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 대표 간판 스타트업들이 예정된 기업공개(IPO) 로드맵을 철회하거나 사실상 포기하며 업계의 거품이 빠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모빌리티를 중심으로 정부의 규제 압박이 심해지는 등 주변환경도 악화되고 있다. 그러나 스타트업의 IPO 로드맵에 차질이 생겼다고 거품이 빠진다고 보기는 어렵고, 일종의 옥석 가리기가 막판에 이르렀다는 반론도 나온다.

숙박 플랫폼 여기어때는 늦어도 2020년 IPO에 나서겠다고 했으나 현재는 사실상 IPO 준비를 멈춘 상태다. 여기어때는 13일 “IPO와 관련된 계획은 없다”면서 “철회는 아니지만 지금 당장 IPO 준비에 나서지 않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소식은 아니다. 여기어때는 올해 초부터 단순 숙박을 넘어 액티비티의 화두를 던지며 공격적인 외연확장에 나서고 있다. 심명섭 대표는 지난 4월 <이코노믹리뷰>와의 인터뷰에서 “IPO보다 새로운 산업 확장에 더 큰 매력을 느낀다”면서 “당분간 액티비티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IPO를 거론했던 배달앱 배달의민족과 스타트업 연합체인 옐로모바일도 IPO와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내부에서 IPO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지 않고 있다”면서 “철회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분간 IPO 준비에 나설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옐로모바일 관계자도 “당분간 IPO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 스타트업 업계의 옥석 가리기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출처=픽사베이

국내 간판 스타트업들이 IPO를 조건부 철회, 혹은 연기하는 이유는 상장 후 기업가치 하락에 따른 불확실성을 경계하기 때문이다. 간판 스타트업들이 모바일 기술을 바탕으로 성장을 거듭했으나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다고 보기에는 어렵기 때문에, 무리한 상장에 나서기 전 투자유치에 집중해 내실을 다지겠다는 뜻이다.

일각에서는 스타트업 상장 연기를 두고 국내 스타트업 업계의 거품이 빠지는 것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이는 미래가치에 무게를 두고 배팅하는 스타트업의 생리를 구 산업과 동일선상에 두고 봤기 때문에 생기는 오해라는 평가가 중론이다. 당장의 매출과 영업이익도 스타트업의 중요한 가치평가척도지만, 스타트업들이 액티비티와 푸드테크 등 새로운 가능성에 집중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단행하는 장면은 구 산업 생태계와 명확히 구분돼야 한다. 리스크가 큰 만큼 과실도 달콤한 것이 스타트업 업의 본질이다.

최근 국내 간판 스타트업의 IPO 보류를 분석하며 하나의 현상으로 이해하지 말고, 각각의 사정을 나눠서 봐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여기어때의 액티비티와 배달의민족 푸드테크 등은 불확실성이 크지만 미래성장동력이 충분하며, 이를 ‘무조건 성공’으로 포장하기 어렵지만 ‘거품’으로만 보기에도 무리가 따른다. 그러나 최근 연이은 논란에 휘청이고 있는 옐로모바일의 IPO 보류는 명백한 경고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의 스타트업 IPO 보류는 일종의 옥석 가리기가 이어지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O2O 업계의 옥석 가리기 기간이 지나치게 길다는 비판도 나오지만, 최근 여기어때와 배달의민족이 액티비티와 푸드테크라는 새로운 화두를 빼들었다는 점을 유심히 살펴야 한다. O2O 옥석 가리기가 길어지는 상황에서 몇몇 스타트업이 제2의 퀀텀점프를 노리며 새로운 키워드를 제시했고, 시장의 옥석 가리기 작업도 덩달아 늦어지고 있다는 뜻이다.