아프리카 국가들까지 재평가가 시작된다.

USTR의 이같은 재평가를 위해 이들 국가들이 미국에도 ‘자국 경제에 대한 평등하고 합당한 시장 접근’을 제공하고 있는지에 대해 이의를 처음으로 제기 했다. USTR은 최근 몇 년 동안 한 국가의 일반특혜 자격(GSP) 상태를 검토 평가하기 위해 ‘시장 접근성’을 거론한 적은 없었다.

지금까지는 새 평가 검토에 따라 대상 자격이 취소된 국가는 없다.

미국의 GSP 자격요건 재검토 작업을 마친 첫번째 대상국인 태국, 인도네시아, 인도 등 25개국에 대한 결과 발표가 이번 터키 2차 보복관세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경제개발 지원에서 무역균형으로 급선회

연방정부 저개발국 관세 감면 프로그램은 미국 행정부가 1976년부터 빈곤 국가의 경제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자동차 부품에서부터 보석류에 이르기까지 수천 개의 상품에 대해 관세를 면제해왔다. 현재 피지, 에콰도르 등 121 개 빈곤국들이 관세감면 특혜를 제공받고 있다.

USTR은 언제든지 이 프로그램의 대상 국가의 자격을 검토할 법적 권한이 있다. 최근 수십 년 동안 USTR의 검토 내용을 보면 무역협회나 노동조합과 같은 외부 이익 단체의 청원이 개입되어 있거나 아동 노동이나 인권과 같은 문제가 관련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USTR 관계자는 과거에도 실제로 외부 이익단체의 청원에 따라 재검토를 했다는 기록은 없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의 아시아 무역센터(Asian Trade Centre) 데보라 엘름 집행 이사는 미국이 이런 검토를 핑계로 빈곤 국가들을 협박해 양자간 무역 협상을 협상하거나 다른 양보를 하도록 촉구하고 있다며, 빈곤국가들 입장에서 미국은 많은 상품을 팔 수 있는 거대한 시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2016년에 이 GSP 프로그램에 따른 특혜 수입은 미국 전체 수입 2조 2천억 달러의 1%도 되지 않는 190억 달러에 불과하다. 미국의 관점에서 볼 때 그 숫자는 극히 미미하지만, 가난한 국가 입장에서는 그 액수가 매우 중요하다. 이 프로그램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저소득 국가의 개발을 돕는다는 차원에서 이들과는 굳이 무역 마찰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 충분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GSP 프로그램에 대한 재검토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줄기차게 주장해 온 양자간 무역 불균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 행정부가 상대 국가들에 대해 압력을 가하기 위해 거의 사용하지 않았던 힘을 부활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예를 들어, 철강 및 알루미늄, 세탁기 및 태양 전지판에 대한 미 정부의 관세도 모두 10년 이상 사용되지 않았던 무역법 규정을 부활시킨 것이다.

터키 첫 희생자 될까?

USTR은 GSP 프로그램에 대한 재검토에 따라 터키가 미국 수출 기업들에 대해 공정한 시장 접근성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고, 미국 제품에 대한 터키 당국의 관세를 지적했다. 미국의 터키에 대한 GSP 재검토는 무역 협상과 더불어 터키에 억류된 미국 목사에 대한 갈등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런 이유때문에 터키가 1차 대상국가 중 첫번째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인다.  

워싱턴에 있는 글로벌 개발센터(Center for Global Development)의 객원 연구원 킴벌리 엘리엇은 "현재 미국 정부는 무역을 서로 손해보지 않는, 보다 상호 이익적인 관계를 만들까에만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고 말했다.

USTR의 제프리 게리시 부대표는 "이달 초 미국 기업들에 대한 감세 접근성 재검토를 초래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터키가 미국과 함께 협력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혀 협상여지는 남겨놓았다.

미국은 올해 초에 이미 터키에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터키는 이에 대해 쌀, 담배, 자동차 등 미국 수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터키의 통화가 폭락하자 터키에 대한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를 두 배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美 태국·인도네시아·인도 대상 자격 평가 '무기' 불공정 개선 요청

미국 정부는 태국 등 다른 GSP국가에도 감면대상 재평가를 무기로 무역 불균형에 대한 불만을 노출시키고 있다. 

지난 5월 미국 정부는, 전미 돼지고기 생산자협회(National Pork Producers Council)가 태국이 미국 돼지고기 수입 면허를 거의 인가하지 않고 있다고 불평하는 청원을 제기하자 태국의 GPS 대상 자격을 재검토하겠다고 노골적으로 자격 탈락을 압박했다.

이에 대응해 태국 6개주 돼지사육조합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공개 서한에서, 태국 시장이 돼지고기 공급이 넘쳐나고 있다며 미국의 돼지 고기를 수입하라는 압력을 중단해 달라고 청원했다.    

이들은 편지에서 "미국의 압력은 태국 돼지 농장주들에게 상상할 수도 없는 재난을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태국은 지난 10년 이상 동안, 미국 농가들이 돼지에게 락토파민이라는 호르몬을 먹이고 있다며 이 호르몬을 함유한 미국산 돼지고기의 수입을 금지했고, 이 호르몬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돼지고기 선적분에 대해서는 추가로 높은 검사비를 청구하고 있다.  

태국의 GSP 지위에 관한 미국의 결정은 아직 계류 중에 있다.

태국 돼지사육농가협회의 아난 트리데차퐁 대변인은 태국 시장에서 돼지고기 가격의 하락으로 소규모 돼지 농가들이 이미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미국 돼지고기가 수입된다면 상황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태국은 GSP 프로그램에 따라 2017년에 총 수출액의 약 13%인 42억 달러의 상품을 미국으로 수출했다.

USTR은 또 지난 4월에 인도네시아도 미국 기업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일련의 무역과 투자 장벽을 실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2017년 인도네시아의 총수출액 200억 달러 중, 기계 및 화학 제품을 포함한 20억 달러가 GPS 프로그램에 포함되어 있다.

엥가르티아스토 루키타 인도네시아 무역장관을 포함한 고위 관리들이 지난 7월 말 미국을 방문해 인도네시아가 여전히 이 프로그램의 대상국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탄원했다. 미국은 아직 이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인도도 시장 접근성 문제로 GPS해 프로그램 대상 자격 여부가 재검토되고 있다. 미국의 낙농업계와 의료기기 업계는 인도와의 무역에서 장벽에 직면해 있다고 말한다. 인도의 총수출 490억 달러 중 이 프로그램을 통한 대미 수출액은 약 56억 달러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